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번복에도 美 “하마스만 동의하면 휴전” 주장 이유는?
하마스만 받아들이면 반발 명분 사라져
이스라엘에도 ‘이미 합의한 휴전안 수용’ 엄포
하마스의 협상 지연 전략 제동 목적도
미국의 반응이 흥미롭다. 미국은 대수롭지 않다는 태도로 이스라엘의 반발을 무시하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만 휴전안을 수용하면 휴전이 이뤄질 수 있다고 장담했다.
미국은 그러나 이례적으로 휴전안을 협의했던 이스라엘 고위 당직자의 실명을 거론했다.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중동 평화’가 절실한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을 겨냥한 양동 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휴전안은 △6주간 완전한 정전과 가자 인구 밀집 지역에서의 이스라엘군 철군, 여성·노인·부상자 등 일부 인질 교환 △생존 인질 전원 교환과 가자 전역에서 이스라엘군 철군 △가자지구 재건 시작과 사망 인질 시신 송환 등 3단계로 구성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종전’에 방점을 찍었는데, 이스라엘은 ‘인질 송환’에 관심이 있다고 발표한 셈이다. 요컨대 이스라엘은 종전은 불가하고 임시 휴전은 가능하다는 이전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마스의 뿌리를 뽑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도 묻어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 관리들을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앨 의회 의원들과의 사적인 대화에서 ‘이스라엘은 미국에 휴전 이후 하마스 협의가 진전되지 않을 경우 작전을 재개할 수 있다’는 문구를 휴전안에 명시해달라고 제안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휴전안’ 수용 의사를 표명했던 네타냐후 총리가 이를 번복하고 나선 것이다. 앞서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직접 휴전안을 공개했을 때 총리실을 통해 성명을 내고 자국 협상단에 휴전안 제시를 승인했다고 확인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돌연 바이든 대통령에 반기를 든 배경에는 내부 극우 세력들의 압력이 있다. 이스라앨의 극우 정치인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과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하마스를 섬멸하지 않고 전쟁을 끝내는 협상을 체결하면 연립정부(연정)를 무너뜨리겠다고 경고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3단계 휴전안은 우리가 이스라엘과 협력한 제안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제안이 이스라엘의 제안임을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인정했다”고 이스라엘 협상 담당의 실명까지 ‘박제’했다.
미국은 국제기구들도 동원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G7(세계 주요 7개국)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휴전안을 지지한다는 공동 성명을 냈다. 미국은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바이든 휴전안을 지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해달라고도 요청했다.
미국이 이미 바이든 휴전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하마스를 향해 계속해서 공식적으로 제안을 수용하라고 촉구하는 이유도 이스라엘 압박 효과를 고려한 조치다. 하마스가 휴전안에 동의했는데도 이스라엘이 이를 거절하는 행태는 최우방 미국의 휴전 제안, 게다가 본인들이 함께 마련한 방식을 막판에 걷어차는 기행으로 비칠 가능성이 높다.
하마스는 바이든 휴전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공식적인 수용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다. 앞서 하마스는 31일 바이든 대통령이 휴전안을 제시한 직후 바이든의 ‘아이디어’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다.
하마스가 침묵을 지키는 이유는 시간이 지날수록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현재 이스라엘은 피란민 150만명이 몰린 가자 남부 라파를 포함해 가자 전역에서 작전을 수행 중이다. 2일 이스라엘군은 가자에서 목표물 50개 이상을 공격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2일 하루 동안 주민 19명이 사망했다고 집계했다.
휴전 논의가 지지부진하고, 민간인 피해는 계속 늘어나면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 균열도 심화할 수 있다. WSJ는 “가자전쟁이 길어질수록 하마스는 오히려 더 많은 이점을 얻을 수 있다”며 “‘전투를 재개할 자유를 원한다’는 네타냐후의 입장은 휴전이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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