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상환수수료 손질하는 당국, ‘기회비용’이 변수

2024. 6. 4.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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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계층의 부담을 완화하겠다며 중도상환수수료를 뜯어 고치고 있는 금융당국이 어려움에 봉착했다.

중도상환이 이뤄짐에 따라 은행이 미래 얼마나 손해를 볼지 등 '기회비용'을 측정할 수 있는 수익성 예측 모델이 부재해서다.

금융위는 당시 "가이드라인에 따라 중도상환수수료는 대출 관련 행정·모집비용 및 자금운용 차질에 따른 손실비용 등 실비용만이 인정된다"며 "그외 다른 항목을 부과하면 불공정영업행위로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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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경’ 가닥...은행들 산정방식 고심

취약계층의 부담을 완화하겠다며 중도상환수수료를 뜯어 고치고 있는 금융당국이 어려움에 봉착했다. 중도상환이 이뤄짐에 따라 은행이 미래 얼마나 손해를 볼지 등 ‘기회비용’을 측정할 수 있는 수익성 예측 모델이 부재해서다. 은행들은 경제 불확실성이 너무 커 미래 비용을 예상하는 게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수수료와 같은 시장가격을 결정하는 데 따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은행들과 함께 중도상환에 따라 은행의 미래 수익률이 어떻게 변하는지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시나리오별로 고안하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가 중심이 돼 각 은행이 제출한 측정모델을 취합하고, 금융위원회에 보고할 방침이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해 11월 중도상환수수료의 합리성·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내 은행권이 전부 획일적으로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선 1.2~1.4%, 신용대출에 대해선 0.6~0.8%의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는데, 별도의 합리적 부과기준을 마련해 사실상 중도상환수수료를 감경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이 연간 수취한 중도상환수수료는 2020년 3844억원, 2021년 3174억원 수준에 달했다. 단 코로나19가 끝나고 고금리에 접어든 2022년에는 2794억원으로 줄었다.

중도상환수수료는 각종 감정평가수수료, 근저당설정비, 인지세 등 대출 관련 행정·모집비용과, 자금운용 차질에 따른 기회 비용 등 두 가지로 구성된다. 금융위는 당시 “가이드라인에 따라 중도상환수수료는 대출 관련 행정·모집비용 및 자금운용 차질에 따른 손실비용 등 실비용만이 인정된다”며 “그외 다른 항목을 부과하면 불공정영업행위로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자금운용 차질에 따른 손실비용을 어떻게 산정할 거냐는 점이다. 대출금이 중도상환됨에 따라 은행들은 대출자금 운용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데, 이 상황에서 발생하는 기회비용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비용으로 뗄지가 은행들 사이에서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중도상환 발생시 은행은 고금리 시기에 내줬던 대출금을 가지고 더 낮아진 금리로 대출을 내줘야 하기 때문에 손해를 볼 수밖에 없어서다. 현재와 같이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시기에는 미래 기회비용을 예측하기 더 어렵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금리 인상기와 금리 인하기의 기회비용 예측 모델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은행권 관계자는 “중도상환에 따른 은행의 기회비용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산정할 수 있을지, 외부에 설명이 될만큼 (명확한) 방법을 찾는 과정”이라며 “금리인상 시점에만 적용된다든지 하지 않게 모든 경우에 적용이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민생금융’을 앞세워 시장가격을 결정하는 게 과도한 개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간·시장 중심 경제를 강조하는 현 정부의 기조와도 배치된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중도상환수수료와 같은 ‘가격’을 결정하는 데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정부가 자율규제를 하려고 해도 금융사가 향후 제재를 피하기 위해 당국에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어 ‘관치금융’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홍승희 기자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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