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하고 싶어도 못한다...'지분제한'에 은행주 밸류업도 '반쪽'
[편집자주] '코리아 밸류업'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은행주. 하지만 은행법에 근간을 둔 금융지주사법이 은행주 밸류업을 가로막고 있다. 안정적인 수익률, 전 국민에게 돌아가는 배당수익으로 국민연금이 최적의 투자자로 꼽히지만 매수하는데 제한이 따른다. 일부 은행지주사는 대주주 지분율이 높다는 이유로 자사주 소각을 못할까 고민할 정도다. 은행주가 밸류업 모범생이 되고 국민 배당주로 거듭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본다.
일부 은행지주회사가 자사주 매입·소각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자사주 소각은 대표적인 기업가치 제고 방안이지만 금융지주회사법의 '지분 제한' 조항이 발목을 잡았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전체 주식 수가 줄어 대주주 지분율이 제한선을 넘어갈 수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JB금융지주의 대주주 삼양사는 지분 14.75%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삼양사 14.28%, 수당재단 0.45%,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0.01%가 합쳐져 14.75%를 구성하고 있다. 수당재단은 삼양그룹의 장학재단이다.
2대 주주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은 14.18%를 갖고 있다. 얼라인은 JB금융이 적극적으로 자사주를 매입·소각하는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높일 것을 요구 중이다. JB금융에 올해 새 사외이사 2명(이희승·김기석)을 합류시키기도 했다.
자사주 매입·소각은 가장 효과적인 밸류업 방안 중 하나다. 매입만으로도 시장에 매수 신호를 주는데, 소각까지 하면 전체 주식 수가 줄어들면서 주당 가치가 증가한다. 같은 금액을 배당한다면 DPS(주당배당금)이 오르는 효과도 있다. JB금융도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지난해 매입한 3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중 200억원가량을 지난 2월 소각했다.
하지만 JB금융은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대주주 지분율 제한'이라는 제약 때문이다. 금융지주회사법 8조2에 따르면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는 지방은행지주회사의 15%를 초과해서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 만약 JB금융이 자사주를 추가 소각하면 전체 발행주식수가 줄면서 대주주 삼양사의 지분율이 15%를 넘길 수 있다.
자사주 소각에 제동이 걸리면 밸류업에도 부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양사가 보유한 지분을 줄여주면 은행도 자사주 소각을 더 할 수 있지만 강제적으로 처분하라고 할 수 없다"며 "소각은 제한적일 것이고, 주주가치 제고를 하는 데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얼라인과 삼양사의 지분 격차가 0.57%P(포인트)에 불과해 삼양사도 지분을 줄이기 어려운 구조"라며 "얼라인의 입김을 삼양사가 막아주는 구도를 생각해봤을 때 JB금융이 삼양사에게 지분을 줄여달라고 할 가능성도 아주 낮다"고 말했다.
JB금융은 소각 대신 배당 정책으로 밸류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분기 균등 배당을 도입해서 배당주 투자 매력을 높일 방침이다. 김기홍 JB금융 회장도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분기 균등 배당이 바람직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마친 DGB금융지주도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DGB금융의 최대주주 OK저축은행은 9.55%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방은행지주회사때는 동일인의 15% 지분 제한이라 여유가 있었지만, 시중은행지주사가 되면서 제한선인 10%에 바짝 다가섰다.
황병우 DGB금융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최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기도 했는데, JB금융과 마찬가지로 소각을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하는 상황을 겪을 수 있다. 다만 DGB금융은 아직 보유한 자사주를 소각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DGB금융 관계자는 "OK저축은행이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염두에 두고 배당·지분제한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10% 가까이 채운 게 아닐까 판단이 든다"며 "구체적인 밸류업 정책은 4분기쯤 시장과 소통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병권 기자 bk2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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