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펜하이머’ 손자, 원폭 맞은 일본 찾아 “핵무기 두번 다시 써선 안돼”

신윤재 기자(shishis111@mk.co.kr) 2024. 6. 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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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핵폭탄 개발 계획 '맨해튼 프로젝트'를 주도한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후손이 일본을 찾아 핵무기의 확산과 사용에 대해 경고했다.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손자인 찰스 오펜하이머(49)는 3일 일본 도쿄 시내에서 '원자력 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을 주제로 강연을 한 뒤 기자회견을 열었다.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맨해튼 프로젝트에 기여해 '원자폭탄의 아버지'라 불리는 인물로, 그가 개발한 핵폭탄은 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나가사키에 투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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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에너지 용도로만 써야”
영화 ‘오펜하이머’ 소감 질문에
“조부 메시지 전달 의무감 느껴”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손자 찰스 오펜하이머가 3일 일본 도쿄 일본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핵폭탄 개발 계획 ‘맨해튼 프로젝트’를 주도한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후손이 일본을 찾아 핵무기의 확산과 사용에 대해 경고했다.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손자인 찰스 오펜하이머(49)는 3일 일본 도쿄 시내에서 ‘원자력 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을 주제로 강연을 한 뒤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국제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현 상황을 언급하며 “지금이야 말로 조부가 핵무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에 대해 배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원자력은 무기가 아닌 에너지 용도로만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맨해튼 프로젝트에 기여해 ‘원자폭탄의 아버지’라 불리는 인물로, 그가 개발한 핵폭탄은 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나가사키에 투하됐다. 1941년 진주만 공습으로 전쟁을 일으켰던 제국주의 일본은 패색이 완연한 상황에서도 항복하지 않고 버티다 결국 원폭 두방을 맞고 나서야 백기를 들었다. 이 원폭 두방은 지금까지 역사상 유일한 핵무기의 실전 투입 사례로 남아 있다.

1950년 프린스턴 고등연구소 함께 있었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왼쪽)과 로버트 오펜하이머 박사(오른쪽).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만든 화제의 영화 ‘오펜하이머’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그는 “훌륭한 감독이 만들었기 때문에 좋은 영화” 라며 “이 영화를 계기로 ‘핵무기를 확산시키지 말았어야 했다’는 조부의 메시지를 올바르게 전달해 나가는 것이 내 의무라고 느꼈다” 고 답했다.

그는 또 “막대한 군비 경쟁이 없었다면 세계가 지금 같은 위기를 겪진 않았을 것이다. 미국·러시아·중국 등 ‘핵 강국’들은 특히 소통과 협력으로 긴장을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찰스 오펜하이머는 앞서 1일 피폭지 중 하나인 히로시마를 방문해 피폭자들과 면담 시간을 가졌다. 그는 “원폭의 영향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핵무기에 국한되는 일 없이 인류에겐 모든 종류의 폭탄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현재 비영리 단체 ‘오펜하이머 프로젝트’를 설립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촉구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1945년 7월 인류 최초의 핵실험 ‘트리니티 실험’을 성공시켜 전쟁 종결을 앞당긴 공로로 미국에서 상찬 받았다. 하지만 원폭 투하가 가져온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의 참상을 알게된뒤 깊은 고뇌에 빠졌다. 다만 1960년 일본을 찾았을 때 “원자폭탄 개발에 관여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45년 7월 16일 미국 뉴멕시코주에서 진행된 트리니티 핵실험 장면. [미 로스 앨러모스 국립연구소]
전후 핵개발 경쟁이 가속화되는 것을 우려해 수소폭탄 개발에 반대하던 그는 공산주의자들과의 내통 혐의로 1954년 공직에서 추방됐다. 1967년 62세로 사망한 뒤 50년이 넘게 지난 2022년에 와서야 내통 혐의가 철회됐다.

그의 원폭 개발 과정과 종전 이후의 고뇌를 담은 영화 ‘오펜하이머’는 지난해 7월 북미권에서 개봉해 실존 인물을 다룬 전기(傳記)영화 중 역대 최고 흥행을 기록했다. 올 3월 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감독·남우주연·남우조연상 등 7관왕을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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