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에 쓰인 詩'…조금 다른 길을 걸었던 단색화가 김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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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세상을 떠난 화가 김기린(1936∼2021)은 박서보 등과 가까이 교류하며 활동했던 단색화가군의 한 명이지만 국내에는 다른 작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 본관에서 5일 시작하는 김기린의 개인전 '무언의 영역'은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삶을 소개하며 다른 단색화가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걸었던 작가를 조명하는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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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지난 2021년 세상을 떠난 화가 김기린(1936∼2021)은 박서보 등과 가까이 교류하며 활동했던 단색화가군의 한 명이지만 국내에는 다른 작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 본관에서 5일 시작하는 김기린의 개인전 '무언의 영역'은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삶을 소개하며 다른 단색화가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걸었던 작가를 조명하는 전시다.
처음부터 미술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했던 다른 작가들과는 달리 김기린은 고등학교 때 불어 선생님이 들려준 아르투르 랭보와 스테판 말라르메 등의 시에 빠져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했다. 1961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지만, 이 역시 그림이 목적이 아니라 생텍쥐페리를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랭보나 말라르메의 시를 읽으며 시를 쓰고자 했지만, 프랑스어로는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기 힘들다는 생각에 시 대신 회화를 수단으로 택했고 미술사와 미술을 공부했다. 그는 생전 "나는 계속해서 시 작업을 했으나 글이 아닌 그림을 통해서였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파리 국립고등장식미술학교에서 학위를 받은 그는 미술품 복원 전문가로 생계를 꾸리면서 자신의 세계는 회화로 풀어냈다.
초기에는 구상적인 경향의 작업을 했지만 1970년 이후 그의 고유한 회화 언어가 구축되기 시작한다.
그는 캔버스에 신문지로 기름기를 제거한 유화 물감으로 밑작업을 한 뒤 큰 격자를 그리고 그 안에 다시 미세한 네모꼴을 만들었다. 마치 원고지에 시를 쓰듯이 네모꼴 안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비슷한 크기의 색점을 찍고 그 위에 색을 수십 번 반복해 칠하고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같은 패턴으로 붓질을 하지만 항상 색점을 똑같게 찍을 수는 없는 만큼 조금씩 다른 모양과 질감으로 도톰하게 형성된 색점이 독특한 표면과 리듬을 만들어낸다.
늘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작업하던 작가에게는 음악이 곧 색이었다. 그는 생전 인터뷰에서 멘델스존을 들을 때는 노란색이, 차이콥스키의 음악에서는 회색이, 베토벤의 곡에서는 녹색이 떠오른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작품 속 자주 등장하는 붉은 색은 그의 작업실에 남겨진 브람스의 LP판 표지색이기도 했다.
전시에서는 1970년작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연작과 1980년대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계속했던 '안과 밖' 연작과 함께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종이에 그린 유화 작업 등 40여점이 소개된다. 생전 가깝게 지냈던 박서보 화백이 1979년 한국 화단의 소식을 전하며 한국 전시를 위해 작품을 보내 달라고 요청했던 편지, 프랑스 개인전 당시 현지 언론의 기사, 김창열 화백과 함께 찍은 사진, 작가가 쓴 시 등 아카이브 자료도 함께 볼 수 있다.
갤러리측은 "작고 이후 처음 열리는 개인전인 만큼 '화면에 쓰인 시'라는 키워드로 그의 생애에 집중한 전시"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7월14일까지.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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