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의학교육 기준바꿔 수습?" 국민의힘 발의 법안 논란

박정렬 기자 2024. 6. 4.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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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에 발의된 의료법·고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을 두고 일부 의사단체가 급격한 의대 증원으로 부실한 의학교육이 우려되는데 국가시험 자격의 '기준'을 바꿔 이를 수습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자신의 SNS에 "의대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고 있는 정부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것"이라며 "그걸 또 피해 가려는 꼼수를 여당이 만들고 있다. 권력만능주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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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뉴스1) 김기태 기자 =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의학과 학생들이 수업 거부 등 집단행동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5일 대전에 위치한 한 의과대학 의학과 전용강의실이 비어 있다. 2024.3.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대전=뉴스1) 김기태 기자


22대 국회에 발의된 의료법·고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을 두고 일부 의사단체가 급격한 의대 증원으로 부실한 의학교육이 우려되는데 국가시험 자격의 '기준'을 바꿔 이를 수습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4일 국회에 따르면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30일 의료법 개정안과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지금은 의사, 한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이 국가시험 자격을 얻으려면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하 의평원)과 같은 평가인증기구로부터 해당 대학이 충분한 교육 여건을 갖췄는지 등을 인증받아야 한다. 김 의원은 이번 개정안에서 기존의 '인증'에서 '예비인증'으로 국시 자격 조건을 확대하는 한편 예비인증은 교육과정 운영계획서 등을 근거로 삼는다고 명시했다. 평가·인증 실적이 없어도 일정한 기준을 충족한 경우 예비인증을 줄 수 있는 인정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법률상 근거를 마련했다.

김정재 의원실은 관련 자료를 통해 "예비 인증제도가 없다면 신설 의과대학이 인증받기 전까지는 해당 학교를 졸업하더라도 국가시험 응시 자격을 갖추지 못하는 제도적 허점이 발생한다"며 "의과대학 신설에는 필수적 제도"라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포항시 북구가 지역구인 김 의원은 이들 개정안을 이른바 '포스텍 의대 신설 지원법'이라 홍보했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에 올라온 성명서. 아직도 메인 화면에 노출돼있다./사진=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의사들은 해당 법안이 의대 증원 후 의평원에 의한 '무더기 인증 탈락'을 염두에 둔 것이라 의심하고 있다. 의대 평가의 '열쇠'를 쥔 의평원은 지난 3월 성명서를 통해 대규모 의대 증원은 의학교육의 질적 저하를 부를 것이라며 일찌감치 우려의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불인증을 받는 대학은 정원 감축 및 모집 정지, 학생의 의사국가고시 응시 불가와 해당 대학의 폐교까지 처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 등은 의대 증원 가처분 소송 과정에서 정원이 10% 이상 늘어나는 30개 의과대학 전체가 인증평가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자체 평가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학생 수 증가에 따른 기숙사, 강의실, 실습실 등을 하루아침에 보완하기 힘들고 기초의학 교수도 부족해 평가 기준을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이를 두고 교육부는 "미래 평가 인증 결과를 근거 없이 예단한 것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김종일 서울대의대 교수협의회 회장이 27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학교육 파국 저지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에 발표하고 있다. 2024.5.2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의평원은 의대증원에도 평가인증 기준이 종전과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최근 재인정 심사를 통과해 향후 5년간 평가인증 인정기관으로 활동도 담보된 상태다. 정부는 인증 통과를 자신하지만, 대부분의 의대 교수들은 이대로라면 의평원으로부터 불인증 평가를 받는 의대가 속출할 것으로 본다.

이런 상황에 이번 개정안이 의평원 인증에 탈락한 의대가 예비 인정기관을 통한 예비인증을 이용해 입학생에게 의사 면허 시험을 볼 수 있게 하는 '우회로'가 될 것이라는 게 의사들의 시각이다. 의평원의 인증을 받지 못한 의대 졸업생은 향후 해외 의사 면허 취득이 어려워 국내 근무만 가능할 것이라며 '의대 계급'이 형성될 것이라 생각하는 의사도 있다.

이 같은 의사들의 입장이 담긴 '원칙 심사 못박은 의평원 vs 의평원 패싱 법안을 발의한 국힘'이란 제목의 유튜브 영상은 4일 오후 2시 현재 8400여건의 조회수와 200여개의 댓글이 달리며 의사들 사이에서 확산 중이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자신의 SNS에 "의대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고 있는 정부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것"이라며 "그걸 또 피해 가려는 꼼수를 여당이 만들고 있다. 권력만능주의"라고 비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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