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1.4兆 재산분할…21년 전 '소버린 사태'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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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21년 전 SK그룹이 겪었던 '소버린 사태'가 재조명되고 있다.
최 회장 측은 재산분할 금액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만큼 대법원 판결까지 확정된 이후 재산분할 금액을 지급한다는 입장이어서 재계 안팎에선 당장 SK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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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소버린운용 '적대적 M&A' 재현 가능성
자금 마련 여부 관심…지분 매각 가능성 낮아
[서울=뉴시스] 김경택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21년 전 SK그룹이 겪었던 '소버린 사태'가 재조명되고 있다. 소버린 사태는 SK그룹이 외국계 자산운용사인 소버린으로부터 적대적 인수합병(M&A)를 당할 뻔한 사건을 말한다. 앞서 경영권 위기로 홍역을 치렀던 만큼 SK그룹이 지배구조 방어를 위해 어떤 묘수를 내놓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서울고법 가사2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 위자료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 판결에서 재산분할 665억원, 위자료 1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최 회장의 부담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다.
특히 1심과 달리 2심에선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도 분할 대상으로 인정되면서 향후 최 회장의 경영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단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 회장 측은 재산분할 금액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만큼 대법원 판결까지 확정된 이후 재산분할 금액을 지급한다는 입장이어서 재계 안팎에선 당장 SK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향후 지분 매각이 이어질 경우엔 최 회장의 지배력 약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판결 이후 SK㈜의 주가는 3거래일 만에 23.57% 뛰었다. 앞서 '소버린 사태'로 기억되는 2003년 경영권 분쟁과 같은 상황이 재현될 것이란 기대감에 투자자들이 주가 상승에 베팅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소버린 사태는 지난 2003년 외국계 헤지펀드인 소버린자산운용이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분식회계에 따른 경영 공백을 틈타 지분을 14.99%까지 늘려 최대주주에 오른 사건을 말한다. 당시 최 회장 등 SK그룹 경영진은 SK글로벌의 1조5000억원이 넘는 초대형 분식회계 사실이 알려지면서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었다.
소버린은 이때 사외이사 추천, 자산 매각, 주주배당 등을 요구하기도 했으며 소액주주와 노조, 시민단체 등을 끌어들여 최 회장 퇴진 등 대기업의 개혁을 주장하기도 했다.
SK그룹은 홍역을 치른 뒤 가까스로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었지만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소버린은 9000억원이 넘는 투자차익을 챙겨 2005년 유유히 한국을 떠났다.
앞선 경험을 바탕으로 최 회장이 지분 매각보다는 주식담보대출이나 배당, SK실트론 등 비상장 주식 지분 처분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버린 사태에서 적대적 M&A를 당할 뻔한 위기를 겪은 만큼 학습효과가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현금 1조원 이상을 받게 될 노 관장이 SK㈜ 주식 매입을 통해 경영권 다툼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최근 노 관장 측이 SK그룹의 우호지분으로 남겠다는 입장을 하루 만에 번복했기 때문이다.
실제 노 관장 측은 지난 1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노 관장은) SK그룹의 우호지분으로 남을 것"이라고 밝힌 입장을 취소하고 지난 2일 "정해진 바가 없다"고 다시 전했다.
한편, 최 회장은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과 관련해 구성원 등에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판결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최 회장은 전날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열린 임시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참석해 "개인적인 일로 SK 구성원과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그러면서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지만, SK가 성장해온 역사를 부정한 이번 판결에는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SK와 구성원 모두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진실을 바로잡겠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rk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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