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거래소 '토큰증권 시장'… 시스템 준비는 끝났다는데

서진욱 기자 2024. 6. 4.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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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가 올해 상반기 중 개시하려던 토큰증권 거래 시장이 무기한 연기될 상황에 처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장내 토큰증권 거래 시장인 'KRX 신종증권 시장'의 시범 운영 시점을 정하지 못했다.

같은 달 토큰증권 기업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명회에서도 올해 상반기 중 IT 시스템 개발, 테스트, 모의시장 운영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당초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법 개정 이전이라도 모의시장을 열어 신종증권의 시장성을 테스트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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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KRX 신종증권 시장' 개설안 개요. /그래픽=이지혜 기자.


한국거래소가 올해 상반기 중 개시하려던 토큰증권 거래 시장이 무기한 연기될 상황에 처했다. 21대 국회에서 토큰증권 제도화 입법이 무산되면서 토큰증권 시장 활성화가 이뤄지지 않아서다. 22대 국회에서도 조속한 입법을 장담할 수 없어 토큰증권 정책 자체가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장내 토큰증권 거래 시장인 'KRX 신종증권 시장'의 시범 운영 시점을 정하지 못했다.

거래소는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혁금) 신규 지정을 받을 당시 올해 상반기 중 시범 운영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같은 달 토큰증권 기업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명회에서도 올해 상반기 중 IT 시스템 개발, 테스트, 모의시장 운영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신종증권 거래를 위한 시스템 개발은 이미 4월에 완료됐다. 거래소는 증권사와 함께 시스템 운영 테스트도 진행했다. 당장이라도 모의시장을 열 수 있는 준비를 마쳤으나, 아직 개장 시점을 정하지 못했다.

모의시장을 열더라도 상장 사례가 나올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융위의 혁금 지정에 따라 거래소는 조각투자 기업이 발행한 투자계약증권과 비금전신탁수익증권의 매매거래, 상장, 공시, 청산결제 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신종증권은 분산원장기술 기반 토큰증권이 아닌 기존 전자증권 형태로 상장된다.

문제는 거래소에 신종증권 상장을 신청할 수 있는 조각투자 기업이 6곳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이 금전신탁에 의한 수익증권만 허용하기 때문에 금융위로부터 토큰증권 관련 혁금 지정을 받아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기업만 신종증권 발행이 가능하다. 해당 기업은 뮤직카우, 비브릭, 카사, 루센트블록, 에이판다, 펀블이다.

법제화 무산에 토큰증권 시장 침체… "상장 풀 갖춰지지 않아"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KRX한국거래소 마켓1타워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진행, 거래소 핵심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머니S.

당초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법 개정 이전이라도 모의시장을 열어 신종증권의 시장성을 테스트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국회에서 토큰증권 제도화 논의가 아예 이뤄지지 않아 토큰증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멀어졌다. 혁금 기업들마저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토큰증권 시장이 크게 침체했다.

장외 시장에서 소규모 상품이 활성화되면 대규모 거래 수요가 있는 상품을 장내 시장으로 수용한다는 계획을 이행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신종증권 시장 개설과 관련한 내용은 정은보 이사장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핵심 전략 추진 방향'에 포함되지 못했다.

앞서 거래소는 신종증권 상장 요건으로 △발행인 자기자본 20억원 이상 △비금전신탁수익증권 △상장 금액 30억원 이상, 수량 10만주 이상, 1주당 1000원 이상 △상장일 직전 6개월 내 공모 △소액투자자 보유 비중 25% 이상 등을 제시했다. 토큰증권 업계에서는 침체한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해당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토로가 나온다.

거래소 관계자는 "법제화가 안 되면서 6곳의 혁금 사업자만 신종증권을 발행할 수 있는데, 6곳 중 2곳은 아직 사업을 시작하지도 않았다"며 "사업을 진행 중인 4곳의 상품은 20개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규모가 작고 상장 풀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며 "법제화 전이라도 상장 여건이 갖춰진다면 추진할 것이다. 아직 개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서진욱 기자 sj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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