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간 배터리 각축장 된 유럽 시장…“규제 대응이 관건”
한국배터리산업협회가 법무법인 광장과 함께 4일 ‘유럽연합(EU) 배터리 정책 기업 활용 세미나’를 열고 오는 8월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가는 EU 배터리 규정이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모색했다.
유럽은 중국에 이은 세계 2위 전기차 시장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인해 미국 시장 진입이 어려워진 중국 기업들이 유럽으로 눈길을 돌리면서 업체 간 경쟁이 한층 격화되는 양상이다.
배터리산업협회에 따르면 중국 배터리의 EU 시장 점유율은 2022년 34%에서 지난해 42%로 늘어난 반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점유율은 중국 기업의 유럽 진출 확대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박태성 배터리산업협회장은 “당장은 탄소발자국, 공급망 실사 등 유럽의 다양한 배터리 규제가 중국 업체들을 겨냥하고 있어 국내 업체들이 그에 따른 반사이익을 볼 수 있겠지만, 발 빠른 대응에 실패할 경우 국내 배터리 및 부품 업체들도 직격탄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EU 공급망 실사 지침 등 각종 규제안이 최근 EU 의회를 통과했지만 아직 위임법과 이행법 등이 세부적으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오는 불확실성으로 혼선을 겪고 있다.
법무법인 광장의 김상민 변호사는 “EU 공급망 실사 지침은 EU 역내 기업에 직접 적용될 뿐만 아니라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끼치므로 상당수 국내 기업들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EU 탄소발자국 계산법 및 공급망 실사 지침과 관련된 사항을 공유하고 신속한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하는 까닭이다.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법무법인 광장의 박태호 국제통상연구원장은 ‘글로벌 통상환경과 배터리 산업에 대한 시사점’이라는 주제의 기조연설에서 “기업의 해외 진출과 무역 확대보다 자국 산업을 우선시하며 빗장을 걸어 잠그는 정책 기조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특히 AI(인공지능),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핵심광물 등 분야에서 미국과 유럽의 대중 압박 정책은 더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원장은 이어 “환경·인권·안보·디지털 분야 통상정책을 추진 중인 EU의 각종 규제 요건을 준수하기 위한 실사, 연구·개발, 생산 공정 등 새로운 대외경제 전략을 수립하고 첨단기술 제품 관련 소재 및 부품의 글로벌 허브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할 때”라고 덧붙였다.
EU의 새로운 배터리 규정에 따르면 배터리 업체들은 EU 시장 내 배터리의 생산부터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친환경성 및 안전성을 입증하고, 제품에 QR코드를 부착해 원료(원산지 포함)와 탄소중립 계획을 상세히 기록해야 한다. 제3국산 전략적 원자재 의존도를 역내 전체 소비량의 65% 미만으로 규제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강제노동을 통해 만들어진 수입품의 역내 판매가 전면 금지된다. 기업에 인권·환경 보호를 위한 실사 의무를 부과하는 공급망 실사 지침 등도 더해진다.
이러한 내용의 ‘EU의 배터리 관련 주요 규범 업데이트’를 발표한 법무법인 광장의 박정현 변호사는 “EU가 마련한 규범을 확실히 파악하고 지키는 것이 유럽 시장을 둘러싼 중국 배터리 업체와의 경쟁에서 비교 우위를 지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권재현 기자 jay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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