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개인정보, 외국기업에 주라고?"... 커지는 마이데이터 논란

황국상 기자 2024. 6. 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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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협 등 8개 단체 토론회 "국내 개인정보 외국사업자 이전" 우려
"데이터 생성 기업의 경제적 가치도 중요"
4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 &SPACE(엔스페이스)에서 개인정보보호법학회와 벤처기업협회,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한국게임산업협회, 한국여성벤처협회, 한국온라인쇼핑협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 8개 단체 공동 주최로 '이종산업 간 마이데이터, 데이터산업 발전인가? 퇴보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 사진제공=한국인터넷기업협회


내년부터 이종 산업간 개인정보 등 데이터 이동을 규정한 전분야 마이데이터(개인정보 전송요구권) 시행을 앞둔 가운데 마이데이터 제도의 시행을 미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4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 &SPACE(엔스페이스)에서 개인정보보호법학회와 벤처기업협회,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한국게임산업협회, 한국여성벤처협회, 한국온라인쇼핑협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 8개 단체 공동 주최로 열린 '이종산업 간 마이데이터, 데이터산업 발전인가? 퇴보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오간 얘기들이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은 환영사에서 "개정안의 전송의무자로 포함된 우리나라 오픈마켓 기업들은 알리, 테무 등 C(중국)커머스의 공습으로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하루하루 힘겹게 버텨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세계적으로 자국 IT 기업을 보호하고 성장을 지원하는 정책을 발표하는 것이 추세인 만큼, 우리나라도 국민의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면서도 IT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너도나도 반대하는 제도, 시행 미뤄야"
이날 패널 토론의 좌장으로 나선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너도나도 반대하는 제도는 시행을 잠시 미루고, 더욱 심도 깊은 논의와 대화를 이어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마이데이터란 기업이나 기관 등이 보유한 개인(정보주체) 관련 각종 정보를 정보주체 요구에 따라 이동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는 내용이다. 이를테면 개인은 A,B,C기업에 있던 내 정보를 D기업, 또는 E기관에 옮길 것을 요구할 수 있고 A,B,C기업은 이에 응해야 한다. 종전까지 금융·공공에 국한돼 시행되던 마이데이터 제도는 지난해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으로 전 분야로 확산될 예정이다. 다만 업종별 준비 상황 등에 맞춰 일단 의료, 통신, 유통 등 국민 편익이 크고 중요성이 크다고 판단되는 영역에서부터 시행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마이데이터 제도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이번 토론회도 그 일환으로 마련됐다. 발제자로 나선 정신동 한국외대 교수는 EU(유럽연합)의 사례를 들어 "정보주체가 사업자에게 제공한 상호작용 데이터를 통해 (사업자의 영업상) 비밀로 유지돼야 할 사항이 외부에서 추론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영업비밀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할지라도 전송 대상이 단순한 개인정보의 집합이 아닌, 데이터 세트로서 기업의 노하우가 반영된 것이라면 이를 전송요구권 대상으로 규율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발제자인 전응준 변호사(법무법인 린)도 "외국 사업자에게도 전송요구권 규정이 적용돼 한국 사업자가 보유하는 국내 정보주체의 개인정보가 외국 사업자에게 이동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기준에 해당하는 개인정보를 관리하지만, 대규모 적자를 보는 정보전송의무자가 있을 수 있으므로 시행령 등에서 이러한 부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선지원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데이터 산업에서는 재화로서의 데이터성격을 고려한 정책설정이 중요하다"며 "데이터를 생산해 낸 기업들의 경제적 가치 역시 중요하게 검토돼야 하고, 기술적 타당성은 실현을 위한 비용보다 편익이 높을 때 달성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계인국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어떠한 시장가치를 만들지에 대한 논의가 충분치 않은 상태로 제도가 추진되다 보니, 기업에 대한 정보공개법처럼 되고 있는 것"이라며 "이번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은 새로운 데이터 시장을 창설하는 형태가 아니라, 시장을 국가가 지배하는 구조가 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산업계도, 시민단체도 반대" vs "단계적·점진적 추진, 우려 해소방안 강구"
사창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팀장도 "고객의 민감정보가 본인도 모르게 전송될 우려와 여기에는 타인의 정보까지 포함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가 있다"며 "정보전송의무가 성장하는 스타트업 업계에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 상급병원이나 기간통신사업자부터 신중하게 적용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쪽을 대변해 나선 오병일 진보네트워크 대표도 "마이데이터에 대해 기본적으로 비판적인 입장"이라며 "시민사회 단체에서는 한 번도 마이데이터 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한 바 없고 산업계도 시민사회도 환영하지 않는 제도"라고 말했다. 정보주체의 권리를 위한 데이터 전송권은 폭넓게 인정될 필요가 있지만 이것이 현재 법령에서 규정한 마이데이터 사업과 분리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황지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범정부 마이데이터 추진단 과장은 "마이데이터 정책은 급진적으로 추진하지 않고 의료, 통신, 유통부터 단계적, 점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며 "민감정보에 대해서도 정보주체가 알고 요구할 수 있는 방식 등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영업비밀 등과 관련해서도 마이데이터를 통해서 어떠한 리스크가 커질 수에 대해서 대해서는 사업자들의 의견을 듣고 우려하시지 않도록 해소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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