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시추 특명은 ‘대왕고래’…시선은 기대 반 우려 반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동해 석유 탐사 프로젝트 ‘대왕고래’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정부 발표대로 성공률이 20%라면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는 기대와, 구체적 자료가 공개되지 않고 시추도 시작하기 전 단계에서 판단하는 건 너무 이르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정부와 한국석유공사 등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프로젝트명으로 알려진 대왕고래는 정확히는 ‘구조’의 명칭이다. 구조는 원유나 천연가스 등 석유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땅을 말하는데, 국내에서는 ‘홍게’나 ‘방어’ 같은 주로 바다 생물의 이름을 붙였다. 2004년 국내 최초로 천연가스를 생산해 한국에 산유국 지위를 준 동해가스전의 구조 명칭은 ‘고래’였다. 대왕고래는 동해 8광구와 6-1광구 북부에 걸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조의 규모가 거대하다는 의미에서 지구상에 현존하는 가장 큰 동물 ‘흰수염고래’로도 불리는 대왕고래라는 이름을 붙였다.
정부는 대왕고래에서 석유가 나올 확률을 20%로 전망했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전날 “올해 말에 시추공을 뚫어야 정확한 수치가 나오겠지만, 축적한 데이터로 우수한 전문가들이 정밀 분석한 결과 20%였다”며 “굉장히 높은 확률”이라고 밝혔다. 유전이 많은 지역에서 20%는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동해처럼 유전이 없는 지역에서 20%는 상당히 높은 확률로 여겨진다. 이근상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확률의 근거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20%면 동해에서 충분히 해볼 만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20%는 추정치에 불과하다. 정부 계획대로 올해 말 첫 탐사 시추를 시작으로 2026년까지 5곳을 시추하면 한 곳에서 나올 수 있고, 한 곳에서도 안 나올 수 있다. 5곳 시추를 계획했지만, 탐사 시추 결과가 예상과 다르면 더 이상 진행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심해여서 시추 한 공당 1억달러(약 1300억원)을 이야기하는데, 사실 2~3곳만 실패해도 분위기가 확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밀 분석 등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자문 업체 ‘액트지오’와 관련한 낮은 인지도도 우려를 키우는 요인 중 하나다. 정부는 액트지오에 대해 “심해 평가 경험이 풍부한 메이저사 출신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세계 최고 수준 심해 기술평가 전문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액트지오 대표를 지내다 현재는 고문 역할을 담당하는 비토르 아브레우 등은 메이저사 출신은 맞지만, 해당 업계에서 액트지오 자체의 인지도는 높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아브레우 고문은 5일 한국을 찾아 정부·석유공사 관계자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말 시작할 탐사 시추는 인지도가 높은 노르웨이 ‘시드릴’이 맡는다. 앞서 석유공사는 지난달 시드릴과 오는 12월부터 발효되는 3200만달러(약 440억5000만원) 계약을 맺었다. 탐사에 투입될 시추선은 삼성중공업이 2008년 건조한 선박이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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