차세대 원자력 기술개발·실증에 2조5000억원 투입

이병구 기자 2024. 6. 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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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미래 무탄소 에너지원 확보를 위한 차세대 원자력 기술개발 실증 로드맵을 올해 하반기에 수립하고 차세대 원자로 상용화를 위해 약 2조5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4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제8회 심의회의에서 '차세대 원자력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 및 실증 추진방안'이 심의·의결됐다고 밝혔다.

추진방안에 따라 정부는 차세대 원자로 기술개발 목표, 달성 시점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로드맵을 올해 하반기까지 수립·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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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소형모듈원자로(SMR) 조감도. 대형 원전과 비교해 에너지 용량이 적지만 안정성이 큰 차세대 원자로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정부가 미래 무탄소 에너지원 확보를 위한 차세대 원자력 기술개발 실증 로드맵을 올해 하반기에 수립하고 차세대 원자로 상용화를 위해 약 2조5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4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제8회 심의회의에서 '차세대 원자력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 및 실증 추진방안'이 심의·의결됐다고 밝혔다. 차세대 원자로 시장에 대응해 기술 및 시장 주도권을 적기에 확보하려는 노력으로 해석된다.

빠르게 성장하는 인공지능(AI) 기술과 데이터센터 산업을 중심으로 전력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무탄소 에너지원'인 재생에너지는 날씨 등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아 변동성이 크다는 점이 해결 과제다. 재생에너지를 보완하고 폭증하는 전력 수요와 탄소중립을 모두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같은 무탄소 에너지원인 차세대 원자로 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국내외에서 가동 중인 대형 원전은 대부분 3세대 경수형 원자로다. 경수형은 원자로의 핵연료 냉각재로 물을 사용한다. 차세대 원자로인 4세대 원자로는 냉각재가 다른 게 특징이다. 물 대신 가스나 용융염 등이 냉각재로 쓰인다. 형태가 다양해 단순 전력생산뿐 아니라 여러 산업에서 활용될 수 있다.

용융염원자로(MSR)는 고체핵연료와 냉각재를 사용하는 대신 냉각재에 핵연료를 녹여 일체화한 액체핵연료를 사용한다. 안정적이고 열효율이 높아 원자력계에서는 '꿈의 기술'로도 불리지만 개발이 어려워 현재 원천기술을 중점 개발 중이다. 선박추진용 원자로 등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온가스로는 냉각재로 물 대신 가스를 활용해 초고온가스를 만들고 이를 전력 생산이나 산업에 필요한 열원 등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밖에도 이동이 용이해 우주나 극지 등에서 전략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초소형 원자로인 히트파이프 원자로 등이 4세대 원자로에 해당한다.

기존 경수형 원전에서 한발 나아간 소형모듈원자로(SMR)도 차세대 원자로다. 대형 원전과 비교해 에너지 용량이 적지만 안정성이 높다. 현재 국내에서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혁신형 SMR(i-SMR)은 2028년 설계인가가 목표다. 4세대 원자로와 SMR을 합쳐 차세대 원자로라고 부른다.

국내기업이 대형 원전에 강점이 있지만 아직 차세대 원자로에 대한 실증 경험과 민간 주도 사업화 모델 부재 등으로 준비는 다소 부족한 실정이다. 과기정통부는 차세대 원자력 조기 실현을 위해 이번 추진방안을 수립했다.

추진방안에 따라 정부는 차세대 원자로 기술개발 목표, 달성 시점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로드맵을 올해 하반기까지 수립·발표한다. 또 '한국형 차세대 원자로 기술개발 및 실증 프로그램(K-ARDP)'을 도입해 역량을 보유한 민간기업을 육성하고 기술개발·실증을 지원하는 데 약 2조5000억원을 투입한다.

원자로 안전규제를 담당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함께 i-SMR 규제체계를 마련하고, 경수형이 아닌 원자로에 대해서도 2030년대 초까지 안전규제 기반을 단계적으로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영국 등과 차세대 원자로 실증을 위한 국제협력을 진행하고 신속한 상용화를 위해 민간 중심 산업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내용도 이번 추진방안에 담겼다.

정부는 추진방안에 따라 향후 차세대 원자력 산업에서 민간 영역이 크게 확장되고 전력공급뿐 아니라 수소 생산, 신재생에너지 연계, 해양·우주 분야 등에서 신산업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차세대 원자력은 국내 산업과 함께 가야 할 중요 에너지원"이라며 "정부가 체계적인 정책과 재원으로 뒤에서 밀고 민간이 앞에서 당길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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