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비율 장기전망 논란···홍남기 “재정여건 감안해 판단”

박상영 기자 2024. 6. 4.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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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문재인 정부 시절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전망치를 축소·왜곡하라고 지시했다는 감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국가채무비율 장기 전망을 두고 또 다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홍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입장문을 통해 “정부의 장기재정 전망 작업결과에 대해 의견과 판단을 달리하는 여러 지적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2020년 발표 당시에 장관으로서 재정여건, 국가예산 편성, 국가채무 수준, 국제적 대외 관계 등을 모두 감안해 가장 최선의 판단을 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감사원은 홍 전 부총리가 2020년 2차 장기재정전망 과정에서 “2060년 국가채무비율이 세 자릿수로 높게 발표될 경우 직면할 국민적 비판 등을 우려해 ‘두 자릿수로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장기전망의 전제를 임의로 변경해 국가채무비율을 당초 153.0%에서 81.1%로 끌어내렸다는 게 감사원 지적이다.

감사원은 재량지출 추계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총지출은 법적 지급 의무가 명시된 ‘의무지출’과 정부 필요에 따라 줄일 수 있는 ‘재량지출’로 나뉜다. 기존에는 경상성장률(성장률+물가)만큼 재량지출이 늘어난다는 전제에서 전망치를 내놨다면, 의무 지출까지 아우르는 총지출을 경상성장률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바꾸면서 채무비율이 크게 떨어졌다는 주장이다. 의무지출이 저출생·고령화로 급증하는 만큼 총지출이 경상성장률에 묶인다면, 재량지출을 늘릴 여력은 거의 사라지게 된다.

반면 홍 전 부총리는 “재량지출이 경상성장률 수준으로 계속 늘어난다고 전제하는 것은 실제 채무추이보다 그 이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의무지출이 급증하면 경상성장률 수준으로 재량지출을 반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반박했다.

실제 기재부는 저출생·고령화로 복지 예산 등 의무지출이 가파르게 늘어나는 점을 고려해 향후 5년간 재량지출 증가율을 연평균 2.0%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경상성장률 전망치는 5.1%(성장 2.5%·물가 2.6%)다. 이 상황에서 재량지출을 해마다 경상성장률 전망치 수준으로 늘어난다고 가정하는 건 오히려 채무비율을 비현실적으로 끌어올리게 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장기재정전망 논란은 불거졌다. 박근혜 정부에서 발표한 제1차 장기재정전망을 놓고서도 과소추계 지적이 나온 바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14년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는 2060년 국가채무비율을 168.9%로 전망한 반면, 2015년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의 2060년 국가채무비율 전망치는 62.4%였다.

이에 2020년 5월 감사원은 ‘중장기 국가재정 운용 및 관리실태’ 감사보고서에서 “재량지출 증가율과 경상성장률 간의 관계를 분석하는 시나리오를 다양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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