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경부암도 로봇수술 대세 … "유전체 검사로 맞춤치료도 가능"
턱뼈나 입술 등 절제하지 않고
설근·편도·후두에 로봇이 접근
사람 손보다 정교한 종양 제거
수술시간도 절반으로 단축
유전자 검사로 예후도 분석
"최근 10년 사이 로봇으로 두경부암을 수술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특히 조기 설근암, 편도암, 후두암 치료에 경구강 로봇수술(TORS)을 활용하는 것이 부쩍 늘었는데요. TORS가 도입되면서 숨 쉬는 게 힘들다든지, 먹거나 말하는 게 어렵다든지 등 수술 후유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두경부외과의 권위자로 꼽히는 이동진 한림대강남성심병원장(이비인후과 교수)이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만나 암 치료 분야에서 로봇 수술의 활용도를 강조했다. 그는 "턱뼈를 자르거나 입술 등을 절제하지 않고도 암 병변에 정확히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이 로봇을 활용하는 것"이라며 "좁은 부위에 있는 종양을 사람 손보다 더 정교하게 떼어낼 수 있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두경부암이란 코, 부비동, 구강, 안면, 후두, 침샘, 갑상샘 등 쇄골 상부와 인두 이하에 발생하는 모든 악성종양을 일컫는다. 구강암, 후두암, 인두암, 침샘암, 비부비동암이 대표적이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이 로봇 수술을 처음 도입한 건 2007년 '다빈치 로봇 수술센터'를 개설하면서다. 산부인과 자궁근종 수술을 시작으로 전립샘암, 대장암, 자궁암 등의 치료에 로봇이 사용됐다. 이후 2015년 4세대 다빈치 기기가 도입되면서 방광암, 위암, 신장암, 두경부암 등 더 많은 분야에서 로봇 수술을 적극 시도하고 있다. 이 병원장은 "복부에 있는 수많은 기관이 전부 목이라는 얇은 통로를 통해 뇌로 올라가기 때문에 두경부 부위는 수술하기 매우 까다로운 공간"이라며 "암 수술 시 기능 장애를 최소화하려면 최소 침습이 필수인데 그런 점에서 로봇 활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경부암의 로봇 수술은 2개의 로봇 팔과 3차원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를 환자의 입안에 넣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장비들이 목적지에 도달하면 의사가 로봇 팔을 조종하면서 종양과 주변 안전 범위를 제거한다. 이 과정에서 카메라는 수술 부위를 10~12배 확대해 보여주며 의료진의 정확한 판단을 돕는다. 이 병원장은 "편도나 혀뿌리와 같은 구인두, 하인두 등 사람 손이 닿기 힘든 곳에 로봇을 활용하면 암 병변에 비교적 쉽게 닿을 수 있다"며 "카메라에 관절이 있어 자유자재로 구부러지기 때문에 여러 각도에서 병변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통상 두경부암 제거술에는 5~6시간 정도 소요된다. 로봇을 활용하면 수술 시간은 절반 수준인 2~3시간으로 단축된다. 이 병원장은 "종양 제거 후 실시하는 지혈, 봉합 작업 등도 정밀하게 할 수 있어 회복이 빠르다는 것 역시 특징"이라며 "고령 환자나 미용적 측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환자일수록 로봇 수술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올해 3월부터 한림대강남성심병원을 이끌고 있는 이 병원장은 고려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의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컬럼비아대, 텍사스 엠디앤더슨 암센터 등에서 근무하며 해외 연수 경험을 쌓았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에서는 이비인후과 과장과 수련교육부장, 기획실장, AI(인공지능)·빅데이터센터장, 진료부원장 등을 역임했다. 두경부암 치료 분야에서 로봇 수술을 적극 시행하는 교수로 알려져있다.
이 병원장은 로봇 수술에서 더 나아가 두경부암의 예후를 미리 알 수 있는 진단법을 개발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앞서 그는 2018년 '두경부 편평세포암에서 임상 경과를 예측할 수 있는 3가지 유전학적 아형'이란 논문을 발표하며 학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논문의 골자는 유방암이나 대장암처럼 두경부암도 유전체 분석을 통해 예후가 어떨지, 개별 환자에게 어떤 치료제를 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지 등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 두경부암 분야에서 환자의 맞춤 치료 가능성을 제기한 연구는 이 병원장의 논문이 최초다.
이 병원장은 "후두암, 편도암, 비인두암 등 종류에 관계없이 모든 두경부암을 3가지 타입으로 나눌 수 있다"며 "이렇게 구분된 분자생물학적 아형이 무엇이냐에 따라 암의 진행 경과와 치료 방법이 각기 달라진다"고 말했다. 즉 환자별로 두경부암의 유전체 특징을 파악하면 적절한 치료법을 결정할 수 있고 경과 예측도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이 병원장은 "해당 연구를 통해 앞으로 두경부암도 환자 개개인에 특화된 맞춤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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