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USA] “우시 빠진 자리 잡아라”…론자⋅후지필름 미국 투자 쏟아냈다

샌디에이고(미국)=유병훈 기자 2024. 6. 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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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위탁생산 CDMO 선두 주자 각축장
론자, 삼바 경쟁에 일본 후지필름 가세
“4조원 넘는 투자, 후지필름 행보 무섭다”
바이오 USA 2024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스 앞으로 관람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샌디에이고(미국)=유병훈 기자

“앞으로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를 선택할 때는 그 업체가 얼마나 다양한 바이오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고객사들을 만족시키려면 생산 역량도 중요하지만, 최신 기술과 다양성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3일(현지시각) 미국 샌디에이고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에서 만난 인도 엔젠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바이오 의약품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 시장에서는 얼마나 빨리 양질의 의약품을 생산하는 지가 성공을 가른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바이오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CDMO 업체의 생산 능력이 성공을 좌우하고 있다.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에 따르면 전체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바이오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24%에서 2022년 39%를 거쳐 2028년에는 44%로 성장할 전망이다. 협회는 매출 100대 의약품 중 60%가 바이오의약품이 된다고 예측했다.

엔젠바이오사이언스는 인도 푸네에 본사를 둔 CDMO업체다. 인도 5대 제약사인 알켐(Alkem)의 자회사인데, 지난해 미국 뉴저지에 공장을 세우면서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과 바이오시밀러(복제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생산 규모가 큰 것도 중요하다’고 한 것은 세계 최대 생산 시설을 가진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겨냥한 말로 들렸다.

◇CDMO 선두 업체들 치열한 각축장

CDMO는 의약품 개발과 생산, 임상시험을 대행해 주는 의약품 아웃소싱을 뜻한다. 지난 2022년 매출 기준 세계 CDMO 1위는 스위스의 론자, 2위와 3위는 미국의 서모피셔와 캐털란트, 4위는 중국의 우시바이오로직스, 5위는 한국의 삼성바이오로직스다. 일본 후지필름다이오신스는 7위다.

올해 바이오 USA는 ‘과학이 빛날 시간(Time for Science to Shine)’을 주제로 열렸다. 1만개가 넘는 기업이 등록하고 1400여개 부스를 꾸렸다. 지난해 바이오USA 참가업체들이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술을 전면에 내세웠다면, 올해는 바이오 의약품 기술과 함께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기술도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행사장 중앙은 단연 CDMO의 무대였다.

바이오USA 참여한 주요 CDMO 기업들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각자의 장점을 내세우며 치열한 홍보전을 펼쳤다. 이른바 ‘탑 10′로 불리는 이들 업체는 인파가 가장 많은 행사장 중앙 통로에서 한 칸씩 건너 자리 잡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부스를 특유의 보라색이 아닌 ‘삼성’을 상징하는 짙은 푸른색으로 꾸몄다.

각사 캐치프레이즈도 눈길을 끌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컨벤션 행사장 로비에 회사 홍보 영상을 상영했다. 거대한 화면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슬로건인 ‘신속 유연 고객 중심(Agile, Flexible, Focused on you)’이 지나갔다. 후지필름은 ‘평생의 파트너(Partners for life)’, 업계 1위인 론자는 판넬에 ADC기술을 소개하는 그래픽과 함께 ‘자신감 있게 전진(Advance with confidence)’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다른 국내 CDMO 업체인 셀트리온과 롯데바이오로직스도 이번 행사장의 중앙 자리를 꿰찼다. 안동 공장에서 백신을 위탁개발생산하는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처음으로 신약개발계열사인 SK바이오팜과 함께 공동 부스를 차렸다. 중국의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최근 미중 갈등 속에 이번 바이오 USA에 참가하지 않았다.

바이오 USA 2024 행사장의 론자 부스(왼쪽)와 후지필름 부스(오른쪽). 후지필름 부스 뒤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스가 보인다 /샌디에이고(미국)=유병훈 기자

◇일 후지필름, 최대 규모 부스 차려

이날 행사에서는 일본 후지필름다이오신스의 부스가 가장 눈에 띄었다. 이 회사는 매출 기준으로 세계 7위 기업이지만, 부스 규모로는 1등이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후지필름의 최근 투자 행보를 보면 무서울 정도”라고 말했다.

후지필름의 CDMO 자회사인 후지필름다이오신스는 지난해 6월 덴마크 힐러드 공장에서 최고운영자(COO)를 지낸 라스 피터센을 최고경영자(CEO) 대표로 선임했다. 피터센 대표는 CEO 취임 이후 공격적인 투자로 업계의 눈길을 끌었다. 후지필름은 미국에만 32억달러(약 4조3200억원)를 투자하는 계획을 공개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후지필름과 인간유도만능줄기세포(iPSC) 개발 자회사인 후지필름 셀룰라 다이내믹스로부터 2억달러(약 2750억원)를 투자받았는데, 이 자금을 미국 캘리포니아 공장 확장과 연구개발(R&D) 센터 설립에 쏟아 넣었다.

미국 시장에 대한 공격적 투자는 후지필름만의 얘기가 아니다. 론자는 얼마 전 제넨텍의 미국 바이오 의약품 공장을 12억달러(약 1조6000억원)에 인수했다. 론자는 명실상부 세계 1위 CDMO 업체다. 론자는 미국과 스위스 현장에 약물-항체 접합체(ADC), 전령리보핵산(mRNA) 원료,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생산 시설을 갖췄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제임스 최 부사장이 4일(현지 시각) 바이오 USA 2024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부스를 소개하고 있다 /샌디에이고(미국)=유병훈 기자

◇ 우시바이오로직스 행사 첫 불참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만 해도 우시앱텍과 함께 공동 부스를 크게 차렸는데, 올해는 자취를 감췄다.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코로나 유행으로 행사를 열지 않은 2019년을 제외하면 매년 이 행사에 참여했다. 우시가 불참한 것은 미국에서 바이오 관련 대중 제재를 담은 ‘바이오 보안법(Biosecure Act)’이 통과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법은 미국 정부와 산하 기관,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 기업이 중국의 대표적 바이오 기업들과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시앱텍,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이 법에서 ‘우려 기업’으로 명시됐다. 이 법은 연내 의회 전체회의와 대통령 서명을 거쳐 공포가 확실시된다.

중국관의 규모도 쪼그라들었다. 중국관 참여 기업은 18개로, 한국관 41개, 대만관 49개, 일본관이 30개와 비교해 절반도 되지 않았다. 한국관에 참여한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들은 중국의 빈자리를 누가 선점하느냐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승규 부회장은 “일본 후지필름이 우시의 빈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했다”며 “미국이 바이오 산업을 국가적인 안보 현안으로 보는 것처럼 한국 정부도 바이오 산업에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오 보안법(Biosecure Act)

미국 의회가 중국 바이오 기업들을 견제하기 위해 발의한 법안으로 상하원 상임위를 각각 통과해 전체 회의와 대통령 서명을 거쳐 연내 공포될 전망이다. 미국 정부를 비롯해 관련 기관, 정부 지원금을 받는 기업들은 ‘우려 기업’으로 명시된 중국 바이오 기업의 장비와 서비스 등을 구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확정되면 2031년 말까지 이 기업들과 거래를 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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