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인사이드] K-웹툰의 시작 이현세 "결핍과 도전이 날 만들었다"

YTN 2024. 6. 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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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공포의 외인구단], [까치와 엄지] 하면 떠오르는 만화가가 있죠?

바로 이현세입니다.

한국 만화의 1세대 작가로서 대중문화의 한 축인 웹툰을 개척하고 산업으로 끌어올린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는 만화가 이현세가 만들고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특별전을 열고 있습니다.

지금도 끊임없는 도전을 이어가는 만화가 이현세를 박순표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데뷔 45년 이현세가 처음 만화를 시작한 건 뜻밖에도 장애 때문이었습니다.

만화에 대한 인식도 좋지 않았고 색약이란 장애까지 있었기에 더 악착같이 만화에 매달렸습니다.

[이현세 / 만화가 : 눈이 색약이라서 미대를 갈 수 없었기 때문에 좋아 그러면 흑백으로 그리는 만화를 그려보겠어 그렇게 들어온 거니까 갈증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강박도 있었고요. 그게 나를 끊임없이 자극을 시켰어요. 그래서 하루에 1시간도 못 잤습니다. 불면증으로.]

82년 운명처럼 만난 [공포의 외인구단]은 가난과 장애에 시달리던 청년 만화가를 단숨에 국민 스타로 만들었습니다.

당대 최고 톱스타들만 나온다는 맥주 광고의 모델이 될 정도였습니다.

[이현세 / 만화가 : 마을마다 전봇대나 이런 데 외인구단 몇 권 나왔다, 이렇게 항상 포스터가 붙어 있었어요. (그 다음에 가면) 도심지 같은 경우에는 백 페이지로 나오는 만화 책을 한 3등분을 해요. 전부 쭉 기다리고 있으니까. 빨리 회전을 시키기 위해 가지고. 만화 가게가 열 배쯤 성장을 해버렸고요.]

성공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애니메이션이 뭔지도 모르고 뛰어들었다가 처절한 실패를 맛봐야 했습니다.

[이현세 / 만화가 : 그게(아마겟돈) 잘됐으면 굉장히 많은 대자본이 들어와서 애니메이션 시장이 어떻게 됐을지 모르는 일이죠. 그런 면에서 너무 미안하더라고요. 그래서 아마겟돈 백서를 만들었어요. 왜 실패했는가? 성공을 한 백서가 아닙니다. 아마겟돈 백서는.]

그래도 가장 잊을 수 없는 건 [천국의 신화] 사건입니다.

뜻하지 않은 외설 시비에 휘말려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야 했지만 만화가로서 자존심을 건 6년의 법정 싸움은 만화를 예술의 단계로 끌어올린 전환점이 됐습니다.

[이현세 / 만화가 : 어리둥절하고 당혹스럽고 그렇죠. 다른 작품도 아니고 천국의 신화가 음란, 폭력 시비에 휘말렸다는 것 자체가 지금은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그때 심정은 올 게 왔구나. 당당하자. 이건 한번 거치고 지나가야 하는 바람이다. 이걸 지나가고 나면, 만화에도 (예술로 인정받는) 좋은 세상이 올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죠.)]

돌아보면 실패와 시련이 훨씬 더 많았지만 늘 도전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인공지능을 작업에 활용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현세 / 만화가 : 복잡한 공장, 도심지, 다 그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작가들은 일손이 남아나질 않습니다. 왜냐하면, 독자들은 더 밀도 있는 작업을 원하니깐. 감동할 수 있는 연출과 표정 연기를 하려면 역시 사람이 필요하죠.]

그러면서도 자신과 같은 상업주의 만화가 보다 작가주의 만화를 더 지원해야 한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이현세 / 만화가 : 제가 대표적인 상업주의 작가인데, 상업주의 작가들은 시장만 보고 달려갑니다. 자기 스스로 실험적인 작업을 하기 되게 어렵습니다. 실험적인 작품은 작가주의 성향의 작가들에게서 나오거든요. 그런데 상업주의 작가들은 작가주의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을 던지는 것에 영감을 받거든요. 그래서 좀 더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습니다.]

만화가이자 교수, 애니메이터, 캐릭터와 게임 개발자 등 수많은 이름으로 불리는 영원한 현역 이현세.

이현세는 만화방을 넘어 K-웹툰이라는 문화산업을 개척했고 국립중앙도서관은 50년 만화 인생을 돌아보는 특별전으로 이현세의 도전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YTN 박순표입니다.

촬영기자:박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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