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수수료 논의 재점화…업계는 “적격비용 폐지” 한목소리
금융당국 이달 중 제도 개선안 발표…수수료율 합리화 될까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금융당국이 올해도 카드 수수료 제도 개선에 들어간다. 제도 도입 후 가맹점 수수료율이 지속 하락하면서 카드업계의 부담이 가중된 데 따른 조치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적격비용의 재산정 주기를 개편할지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업계에선 재산정 주기를 손보는 것만으로 부담을 덜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제할수록 손해"…본업 축소에 건전성 악화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달 중으로 카드 수수료의 '적격비용' 관련 제도개선에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현행 3년인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를 연장하는 손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적격비용은 신용카드의 자금조달비용, 위험관리비용 등을 포함한 일종의 결제 원가다. 카드사들은 이 적격비용에 마진을 더해 수익을 창출한다. '적절한 비용'만 산출해 그에 알맞은 수수료율을 적용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이에 따라 카드사와 금융당국은 2012년부터 3년마다 '적격비용'을 재산정해 가맹점 수수료율을 정하고 있다. 올해 해당 주기가 도래함에 따라 이번에 정한 적격비용으로 향후 3년 간 카드사들이 가맹점에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수료의 바탕이 정해지는 셈이다.
문제는 적격비용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가맹점 수수료율은 매번 낮아지며 업계 불만이 커졌다는 점이다. 가맹점 수수료율은 2012년 적격비용 도입 이후 4차례 떨어졌다. 2007년 결제금액의 4.5%까지 부과했던 영세가맹점 수수료율은 제도 도입 이후 0.5%까지 내려왔다. 연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은 1.5% 이하의 수수료율을 차등적으로 적용받고 있다. 해당 우대수수료율이 적용되는 가맹점은 전체 가맹점 약 300만 개 중 288만 개(96%)를 차지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이로 인해 본업에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소비가 살아나면서 카드 결제 이용 실적은 늘어난 반면 수익 증가폭은 미미하다"며 "일부 수수료율 구간에선 비용을 제하면 원가 이하의 역마진이 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7개 전업 카드사의 지난해 가맹점 수수료 수익 비중은 23.2%를 나타냈다. 2019~2021년 수수료 수익이 평균 26%대였던 것에 비하면 3%포인트 가량 줄었다.
카드사들은 본업에서의 수익성을 메꾸기 위해 단기카드대출(현금서비스)과 장기카드대출(카드론) 등 대출 영업으로 눈을 돌려 왔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말 기준 국내 9개 신용카드사 카드론 잔액은 39조9644억원을 기록했다. 적격비용 도입 후 3년이 된 2015년말 21조4000억원이던 카드론 잔액이 9년 새 20조원 가까이 불어난 셈이다. 카드사들의 영업 포트폴리오에서 본업인 신용판매 보다 대출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대출 자산이 늘어남에 따라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지며 부작용이 일고 있다. 특히 카드사 대출의 주 고객이 중·저신용의 서민층이라는 점에서 부실 위험이 꾸준히 상승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전업 카드사 8곳의 평균 연체율은 1.84%를 기록했다. 2023년 말 1.64%보다 0.2%포인트 악화했다. 지난해 1분기 말(1.45%)과 비교하면 0.39%포인트 격차다.
올해도 재산정 주기만?…"적격비용 전면 재검토해야"
적격비용을 두고 잡음은 해마다 지속되자 금융당국도 제도 개선에 나선 바 있다. 2022년 2월 적격비용 제도의 운영 성과를 평가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TF를 출범시켰다. 당초 지난해 말 논의를 마무리할 예정이었지만 레고랜드 사태와 채권시장 불안정 등을 이유로 유야무야됐다.
해당 TF에선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를 3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었다. 이달 중 발표되는 방안 역시 재산정 주기 연장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보인다.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마다 수수료율이 인하됐던 만큼, 해당 주기를 늘려 인하 시기도 일단 늦추겠다는 복안이다.
일각에선 재산정 주기를 연장하는 것만으로도 카드사들의 경영 부담을 한층 덜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간 3년마다 가맹점수수료율이 달라지면서 사업 계획 등 경영 상 변수가 커졌다. 수수료율을 인상하기 현실적으로 어려움에 따라 당장 부담이라도 덜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적격비용 제도 자체가 합리적인 원가 산정이라고 보기 어려운 만큼,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2021년 이후 늘어난 카드사들의 조달·위험관리비용 등은 적격비용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서비용을 줄이려다 보니 고용을 축소하고, 영업 경쟁력이 약해져 고위험 상품 판매에 나서는 악순환"이라며 "정부의 정책 개입을 심화시키는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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