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최저임금 차등적용 `힘겨루기`

이민우 2024. 6. 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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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임위 제2차 전원회의…입장차 확인한 채 마무리
'특고·플랫폼 근로자 최저임금 적용'에도 의견 대립
내주 3·4차 전원회의…17일부터 5일간 현장 의견 수렴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할 최저임금위원회 두 번째 전원회의가 열린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사용자위원 운영위원인 류기정 경총 전무(왼쪽)와 근로자위원 운영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2차 전원회의. <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노동계와 경영계의 본격적인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특히 업종별 구분적용을 두고 경영계는 소상공인의 역대급 경영난을 언급하며 필요성을 주장한 반면 노동계는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차별'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최저임금위윈회는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2차 전원회의를 열고 2025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기초자료를 검토했다. 지난달 21일 첫 전원회의를 열고 입장차를 명확하게 확인한 노사는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주요 쟁점 사안들에 대한 공방을 시작했다.

회의에서는 '업종별 구분적용'이 도마 위에 올랐다. 우선 경영계 측은 소기업·소상공인의 경영난을 근거로 들며 업종별 구분적용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촉구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올해 1분기 사업장당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7.7%, 영업이익은 23.2%가 감소했다고 한다"며 "최저임금 주요 지불 당사자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만큼, 이들의 지불능력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류 전무은 "최저임금 미만율이 업종별로 40~50%p 차이를 보이는 비정상적인 상황의 해소를 위해 업종별 구분적용이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로 중소기업 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언론을 통해 생산·수출 지표 등이 개선인 것처럼 보도되지만, 소기업·소상공인에게는 딴 세상 이야기"라며 "자체 조사 결과, 이들의 경영환경을 악화시키는 주된 요인은 최저임금 인상이 64%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업종별로 눈에 띄는 최저임금 미만률 및 부진한 경영실적은 임금 지불 능력이 취약함을 나타낸다"며 "최저임금 구분적용 논의의 필요성이 커진 상황으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노동계는 업종별 구분적용을 '차별'로 규정하며 반발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최저임금 심의 법정시한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업종별 차별 적용처럼 사회 갈등만 유발하는 논의는 걷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사무총장은 "어제 국회 앞에서 수많은 노동자가 최저임금 차별 반대 목소리를 내러 모였다"며 "최저임금이 노동자와 국민의 생활 안정을 위한 최소 수제도 취지에 맞는 심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역설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특정 업종만 더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하게 되면, 인력난은 더욱 악화할 것이다. 해당 업종의 경쟁력이 낮아지는 것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기자회견과 전문가 토론회에서는 최저임금을 사업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는 규정을 삭제해야 한다는 데 모두 한목소리를 냈다"고 설명했다.그는 "해외 여러 나라 사례를 통해서도 차등적용이 불필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며 "차라리 실제로는 노동자임에도 자영업자로 분류된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플랫폼 노동자 등 사각지대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에 대한 현실적 대책을 세우는 게 최저임금위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경영계는 특고·플랫폼 노동자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며 최저임금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위원회에서 논의될 사안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류 전무는 "케이스별 근로자성이 인정된 도급 형태 근로자의 경우 필요성이 인정돼야 최저임금 논의가 가능한데, 인정의 주체는 위원회가 아니라 정부와 법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심의자료로 오른 비혼 단신근로자의 생계비 해석을 놓고도 이견을 보였다. 지난해 비혼 단신근로자의 실태생계비는 월 246만원으로 전년 대비 2% 올랐다. 경영계는 해당 수치가 월 소득 700~800만원의 고임금 계층까지 포함한 것이라 최저임금 심의에 활용하기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최저임금으로도 결혼도 아이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시급한 검토·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위는 노사 입장차만 확인한 채 큰 소득 없이 마무리됐다. 3차 전원회의는 오는 11일 열릴 예정이다. 13일에는 4차 전원회의를 연다. 17일부터 21일까지 5일간은 서울, 광주, 창원, 전주, 완주에 소재한 사업장에 최저임금위 위원들이 방문해 현장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한편, 한국노총은 경영계가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밀어붙일 경우, 최저임금위 위원 사퇴 이상의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최저임금법 내 조항을 제거해 차별 적용 시도를 근본적으로 무력화하려고 한다"며 "차별이 정당화되는 사회는 희망이 없기에 (구분 적용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민우기자 mw3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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