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창작욕 없앨 수 있다"... 저작권 규범 정립 목소리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4일 앰배서더서울풀만호텔에서 '2024 서울 저작권 포럼'을 열었다. 행사 주요 관계자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유튜브 생중계 캡처.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일상 속으로 파고드는 가운데, AI를 둘러싼 새로운 저작권 규범 정립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AI 학습을 위해 들어가는 대량의 저작물 데이터부터 이를 통해 산출되는 AI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는 4일 앰배서더서울풀만호텔에서 '2024 서울 저작권 포럼'을 열고 국내외 정부와 산업계, 학계 전문가가 참석한 가운데 이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생성형 AI와 저작권: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서'를 주제로 열린 올해 포럼은 지난해에 이어 생성형 AI가 야기하는 다양한 저작권 문제에 집중했다.

정향미 문체부 저작권국장은 "저작권 보호와 저작물 이용 활성화라는 가치는 현재 저작권 제도를 지탱하는 두 개의 든든한 기둥"이라며 "현행 저작권법 역시 이런 취지를 담아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해 문화와 관련산업의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생성형 AI 출현으로 새로운 저작물 이용행태가 늘어나고 있으나 저작권 제도는 굳건히 지켜져야 한다"며 "그래야 AI 기술발전이 무엇을 위해 이뤄져야 하는지 또렷한 지향점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문체부가 가동 중인 관련 워킹그룹 좌장인 이대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조연설을 통해 생성형 AI의 도입으로 제기된 의문점과 한국의 정책적 대응 방향을 소개했다. 이 교수는 "기술은 인류가 창의적인 표현과 저작물을 향유하는 도구인 동시에, 인류의 창작욕을 없앨 수 있는 위험성도 있다"며 "특히 생성형 AI는 인간이 기술 혜택을 만끽하게 하면서, 반대로 인간의 창작물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생성형 AI를 위한 데이터 수집부터 AI 산출물까지 전 사이클에서의 저작권 이슈와 구체적인 쟁점 사례를 소개하고, 지난해부터 문체부가 진행하고 있는 AI-저작권 제도개선 워킹그룹 성과를 설명했다. 문체부는 지난해 2월 워킹그룹을 발족하고 약 10개월에 걸친 논의를 통해 같은 해 12월 생성형 AI 저작권에 대한 안내서를 발표한 바 있다. 안내서에는 AI 사업자, 저작권자, AI 사용자가 현행 저작권 범위 내에서 알아야 할 사항과 유의할 사항 등을 명시했다.

이날 포럼에는 대런 포고다 미국 특허상표청 법률자문관, 유키히로 미와 일본 문화청 선임법률자문관, 토마스 마르고니 벨기에 루벤대 교수가 참석해 저작권에 대한 각국의 정책 대응 현황을 발표했다. AI 업계와 학계가 바라보는 AI와 저작권 사이 균형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이문기 코난테크놀로지 이사는 "저작물을 창작 콘텐츠로 보는 저작권자의 인식과 데이터 관점으로 바라보는 개발사의 인식이 다르기 때문에 균형이 맞지 않은 것"이라며 "저작물 사용권 관련 협의가 대규모 콘텐츠를 보유한 사업자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보상이 특정층에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니아 쿠퍼 마이크로소프트 법무실장보는 AI와 저작물에 대한 기업의 투자와 데이터에 대한 폭넓은 접근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혜인기자 hye@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