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 연습생을 주전 발탁하고, 좌완 투수를 거포로 바꿨다…한화에선 누가 '달의 남자' 될까
[OSEN=이상학 기자] 한화에선 과연 누가 ‘달(Moon)의 남자’가 될까.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지휘봉을 잡은 김경문(66) 신임 감독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명장이다. 한국시리즈 준우승만 4번으로 우승의 한을 아직 풀지 못했지만 역대 통산 감독 승수 6위(896승)로 1군 14시즌 동안 10번이나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김경문 감독으로 명장으로 평가받는 것은 성적만이 전부가 아니다. 선수 보는 안목이 남다른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명 순번에 관계없이 선수가 갖고 있는 가능성과 절실함을 보고 한 번 믿어주면 제대로 밀어주는 스타일이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선수가 바로 지금 KBO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 김현수(36·LG), 나성범(35·KIA)이다.
김현수는 2006년 육성선수, 이른바 연습생으로 두산에 입단했다. 신일고 시절 이영민 타격상을 받을 정도로 타격 재능은 우수했지만 발이 느리고, 수비가 약하다는 이유로 지명을 받지 못헀다. 2006년 첫 해에도 1군 1경기 1타석 들어선 게 전부였지만 2007년 4월8일 대구 삼성전 개막 3연전 마지막 경기에 3번 지명타자로 깜짝 선발 기용됐다.
당시 김현수의 나이는 불과 19세로 상위 순번 유망주도 아니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덩치가 있고, 파워가 좋다. 앞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 재미있을 것이다”고 기대했다. 이날 삼성 선발 임창용에게 5회 중전 적시타로 프로 데뷔 첫 안타를 신고한 김현수는 빠르게 주전으로 자리잡았다. 김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2008년 타격왕에 오르며 리그 대표 타자로 꽃피웠다. 1군 17시즌 통산 2002경기 타율 3할1푼4리 2306안타 247홈런으로 지금까지 롱런 중이다.
신생팀 NC에 와선 나성범이라는 스타를 만들었다. 나성범은 연세대 시절 150km 강속구를 뿌리는 좌완 투수였다. 2학년 때 뉴욕 양키스의 러브콜을 받을 정도로 공을 잘 던졌다. 3~4학년 때는 투수만 집중했고, 2012년 NC에 지명될 때도 투수로 불렸다. 나성범도 투수의 꿈을 안고 NC에 입단했지만 김 감독을 만난 뒤 타자 전향을 권유받고 마음을 바꿨다.
나성범의 빠른 발과 강한 어깨, 타격에서 파워를 주목한 김 감독은 “파워 포텐셜이 있고, 발도 빠르다. 우리 팀 붙박이 3번타자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는데 김 감독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 너무나도 정확했다. 2013년 1군 첫 해부터 주전으로 중용된 나성범은 리그를 대표하는 호타준족으로 성장했고, 현재 KIA로 옮겨서까지 1군 12시즌 통산 257홈런 거포로 활약 중이다.
두 선수 모두 김경문 감독의 눈과 뚝심이 아니었더라면 지금처럼 대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둘뿐만 아니라 이종욱, 김진성, 원종현 등 다른 팀에서 방출됐거나 양의지, 오재원, 정수빈, 노진혁, 권희동, 최금강 같은 드래프트 중하위권 또는 미지명 선수들을 끊임없이 발굴해냈다. NC에선 장현식, 구창모 같은 상위 순번 투수 유망주들을 꾸준히 선발로 쓰며 성장 기회를 부여했다.
한화는 당장 성적을 내기 위해 김 감독을 선임했지만 동시에 그의 남다른 유망주 보는 안목과 육성 능력을 기대하고 있다. 수년간 하위권에 맴돌며 드래프트에서 상위 순번으로 유망주들을 많이 끌어모은 한화는 투타에서 잠재력 있는 선수들이 포진해 있다. 문동주와 노시환처럼 빠르게 잠재력을 터뜨린 선수들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성장통을 겪으며 꽃피우지 못한 선수들도 있다.
문동주, 황준서, 김기중, 조동욱 등 투수 쪽에선 여럿 젊은 선수들이 1군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지만 야수 쪽에서 성장이 미진하다. 지난해 신인으로 114안타를 터뜨린 문현빈도 2년차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고, 중견수는 수년째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선수 보는 안목이 뛰어난데 특히 야수 발굴에 능한 김 감독이라 이런 한화의 니즈를 제대로 충족시켜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3일 취임식에서 김 감독은 특정 선수를 거론하진 않았지만 “한화에는 빠른 볼 던지는 젊은 투수들이 많다. 내야 쪽에도 좋은 선수들 많다”고 팀의 강점을 짚으며 “선수를 믿게 되면 조금 더 기다리며 기회를 많이 주게 된다. 예전보다 젊은 선수들에게 많이 다가가 소통하겠다. 때에 따라선 형님도 되고, 아버지처럼 해서 선수들이 야구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시즌 도중에 팀을 맡았고, 당장은 가진 자원으로 성적을 내야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선수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지만 시즌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김 감독은 선수들의 작은 모습부터 그 가능성을 주시할 것이다. 시즌 후 마무리캠프부터 내년 스프링캠프까지 본격적인 선수 평가와 육성 포인트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김 감독은 “선발투수 쪽에 앞으로 우승할 수 있는 좋은 선수들이 많이 있다. 나머지 부분을 시즌 마치고 조금 더 보완해서 정상 도전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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