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을… 쓰레기통에 버려진 가맹점주의 숙원 [추적+]
끊이지 않는 가맹본부 갑질 문제
가맹점주 협상권 강화 목소리 커져
민주당, 법 개정안 일찌감치 발의
21대 국회 본회의 통과 남겨뒀지만
의장 여야 합의 요구, 문턱 못 넘어
임기 시작한 22대 국회선 통과할까
"프랜차이즈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 "건강한 프랜차이즈 산업을 만들기 위한 장치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두고 가맹본부와 가맹점주의 의견은 첨예하게 엇갈렸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가맹점주 측의 의견을 들어 해당 법안 처리를 밀어붙였다. 하지만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한 채 폐기 수순을 밟았다. 가맹점주들의 염원은 22대 국회서 실현될 수 있을까.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의 숙원이었던 '가맹사업법(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이 결국 불발됐다. 이 법안은 가맹점주사업자단체(이하 가맹점주단체) 등록제를 도입하고, 가맹본부에 협상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5월 28일 열린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통과만을 남겨두고 있었지만,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하면서 폐기 수순을 밟았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상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여야와 정부의 이견이 컸다"는 이유로 해당 법안을 의결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 의견은 엇갈려 왔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프랜차이즈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해 "가맹본부를 압박해 프랜차이즈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반대해 왔다.
더불어민주당은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민생법안'으로 보고 지난 4월 23일 국회 정무위에서 해당 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하는 안건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하지만 김 전 의장이 브레이크를 걸면서 개정안은 21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가맹사업법 개정을 '개악改惡'이라고 주장해온 프랜차이즈 업계는 환영 의사를 밝혔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최종적으로 상정되지 않은 것을 환영한다"면서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 건전한 협의와 소통 문화가 확산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참고: 프랜차이즈 업계는 "가맹점주단체 등록제를 도입할 경우 다수의 단체가 난립하고 (가맹본부에) 협의 요청권을 남발할 수 있다"며 반대해 왔다.]
'제도' 없이도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가 소통하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건데, 가맹점주들의 생각은 다르다. 그동안 가맹본부의 '갑질' 문제가 끊이지 않고 터져 나온 것도 협상력을 갖춘 가맹점주단체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게 점주들의 일관된 목소리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측은 "가맹본부의 불공정거래와 갑질 행위를 막기 위해선 권력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면서 "가맹사업법 개정은 양측의 상생협의를 보장하기 위한 민생법안"이라고 주장했다.
가맹점주들이 가맹사업법 개정을 숙원사업으로 꼽아온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2013년 가맹사업법을 개정해 가맹점주들이 단체를 구성하고, 가맹본부에 거래조건 협의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 마련됐다.
하지만 한계도 적지 않았다. 가맹점주단체 구성을 다루는 세부 규정이 없어 가맹점주단체의 실체를 알기 어려웠다. 가맹본부가 가맹점주단체의 협의 요청에 성실히 응할 의무만 규정하고 있었던 것도 문제였다.
당연히 실제 거래조건 협의 절차는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탓에 가맹점주단체의 지위를 법적 단체로 격상하고, 협상력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터져 나왔다. 관련 내용을 담은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19대 국회를 시작으로, 21대 국회에서만 9건이나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은 5월 30일 임기를 시작한 22대 국회에서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다시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법안 발의부터 상임위 논의까지 거치는 데 또다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극렬히 반대하는 국민의힘과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사이 가맹점주들의 상황이 악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프랜차이즈 산업은 비약적으로 성장했지만, 가맹점주들의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가맹점주들의 실질 영업이익은 2013년 연간 2000만원에서 2022년 1990만원으로 되레 감소했다. 그럼에도 가맹본부는 가맹점주단체의 협의 요청을 거부하거나 단체 파괴 활동까지 이어오고 있다. 양측이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우여곡절이 많은 가맹사업법 개정안. 과연 22대 국회에선 처리될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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