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 "안 돌아갈래"… 일부는 `눈치게임`
정부가 4일 전공의들의 사직서 수리 방침을 발표한 가운데 이탈 전공의들은 정부가 사직서를 수리한다고 해도 복귀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전공의단체 대표를 포함해 강경파 전공의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단결을 호소하고 있다. 다만 3∼4년차 '고연차' 전공의들과 일부 경쟁이 치열한 인기과 전공의들을 중심으로 소수는 복귀를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집단행동을 위한 투표를 시작했다.
서울의 한 수련병원에서 일하다 사직한 전공의 A씨는 4일 "정부가 사직서를 수리한다고 해 잘 됐다고 생각한다"며 "전공인 내과는 살리면 살릴수록 소송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사직서가 수리되면 통증클리닉 쪽으로 취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복귀 대신 취업을 알아보고 있다는 수도권 병원의 사직 전공의 B씨도 "다른 병원 전공의들과도 얘기해봤는데 복귀는 거의 안 하는 분위기"라며 "정부의 현재 의료정책이 계속 추진되고 있는 상태에서는 복귀하는 게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전공의가 많다"고 전했다.
또 다른 지역의 한 사직 전공의는 "주변을 보면 복귀하겠다는 전공의들보다는 '사직하면 정부가 손해', '우리는 퇴직금 다 받고 나가겠다'는 이들이 많다"며 "수련을 하더라도 한동안 쉬다가 (병원을) 이동해 수련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사직서를 수리한다고 해서 돌아가면 병원이 그동안의 손해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는 불안도 있다.
서울 대형병원에서 전임의로 일하다 사직한 C씨는 "주변 전공의 여론을 들어보니 정부에 대한 불신이 워낙 커서 정부 설명에도 불구하고 '구상권을 청구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전공의는 이번 조치로 복귀 결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 C씨는 "그대로 사직하겠다는 게 대세지만, 경쟁이 매우 치열한 인기과나 3∼4년차 고연차 전공의들에게는 (사직서 수리 조치가) 복귀 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복귀를 고민하고 있다는 전공의 D씨는 "고연차 전공의들과 피부과·안과 등 인기과는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이런 과들은 높은 경쟁률을 뚫고 들어가야 하는데, 사직서가 수리되면 다시 지원해서 들어와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의사 커뮤니티에서는 정부의 조치에 전공의 내부의 '단일대오'를 호소하는 강경파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커뮤니티에는 "지금 기어들어 가면 최악의 패배를 당할 것이고 아니라면 의료체계를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 "갈라치기에 넘어가지 말고 모두가 사직을 받아버리면 병원 도산을 막을 길은 없을 것" 등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전공의 대표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전공의들에게 보낸 내부 메시지에서 사직을 독려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도 소셜미디어(SNS)에 '퇴직금은 준비되셨겠죠'라는 글을 올리며 복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이날 의협은 집단행동을 위한 투표를 시작했다. 의협은 이날 정부 발표에 대해 "예상했던 대로 정부는 아무 대책 없이 의료농단, 교육농단 사태를 일으켰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로써 정부는 의료 정상화를 위한 능력도 의지도 없음을 국민 앞에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이어 "아무런 근거 없이 2000명 의대정원 증원만 고집하며 일으킨 의료 사태의 책임을 각 병원에 떠넘기는 무책임한 정부를 사직한 전공의들이 어떻게 믿고 돌아오겠는가"라고 했다. 특히 이제 정부가 일으킨 의료 붕괴를 막고자 의대증원 절차 전면 중단이라는 확고한 목표를 위해 의협이 앞장서서 '큰 싸움'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의협은 전 회원 대상 온라인 투표를 통해 본격적인 전면투쟁에 앞서 회원들의 총의를 확인한다. 이를 바탕으로 9일 오후 2시 의협회관에서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개최해 의료계 투쟁 동력을 결집할 계획이다. 이날은 교수, 봉직의, 개원의는 물론 전공의, 의대생도 함께 하여 전 직역이 의협을 중심으로 뭉쳐 대정부 투쟁을 선포한다는 방침이다.
의협은 "이번 수가협상을 통해 정부가 저수가로 왜곡된 필수의료를 실릴 의지가 없다는 것을 재차 확인했다. 이에 전 회원의 뜻을 모아 정부의 의료농단, 교육농단을 막아내고 의료 정상화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밝혔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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