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공동개발' 7광구 재조명…日 협정 종료시 한중일 '각축전'

차대운 2024. 6. 4.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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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6월부터 '종료선언' 가능…협정 파기 시 중국에 확장 빌미
국제법 환경 변화에 日 '공동개발 시간끌기'…정부 "일본에 공동개발 설득"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구역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동해에 최대 140억배럴 규모의 석유·가스가 묻혔을 가능성이 있다는 정부 발표를 계기로 1970년대부터 '산유국의 꿈'을 갖게 한 7광구에도 관심이 쏠린다.

7광구는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협정에 따라 지난 수십년 간 공동 개발을 추진해온 곳이다.

다만 일본 측의 소극적인 태도로 이렇다 할 성과는 없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일본이 '독자 개발'을 염두에 두고 협정 종료를 선언할 수 있다는 관측이 이어져 일본에 7광구를 통째로 빼앗기지 않으려면 정부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 입장에서도 7광구 공동 개발을 위한 협정을 깰 경우 '중국 변수' 등 고려해야 할 요인이 적지 않다.

'7광구 재교섭' 공식화한 일본…국제법 환경 일본에 유리해져

4일 정부와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양국은 지난 1974년 7광구 전체와 인접한 제주 남쪽 해역(4광구·5광구·6-2광구의 일부)을 공동개발구역(JDZ)으로 지정해 함께 개발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지난 1978년 발효된 협정은 내년 6월부터 연장 또는 폐지의 기로에 놓인다.

50년의 유효 기간이 끝나는 시점(2028년 6월)의 3년 전부터 일방이 협정 종료를 선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협정 체결 때와 달리 일본에 유리하도록 국제법 환경이 변했다는 점이다.

협정 체결 당시에는 '대륙붕 연장론'이 널리 인정됐다. 이에 따라 7광구는 일본 오키나와 해구 앞에 위치했음에도 대륙붕 연장론에 따라 한국이 관할권을 주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1980년대 리비아-몰타 판결 등을 계기로 국가 해안에서 200해리 범위 안에서 바다와 바닷속 땅인 대륙붕에 관한 권리를 포괄적으로 인정하는 '거리 기준'이 점차 보편화해 7광구와 거리가 가까운 일본 측 입지가 강해졌다.

영해기선에서 200해리까지를 배타적경제수역(EEZ)으로 정하고 해당국의 배타적 권리를 인정한 유엔 해양법협약도 1982년 채택됐다.

이에 일본은 '경제성이 없다'는 논리를 내세워 한국과 공동 개발에 소극적으로 나서는 '시간 끌기' 전술을 구사했다.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 [오사카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최근 들어서는 아예 협정을 종료시키거나 유리한 방향으로 재협상을 하려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은 지난 2월 중의원에서 "재교섭을 포함해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적절히 대응할 생각"이라며 "유엔 해양법 규정이나 국제 판례에 비춰 중간선을 바탕으로 경계를 확정하는 게 공평한 해결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고 밝혔다.

일본 측이 주장하는 소위 중간선을 바탕으로 한일이 다시 광구 개발권을 조정하면 상대적으로 일본과 가까운 해역인 7광구의 관할권 대부분이 일본에 속하게 된다.

한일 손 놓으면 중국 웃는다…한미일 협력에도 '찬물' 부담

일본이 7광구 공동 개발 폐기나 공동개발협정의 재협상 수순에 나섰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이를 실행에 옮기기에는 상당한 제약이 뒤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가장 큰 변수는 중국이다.

중국은 한일 공동개발협정 이후 동중국해에 위치한 7광구의 상당 부분이 중국 대륙에서 뻗어나간 자기 측 대륙붕이라는 주장을 펴왔다.

실제로 중국은 7광구 서남측 해역에서 펑후(澎湖) 유전을 운영하고, 룽징(龍井) 가스전 개발에 추가로 나서는 등 동중국해 자원 개발에 적극적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진출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던 한일 공동협력 체계가 깨지고 힘의 공백이 생기면 중국이 이를 호기로 여겨 이 일대에서 일방적 독자 개발에 나서는 등 세력 확대에 나설 수 있다고 관측한다.

실제로 중국은 남중국해 등 분쟁 해역에서 다른 나라들의 반발에도 힘을 앞세워 독자적인 자원 개발에 나선 사례가 적지 않다.

여기에 한일 대립까지 더해지면서 7광구 관할권 다툼은 외교 갈등을 넘어 한중일 3국의 자원 개발 각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7광구가 분쟁 지역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달 펴낸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 체제 종료 대비 방안' 보고서에서 "한일 공동개발협정이 중국의 JDZ 내 탐사·개발을 사실상 억지하는 효과가 있었는데, 협정이 종료되면 중국이 해당 구역에 개입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한중일 3국의 각축장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반도 주변 수역 대륙붕 광구와 탐사 현황 [국회입법조사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 중국의 부상에 한미일 3국 협력이 가속하는 흐름도 일본이 '분란'을 일으키는 데 있어 억제 요인으로 손꼽힌다.

한일 관계가 개선되는 과정에서 일본의 7광구 '독식' 시도는 한일관계에 큰 악재로 작용하는 것은 물론, 이는 한미일 3국 협력 강화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일본의 장기적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일본이 공동개발협정을 폐기하려는 속내가 있지만, 이를 실행하기 어려운 요인이 많다고 보고 일본을 상대로 '공동 협력' 필요성을 계속 설득한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관계자는 "일본이 공동 개발을 종료시켜 독자 개발을 하고자 한들 오랜 시간이 걸리고 중국 요인까지 더해져 일이 더 복잡해진다"며 "일본이 이번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을 보고 오히려 한국과의 공동 개발을 해보자는 마음을 먹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APEC 계기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한미일 정상 [촬영=임헌정]

다른 정부 관계자도 "일본이 협상을 종료하고자 하는 요인도, 이를 억제하는 요인도 있다"며 "우리는 일본과 지속해 소통하면서 공동 개발을 차분히 진행해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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