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황 "삼성 HBM 테스트 실패 아니다"

차세대 AI GPU 탑재 유력
인증 실패 외신보도 부인
SK와 주도권 경쟁 가속도

삼성전자의 HBM3E 12H D램. 삼성전자 제공

SK하이닉스 HBM3E. SK하이닉스 제공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인증 테스트가 실패한 게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삼성전자의 HBM이 탑재될 것이 유력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간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주도권 경쟁이 한층 달아오를 전망이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황 CEO는 이날 대만 타이베이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제공한 HBM 반도체를 검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아직 어떤 인증 테스트에도 실패한 적이 없지만 삼성 HBM 제품은 더 많은 엔지니어링 작업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이는 삼성전자의 HBM이 엔비디아의 품질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다는 외신 보도를 정면 부인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24일 삼성전자가 발열과 전력 소비 등으로 엔비디아에 HBM를 납품하기 위한 테스트를 아직 통과하지 못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삼성전자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현재 다수의 업체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지속적으로 기술과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다"면서 "HBM의 품질과 성능을 철저하게 검증하기 위해 다양한 테스트를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와의 HBM 주도권 다툼이 한층 더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앞서 TSMC와의 협력해 2026년 HBM4를 양산하겠다고 밝혔으나, 지난달 기자 간담회에서 이를 내년으로 수정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자사 뉴스룸에 공개한 신임 임원들 인터뷰에서 "차세대 HBM 제품 등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도록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의 계획을 미리 논의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현시점에서 HBM 시장에서 승기를 잡은 곳은 SK하이닉스다. 2013년 HBM을 최초로 개발한 SK하이닉스는 이를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공급하며 시장 우위를 점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0%, 삼성전자가 40%, 마이크론이 10% 내외다.

추격자인 삼성전자는 올 초 세계 최초로 12단 HBM3E를 개발하는 등 본격적인 분위기 반전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달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을 경계현 사장에서 전영현 부회장으로 전격 교체했는데 이는 사업에서 위기감을 반영한 결과라는 게 업계 안팎의 평이다.

이런 가운데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의 HBM 탑재 가능성을 언급함에 따라, 내년 이후 주도권은 HBM4을 누가 먼저 엔비디아 등에 납품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TSMC와 협력해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며, 삼성전자는 개발팀을 HBM3E와 HBM4로 나눠 '초격차' 경쟁력 확보를 위한 총력전 체제를 구축했다.

전영현 부회장은 앞서 사내 게시판에 올린 취임사에서 "지금은 AI 시대이고 그동안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며 "이는 우리에게 큰 도전으로 다가오지만 방향을 제대로 잡고 대응한다면 AI 시대에 꼭 필요한 반도체 사업의 다시없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