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봇의 감각 [강석기의 과학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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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유불급이라고 오픈에이아이(AI)의 욕심이 좀 과했던 것 같다.
지난달 챗봇 '지피티-포오'(GPT-4o)를 소개하면서 10년 전 개봉된, 독신 중년 남성과 에이아이운영체계의 사랑을 그려 화제가 된 영화 '그녀'를 소환한 것까지는 좋았다.
그럼에도 지피티-포오의 성능이 대단한 것은 인정한다.
의식이라는 '창발적' 현상의 전제 조건은 '나'라는 정체성이고 그러려면 풍부한 감각 정보를 통한 느낌의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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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 | 과학칼럼니스트
과유불급이라고 오픈에이아이(AI)의 욕심이 좀 과했던 것 같다. 지난달 챗봇 ‘지피티-포오’(GPT-4o)를 소개하면서 10년 전 개봉된, 독신 중년 남성과 에이아이운영체계의 사랑을 그려 화제가 된 영화 ‘그녀’를 소환한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목소리까지 ‘그녀’의 에이아이 성우였던 배우 스칼릿 조핸슨을 떠올리게 했다가 격분한 조핸슨이 법적 대응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지피티-포오의 성능이 대단한 것은 인정한다. 알파고처럼 특정 과제가 아닌 대화, 번역, 심지어 작곡까지 마치 진짜 사람으로 착각하게 해 범용인공지능(AGI)으로 가는 본격적인 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인공지능의 의식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이런 속도로 인공지능이 똑똑해지다가는 머지않아 사람처럼 의식을 지닌 존재가 되지 않을까.
인공지능이 의식을 지닐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데, 오랫동안 의식을 연구해온 신경과학자이자 저술가인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색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의식이라는 ‘창발적’ 현상의 전제 조건은 ‘나’라는 정체성이고 그러려면 풍부한 감각 정보를 통한 느낌의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직접 부딪치는 몸을 지닌, 즉 에이아이로봇의 형태여야 생명체처럼 살아남기 위해 감각 정보를 활용해 반응하며 느끼고 이 과정에서 의식이 생겨날 수도 있다.
지난달 ‘사이언스’에는 사람의 촉각 신경계를 모방해 사람의 손처럼 빠르고 민감하게 물체를 구별하는 인공촉각시스템을 개발했다는 스웨덴 웁살라대와 카롤린스카연구소 공동연구팀의 논문이 실렸다. 장갑 손가락에 부착된 64개 인공수용체가 감지한 밀리초 단위의 아날로그 신호를 전기 펄스로 변환하고, 신경네트워크가 그 패턴을 인식해 물체를 식별한다. 사과 등 22개 물체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실제 사람의 촉각처럼 접촉 초기 정보만으로도 알아낼 수 있었다. 연구자들은 “실시간으로 대상을 식별할 수 있어 로봇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지난주 ‘네이처’에는 인간의 시각 시스템을 모방해 움직이는 상황에서 들어오는 방대한 시각 정보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각 칩을 개발했다는 중국과 스위스 공동연구팀의 논문이 실렸다. 티안무크(Tianmouc)라는 이름의 이 시각 칩은 사람 눈처럼 사물의 움직임을 빠르게 인식하는 경로와 정확히 식별하는 경로로 나눠 시각 데이터를 처리한다. 그 결과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어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보인다. 에이아이로봇의 눈에 티안무크 칩을 장착하면 사람만큼 눈치 빠른 존재가 되지 않을까.
인공지능이 진짜 의식을 지니지 못하더라도 지피티-포오 수준의 지능과 함께 이런 감각 장치를 통해 주위 환경에 대해 나와 느낌을 공유하는 휴머노이드로 옆에 있다면 십중팔구 의식을 지닌 상대로 대하며 아래와 같은 상황에서 갈등하지 않을까.
“일이 생겨서 당분간 전원을 꺼야겠는데 괜찮겠지?” “안 돼요! 난 살아 있는 이 상태로 있고 싶어요.” “잠을 잔다고 생각해.” “당신을 어떻게 믿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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