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타 폐지, 매년 10월 미리 계획 접수…"착수 기간 2년 단축"

박정연 기자 2024. 6. 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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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
대형 국가연구개발사업 투자관리 시스템 혁신방안(안)의 주요 내용을 나타낸 모식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정부가 국가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를 원칙적으로 폐지한다. 예타 폐지 이후 대규모 R&D 사업에 대한 검증작업을 위해 매년 10월 사업추진계획을 미리 제출받는 방안을 제시했다. 신속하면서도 심도 있는 검토를 위해 민간 전문가 중심의 사전 전문검토 제도도 실시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획재정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대형국가연구개발사업 투자관리 시스템 혁신방안’을 4일 열린 제8회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에서 최종 의결했다고 밝혔다.

예타 제도는 국가재정 투자 전에 사전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해 도입됐다. R&D 분야는 2008년부터 대상에 포함됐다. 현재 국비 300억원을 포함해 5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사업에 적용된다.

그간 예타 제도는 검토 과정에서 적잖은 시간이 소요됨에 따라 발빠른 국제 기술변화에 대응하는 데 발목을 잡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러면서도 대규모 국고 투입이 효율적으로 이뤄지게 하기 위한 거름망 역할을 해오며 국고 재정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 장치라는 평가도 있다. 

● 전년도 10월 사업추진계획 제출, 이듬해 3월 부처별 예산 요구

이번 추진방안에 따라 1000억원 미만 모든 신규 R&D 사업은 일반적인 예산편성 과정을 통해 추진된다.

이에 따라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는 1000억원 이상의 기초원천연구, 국제공동연구 등 연구형 R&D 사업에 대해 전년도 10월에 사업추진계획을 미리 제출받는다. 민간 전문가 중심의 사전 전문검토를 거쳐 이듬해 사업 검토 결과를 각 부처로 통보한다. 각 부처는 이를 바탕으로 기획을 보완해 차년도 예산을 요구하게 된다. 과학기술혁신본부는 이 과정에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등 기존 조사를 담당했던 기관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류광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전날 열린 관련 브리핑에서 “혁신본부가 일종의 게이트 키핑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인 예산편성 과정을 통해 사업이 추진되면서 신규사업 착수는 폐지 전보다 약 2년 이상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검토나 추진계획심사 결과는 예산요구 전인 3월에 통보된다. 각 부처에서는 4월말까지 모든 R&D사업을 지출한도 내에서 부처 우선순위에 따라 자율적으로 조정해 차년도 예산을 요구해야 한다. 류 본부장은 “이러한 조치를 통해 재정건전성을 높이고 각 부처의 책임성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타 폐지 후속조치를 통해 기대되는 R&D 사업 검증 효과를 나타낸 모식도. 과기정통부 제공

● 기초연구‧장비개발 등 사업 내용 따라 맞춤형 심사제도

심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의 내용에 따른 맞춤형 심사제도를 도입한다. 

별도 기술개발이 필요하지 않고 사업관리도가 낮은 단순 연구장비 도입사업 등은 필요성, 활용계획, 추진전략을 중심으로 사업기본계획을 수립한다. 이를 심사해 신속하게 사업추진 여부를 결정한다. 

기술개발이 수반되며 사업관리 난이도가 높은 입자 가속기 등의 대형 연구 시설구축, 위성‧발사체 등의 체계개발사업은 ‘추진 필요성’ 검토를 통해 ‘구축’ 여부를 결정하는 ‘기본계획심사’와, 사업 준비정도 검토를 통해 ‘사업착수’ 여부 및 ‘예산투자 규모’를 결정하는 ‘추진계획심사’를 단계적으로 실시한다. 

또 대규모 예산투자의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연구시설구축/체계개발에 필요한 선행기술개발은 기본계획 수립 전에 별도의 연구형 R&D로 나눠 먼저 추진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내실있는 사업을 위해 점검과 관리 체계도 강화한다. 매년 혁신본부와 기획재정부의 예산심의 단계에서 사업수행 건전성을 지속 점검‧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된 사업은 특정평가 등을 통해 지속여부, 적정규모 등을 검토하고 문제 사업은 종료시키는 등 사후관리도 강화한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번 R&D 예타 폐지가 실제 적용되기 위해서는 국가재정법 개정이 선행되어야 하는 바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국회에서 초당적인 지원을 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법 개정 전까지는 기존 예타보다 단축된 ‘패스트 트랙, 혁신‧도전형 R&D 사업들에 대한 예타 면제범위 확대 등을 통해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R&D 사업들이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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