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전쟁에 등터진 독수리...경로 바꾸고 더 오래 날았다
2022년 2월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동유럽 일대에 서식하는 항라머리검독수리의 이동 경로가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이 일으킨 전쟁이 철새의 생태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친 것이다.
영국·에스토니아 공동 연구진은 최근 국제 학술지 커런트바이올로지에 발표한 연구에서 독수리들이 전쟁 전인 2018~2021년에 비해 2022년 3~4월에 평균 85㎞ 더 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쟁 전보다 약 250㎞ 더 날아간 개체도 있었다. 분쟁 데이터와 GPS(위성항법장치)를 사용해 우크라이나를 거쳐 벨라루스 남부의 서식지로 이동하는 항라머리검독수리 19마리의 움직임을 분석한 결과다.
경로가 바뀌며 독수리들이 날아가는 데 걸리는 시간도 늘었다. 연구에 따르면 암컷 독수리는 번식지로 이동하는 데 전쟁 전(193시간)보다 많은 평균 246시간을 소비했다. 수컷의 이동 시간도 전쟁 전 125시간에서 181시간으로 증가했다.
반면 중간 기착지에 머무는 횟수는 줄었다. 독수리들은 보통 이동하면서 먹이와 물을 구하고 악천후를 피하기 위해 2~3곳의 중간 기착지에 머문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19마리 중 전쟁 이후 6마리만 중간 기착지에 멈췄다. 2018~2021년엔 90%가 중간 기착지에 멈췄던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에 참여한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찰리 러셀은 “음수대 없이 마라톤을 뛰었는데 마지막에 누군가가 7~8마일을 더 달리라고 한 셈”이라고 했다.
항라머리검독수리는 국제자연보전연맹이 멸종 위기 ‘취약’ 등급으로 분류한 동물이다. 폴란드,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러시아 일대에서 종종 발견된다. 매년 봄 그리스와 남수단의 대규모 습지에서 벨라루스의 번식지로 가는 길에 우크라이나를 통과하기도 한다.
연구진은 “독수리가 어떤 자극에 반응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군사 활동의 시각적 또는 청각적 요소가 철새 행동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며 “비행 시간이 길어져 치명적인 체력 손실이 그해 번식 기간까지 이어졌을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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