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혹행위로 훈련병 사망했는데…중대장엔 ‘전우조’까지 붙여 귀가시킨 육군 [저격]
[저격-29] 지난달 23일 오후 제12보병사단에서 훈련병 6명이 전날 밤 떠들었다는 이유로 A 중대장 지시에 완전군장 상태로 연병장 뜀걸음과 팔굽혀펴기, 선착순 달리기를 하는 군기훈련(얼차려) 명목으로 가혹행위를 받았습니다.
결국 이로 인해 한 훈련병이 사망했습니다.
같이 군기훈련을 받던 동료 훈련병이 이를 파악하고 간부에게 보고했으나, 간부들은 꾀병 취급하고 계속 군기훈련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지난 4일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훈련병 사망사건 수사전담팀이 숨진 훈련병과 함께 군기훈련을 받았던 동료 훈련병 5명을 대상으로 참고인 조사를 벌인 결과 건강 이상을 보고한 훈련병은 없었던 것으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결국 해당 훈련병은 군기훈련을 시작한지 40분 만인 오후 4시 30분에 쓰러졌습니다.
쓰러진 뒤 수십 분간 방치되다 발견돼 다른 군인 여럿이서 오후 5시 20분경 신병교육대대 의무실로 이송 후 군의관 지시로 수액을 맞았습니다.
이후 훈련병은 오후 6시 50분경 군 병원이 아닌 민간 병원인 속초의료원으로 응급 후송됐습니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속초의료원 도착 당시 훈련병의 체온은 41.9도였습니다.
실제로 질병관리청은 사망한 훈련병을 올해 첫 열사병 추정 사망자로 분류했습니다.
한 응급의학과 교수는 “열사병은 ‘시간 싸움’”이라며 “수액은 열탈진 조치법이다. 이 훈련병은 체온을 빠르게 낮추는 조치가 필요했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당시 중대장이 병원에 동행했음에도 단순히 ‘뛰다가’ 상태가 이렇게 됐다고 병원에 설명했습니다. 가혹행위 수준의 군기훈련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당시 상황을 허위로 축소해 병원 측에 설명한 것이 아닌지 의혹이 제기됩니다.
본지 취재 결과 1차 병원인 속초의료원에서 투석을 할 수 없어 2차 병원인 강릉아산병원으로 이송할 때, 훈련병이 ‘뛰던 중’ 쓰러져 열탈진, 의식 소실 반복, 간부전, 저혈량성 쇼크, 간농양, 갑상선 기능항진증, 강한 스트레스로 인한 심근병증, 만성신부전증, 경련 등 증상을 보인다고 진료의뢰서를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 대형로펌 B 변호사는 “당시 훈련 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한 가혹행위가 있었고, 주변에서 사망 장병의 이상 징후를 이야기까지 했음에도 가혹행위를 이어갔던 점, 당시의 날씨와 상황, 중대장의 지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단순히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아니라 피해 장병이 사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예견할 수도 있었다고 보인다”고 했습니다.
김진우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고문이고 가혹행위”라며 “훈련병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병원 이송도 안 했다”고 일침했습니다.
육군사관학교 출신 최영기 법률사무소 승전 변호사는 “20년 전 군 생활을 했을 때도 완전군장에 책을 넣은 적이 없었고 팔굽혀펴기를 한 적도 없었다. 심지어 완전군장 선착순 두 시간은 이견의 여지가 없는 가혹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진우 변호사는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다”며 “단순한 업무상 과실치사를 넘어 훈련병이 아픔을 호소하는데도 중단 시키지 않고 얼차려를 표방한 고문행위를 지속했다. 이번에 희생자가 없었다면 또 다른 희생자가 발생했을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김승환 법률사무소 GB 변호사는 “이 사건은 규정을 위반한 가혹행위라는 점에서 군형법 제62조 제1항 직권남용에 의한 가혹행위에 해당하고,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 또는 최소한 형법상 중과실치사죄에는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며 “과거 대법원 판결에서 훈계의 한도를 벗어난 장교의 가혹행위로 인해 군인 피교육생이 사망한 사건에서, 가혹행위, 중과실치사죄를 유죄로 인정한 판례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만약 사건 당시 피해자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이 있었다면, 직무를 수행 중인 훈련병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통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볼 수 있다”며 “군형법 제60조 제4항 3호에 따라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의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러한 사실관계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현행 군형법에서는 가혹행위에 대한 규정만 존재하고, 가혹행위로 인해 사망한 경우에 대한 가중처벌 조항이 없는 것으로 보여, 형법상 죄명으로 다룰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며 “이 점에 대해서는 반드시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중대장의 심리상태가 불안정하다는 이유였습니다.
홍승민 법무법인 담솔 변호사는 “피의자에 대한 심리 상태 관리는 전대 미문의 사건”이라며 “가해자 입장에서는 힘들다고 토로할 수는 있지만 의무실에 가거나 개인적으로 병원에 가서 상담 받으면 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러한 지원이 유족 입장에서 2차 가해라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최영기 변호사는 “가혹행위는 군형법상 징역형밖에 없다”며 “이러한 중대범죄자를 구속하지 못할 망정 멘토 붙여 심리지원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일침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자체가 2차 가해로 비쳐질 수 있고 유족들 입장에서는 2차 가해에 대한 별도 손해배상 청구할 수 있다”며 “그러한 결정을 한 인원들도 징계 조치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육군 공보실은 본지에 “A 중대장에 대한 심리지원은 관련 근거가 있다”며 “병영생활규정 제40조 개인신상지도”라고 했습니다.
또 멘토 배정 및 심리 상태 관리 사유에 대해 “부대에서는 해당 인원이 최근 일련의 상황 속에서 심리적 변화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였다”며 “이에 상급 지휘관은 병영생활규정 및 관련 지침에 근거하여 2차 사고 예방을 위한 신상관리 차원의 조치를 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병영생활규정 제40조 내용은 끝끝내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제40조(개인 신상지도)
① 상관은 일상생활의 관찰과 개인면담을 통하여 부하의 신상을 철저히 파악, 개인적인 애로사항을 조기에 해결하도록 노력한다.
② 신상면담 및 면담철 작성은 부대행정업무 관리체계에 도움·배려그룹만 월 1회, 그 밖의 인원은 지휘관 판단 하에 필요시 실시하되, 꼭 필요한 인원에 대해서는 신상관리를 강화한다.
③ 병력 신상결산은 중대는 격주 1회, 대대는 월 1회, 여단은 분기 1회 실시함을 원칙으로 하되, 부대 여건을 고려해 해당 지휘관이 조정하여 시행 가능하다.
④ 병력 파견으로 인해 원 소속 부대에서 피 파견부대로 신상관리 지휘관(자)이 변경된 경우, 원 소속 부대에서는 피 파견부대에서 신상 관리 및 면담 기록이 가능하도록 부대행정 업무 관리체계 열람 및 작성 권한을 전환 조치한다.
한 변호사는 “사실상 간부가 병사를 관리하는 내용으로, 중대장이 심리 지원을 받는 것과는 해당 사항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A 중대장은 수사대상자가 돼 업무상 과실치사 및 직권남용 가혹행위 혐의로 정식 입건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건 피의자가 심리 지원을 받은 사례가 또 있는지 묻는 본지 질문에 육군은 “과거 사례가 분명히 있다”고 했습니다.
사망한 훈련병과 함께 가혹행위를 당한 훈련병들에 대해서는 심리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묻자, “훈련병에 대해서는 전문 상담관에 의한 상담 및 심리검사, 개별 면담 등을 통해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런데 육군은 지난달 31일 “멘토와 심리상담 지원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A 중대장은 휴가를 쓰고 집으로 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지휘관인 중대장에게 ‘전우조’를 붙이고 귀갓길 동행까지 시킨 것입니다.
전우조는 도움·배려 용사(병사)를 관리하도록 하는 동료 병사를 일컫는 말입니다.
김승환 변호사는 “본 사건이 사회적으로 관심을 많이 받고 있는 만큼 당사자가 부담감을 느끼고 도주할 우려가 현저하다고 보이는 상황에서 귀향 조치는 부적절하다고 판단된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변호사는 “병영생활관리 제40조는 간부의 전우조 편성과 거리가 멀다”며 “지휘관인 간부에게 전우조를 편성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습니다.
한 군 장교 출신은 “해당 규정은 지휘관(자)의 병력관리 차원에서 도움·배려 용사 관리를 하는 데 쓰이는 것”이라며 “그걸 피의자인 중대급 지휘관을 대상으로 적용한다는 게 비상식적”이라고 일침했습니다.
한 20년차 간부는 “지금까지 군 생활을 하면서 간부에게 문제가 있는 경우라도 전우조를 붙여 집에까지 데려다주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며 “해당 부대는 지난 기수에서부터 A 중대장에 의해 규정에서 벗어난 얼차려가 부여됐을 것이고, 상급부대 설문조사에서 사전인지가 됐을 텐데 어떻게 조치했는지도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형사 피의자·피고인 또는 징계심의 대상자인 경우입니다.
A 중대장은 형사피의자 및 징계심의 대상자입니다.
A 중대장이 징계 대상자인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군인사법에 제56조 징계 사유에 따르면, 군인사법 또는 군인사법에 따른 명령을 위반한 경우,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한 경우, 직무상 의무(다른 법령에서 군인의 신분으로 인하여 부과된 의무를 포함)를 위반하거나 직무를 게을리한 경우 징계심의 대상자가 됩니다.
A 중대장은 세 가지 경우에 모두 해당됩니다.
한 변호사는 “형사 피의자 및 징계심의 대상자인 A 중대장에게 휴가 제한을 하지 않은 것은 부적절한 조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며칠 전 제작됐지만 최근 우리 군의 잇딴 사고에 대해 지적하는 매경5F 채널 유튜브 영상도 참조차 올려봅니다. 매경 홈페이지가 아닌 네이버 기사에서는 유튜브 영상 첨부가 안되기 때문에 아래 매경 홈페이지 기사 URL을 복사해 붙이기하면 영상시청을 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mk.co.kr/news/politics/11032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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