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스타탄생 더딘 지휘…이것 때문에 MZ 나왔다 [MZ마에스트로]
지휘자 발굴 시스템 덕 MZ지휘자 등장 가능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지휘는 ‘세대교체’도 더디고, ‘스타 탄생’도 어려운 분야다. 김선욱(36), 이승원(34), 윤한결(30) 등 10여명의 MZ(밀레니얼+Z세대) 지휘자 이전에 등장한 젊은 지휘자들이라 봤자 이병욱(49) 인천시향 예술감독, 최수열(45) 전 부산시향 예술감독, 홍석원(42) 광주시향 예술감독 등 40대 기수들이다.
한국 클래식 음악계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등 각 악기마다 영재와 신동이 넘쳐나지만, 지휘는 정명훈(71) 이후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친 인물을 손으로 꼽기가 힘들다. 지난 5월 한국 지휘자 김은선(44)이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로 베를린필을 지휘하게 됐는데, 이 성취는 정명훈 이후 30년 만에 거둔 것이었다.
젊은 세대의 지휘자가 드문 것은 지휘 분야가 가진 특수성 때문이다. 지휘자는 혼자 음악을 할 수 없는 직업인 탓이다. 모든 음악가들이 ‘자기만의 공간’에서 음악을 만들어갈 때, 지휘자는 최소 수십 명, 최대 수백 명의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만나야 자신의 음악을 만들어갈 수 있다.
이지영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은 “자기 악기가 없는 지휘자는 자신의 오케스트라를 만나야 한다”며 “젊은 지휘자는 악단을 만나기 쉽지 않고, 이들과 관계성을 만들며 음악적 성장을 이루기도 힘들어 젊은 지휘자들이 배출되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지난 몇 년 사이 젊은 지휘자들이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국내 주요 악단에서 차세대 인재를 발굴, 육성하는 시스템이 갖춰지면서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대표적이다. 국립심포니는 2018년부터 지휘자 발굴 프로젝트를, 2021년부턴 국제지휘콩쿠르를 열고 있다. 올해 역시 오는 11월 제2회 KNSO국제지휘콩쿠르(11월 6~10일)를 계획하고 있다.
다비트 라일란트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은 “국립 단체로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가장 중요한 사명은 미래 음악 인재 양성”이라며 “우리가 가진 음악적인 모든 것을 다음 세대에게 전수해야 할 의무가 있고, 그 의무는 우리 악단이 가진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왕성하게 활동 중인 MZ 지휘자 10여명 중 김선욱과 이든을 제외하면 모두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발굴한 인재다. 이승원은 2021년 작곡가 아틀리에에 참여,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이승원이 국내 악단을 만져본 것은 이 때가 처음이다. 현재 양주시향을 이끌고 있는 박승유(37), 포항시향의 차웅(40)도 국립심포니의 지휘자 발굴 프로젝트 출신이다.
2022년 예술의전당의 여름음악축제를 지휘한 김유원(36)도 국립심포니를 통해 발탁됐다. 예술의전당은 김유원에 대해 “젊은 지휘자가 접하기 힘든 대편성의 곡들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해 관객들에게 색다른 감동을 줬다”며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추는 과정에서 서로 충분한 시너지가 날 수 있었던 원동력도 김유원 지휘자만의 신선한 시도와 열정 덕분”이라고 평했다.
윤한결은 2021년 제1회 KSO국제지휘콩쿠르에서 2위와 관객상을 수상, 국내 무대에 자신의 존재감을 알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콩쿠르 특전으로 그는 통영국제음악제(2022년 3월 KBS교향악단),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2022년 4월 국립심포니 지휘), 대전시향(2022년 4월), 광주시향(2022년 10월), 부산시향(2022년 12월) 등을 지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콩쿠르 준우승 이후 그가 국내 악단을 지휘한 횟수만 총 12번이다.
허명현 음악평론가는 “지휘는 클래식 음악의 다른 분야처럼 조기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없는데 국립심포니의 콩쿠르와 워크숍이 새로운 세대를 육성하는 데에 기여했다”고 봤다. 류태형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역시 “지휘는 아무리 잘해도 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는 이상 경력자도 자리잡기는 힘들다”며 “콩쿠르와 워크숍이 미래 (지휘) 생태계를 위한 나무를 심는 역할이 됐다”고 봤다. 이지영 전문위원은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악단의 젊은 지휘자 육성은 서로에게 ‘윈윈’이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워크숍과 콩쿠르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불모지에 가까운 국내 지휘 토양을 다지는 것은 물론 악단의 미래 성장을 위한 장기 전략 차원이기도 하다. 이지영 전문위원은 “시스템을 통해 젊은 지휘자들을 발굴하고 키워내는 것이 오케스트라에게도 훌륭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봤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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