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공의 사직 허용…복귀 땐 행정처분 절차도 중단(종합2보)

천선휴 기자 강승지 기자 2024. 6. 4.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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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기간 조정 통해 필요한 시기 전문의 취득 추진"
"사직할 경우 수련 규정 따라 다른 수련병원 취업 1년간 불가능"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개혁 관련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6.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강승지 기자 = 의대증원에 반발해 의료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을 회유하기 위해 정부가 사직서 금지 명령 철회 등을 골자로 하는 출구전략을 내놓았다.

4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전공의가 집단행동이 아닌 개별 의향에 따라 복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병원장에게 내린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과 전공의에게 부과한 진료유지명령, 업무개시명령을 오늘부로 철회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환자와 국민, 그리고 의료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여 진료 공백이 더 이상 커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부가 내린 결단"이라며 "오늘부터 각 병원장들은 전공의의 개별 의사를 확인하여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으로 복귀하도록 상담, 설득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에게 행정처분을 경고하며 강경 대응을 지속해왔던 정부가 갑자기 이런 결정을 내린 데에는 100일이 지나도록 현장에 돌아온 전공의들이 10%도 채 되지 않은 데 있다.

조 장관은 "현장의 의료진은 지쳐가고 있고 중증질환자의 고통의 커지는 상황에서 전공의 복귀를 위한 정책 변경은 불가피했다"며 "또한 사직서 수리를 허용해 달라는 현장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있어서 정부가 비판을 각오하고 사직서 수리금지명령 등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복귀하는 전공의들에게는 행정처분 절차도 중단할 방침이다. 또 수련기간 조정 등을 통해 필요한 시기에 전문의를 취득할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 실장은 "레지던트는 3년도 있고 4년도 있는데 인턴은 1년이기 때문에 내년 2월까지 기간을 다 채우기 어렵지 않느냐.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규정을 바꿔서라도 기간을 단축해 복귀를 하면 레지던트 과정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레지던트 2년 차, 3년 차, 말년 차인 경우에도 이탈 기간이 3개월이 지나서 내년 5월까지 수련을 마칠 수가 없는 상황인데 그런데도 복귀하면 전문의 면허를 따는 데 지장이 없도록 해주겠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이날 각 병원들에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철회 문서를 보내고 전공의들과 개별 상담을 하게 할 계획이다.

조 장관은 "오늘 명령 철회 문서를 보낼 생각"이라며 "병원장들은 오늘부터 개별 상담을 통해 사직 여부를 결정하게 하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병원별로 전공의 규모도 다르고 또 현장을 이탈한 개인별 사정도 다르기 때문에 언제까지 수리를 해야 한다는 기한은 정하고 있진 않다"며 "그렇지만 복귀에 따른 여러 가지 제도 개선 등의 검토를 위한 시간이 필요한 점을 감안할 때 마냥 기다리기 어렵기 때문에 너무 늦지 않게 결정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복귀를 하지 않는 전공의들에게 내려질 행정처분은 상황을 검토한 뒤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미복귀자에 대해서는 전공의들이 얼마나 복귀하는지, 의료 현장의 비상진료체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여론 등을 감안해서 종합적으로 검토해 대응 방안을 만들 계획"이라며 "꼭 행정처분이 아니더라도 수련 기회의 제한 등 하여튼 여러 가지를 통해 복귀자와 미복귀자 간에는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가 말하는 복귀의 기준은 '전공의가 현재 일하고 있는 수련병원으로의 복귀'다.

전 실장은 "복귀는 기본적으로 제자리로 돌아가는 게 복귀다. 그러니까 수련병원으로 돌아가는 게 복귀"라면서 "사직서를 병원장이 수리하면 그때부터는 전공의 수련은 끝나는 걸로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전공의가 원래 소속된 수련병원에 돌아가지 않고 사직서가 수리될 경우 수련 규정에 따라 다른 병원의 취업은 약 1년간 불가능하다.

전문의 수련 규정에는 '전공의가 사직하는 경우 1년 이내에 같은 과목, 같은 연차로 다시 복귀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전 실장은 "이 부분은 전문의 수련 규정에 따른 내용인데 전공 과정에서 중간에 사직하는 경우 1년 이내에 같은 과목에 같은 연차에 다시 복귀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며 "사직을 하는 전공의는 내년 이맘 때까지는 복귀가 어렵다고 규정돼 있다"고 강조했다.

만약 이 규정에 따른다면 사직 전공의들은 실질적으로 2026년 3월까지는 수련병원 취업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원칙적으로 수련병원들의 전공의 선발은 3월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다만 전 실장은 "(전공의 선발이) 3월을 기준으로 하고 있고, 중간에 사직하거나 자리가 비는 경우에는 9월에 다시 충원할 수 있는 예외적인 상황으로 운영을 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추가적으로 더 필요한지는 상황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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