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AMD 나란히 새 'AI 칩' 발표…HBM 시장 경쟁도 가열
엔비디아-하이닉스, AMD-삼성 연합 구도…차세대 HBM 주도권 향방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반도체 시장 '큰 손' 엔비디아와 AMD가 나란히 새 인공지능(AI) 칩을 공개하면서 칩에 채택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이에 고성능 차세대 HBM 수요를 잡으려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차세대 HBM 탑재 AI 칩 선보여
4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 타이베이에서 오는 7일까지 열리는 테크 엑스포 '컴퓨텍스 2024'에서 엔비디아는 6세대 HBM인 HBM4를 처음으로 채택한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루빈'(Rubin)을 처음 공개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컴퓨텍스 기조연설에서 GPU 기술 로드맵을 소개하며 루빈을 2026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루빈에 HBM4를 8개, 이어 2027년 출시할 루빈 울트라에 HBM4 12개를 각각 탑재할 계획이다.
엔비디아는 지난 3월 새로운 GPU 플랫폼인 블랙웰을 공개한 지 불과 석 달 만에 그다음 세대 제품인 루빈을 선보였다.
황 CEO는 올해부터 8단 HBM3E를 8개 탑재한 블랙웰을 생산하고, 내년에 12단으로 층수를 높여 성능을 강화한 HBM3E가 8개 들어가는 블랙웰 울트라를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AI 칩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아성에 도전하는 AMD도 이번 컴퓨텍스에서 AI 가속기 개발 계획을 소개했다.
기조연설에서 리사 수 AMD CEO는 새로운 AI 가속기 'MI325X'를 올해 4분기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MI325X는 업계 최대인 288GB(기가바이트) 용량에 초고속 HBM3E 메모리를 탑재한 제품이다.
리사 수 CEO는 "최근 AI 도입의 가속화로 AMD의 고성능 컴퓨팅 플랫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AI 칩 시장에서 AMD의 경쟁력을 부각했다.
엔비디아-하이닉스 아성에 AMD-삼성전자 도전
빅테크들이 고성능 차세대 HBM을 사용하는 AI 칩 신제품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HBM 수요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지고 시장 쟁탈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지금은 AI 칩의 절대 강자 엔비디아와 HBM 시장을 선점한 SK하이닉스가 연합 전선을 구축하고, 여기에 AMD와 삼성전자가 손잡고 거세게 추격하는 모양새다.
SK하이닉스는 10년 전부터 HBM에 적극적으로 '베팅'한 결과 D램 1위 삼성전자를 제치고 수요가 폭증하는 HBM 시장 주도권을 잡았다.
엔비디아에 4세대 HBM인 HBM3를 사실상 독점 공급해온 SK하이닉스는 지금도 엔비디아에 8단 HBM3E를 유일하게 공급하는 업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를 목표로 HBM3E 12단 제품의 양산을 준비 중이며, 당초 2026년 공급 예정이던 HBM4 12단 제품을 내년으로 앞당겨 양산할 계획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CEO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생산 측면에서 HBM은 올해 이미 '솔드아웃'(완판)이고, 내년 역시 대부분 솔드아웃됐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HBM에서는 후발주자인 삼성전자는 AMD에 HBM3를 공급하고 있다. AMD의 새 가속기 MI325X에도 삼성전자의 12단 HBM3E가 탑재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에 HBM 주도권을 빼앗긴 삼성전자는 HBM3E 등 차세대 HBM 시장 선점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4월 HBM3E 8단 제품의 초기 양산을 시작한 데 이어 2분기 이내에 12단 제품을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납품도 준비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의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실물 전시된 HBM3E 12단 제품에 '젠슨 승인'(JENSEN APPROVED)이라고 적어 기대감을 키웠다.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기 위한 테스트를 아직 통과하지 못했다는 로이터통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들과 HBM 공급을 위한 테스트를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반박했다.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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