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오물풍선 조건부 중단·南 확성기 설치 MISO작전…아슬아슬 안개정국

대북단체 대북 전단 살포 시 北 반응이 변수
정세격화 불씨 재점화, 남북 대화 계기 마련할 수도

2018년 5월 육군 9사단 교하중대 장병들이 경기도 파주시 민간인 통제구역 내 설치된 고정형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북한의 대규모 대남 오물 풍선 살포로 고조됐던 남북한 긴장 상황이 확전의 우려 속에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오물 풍선 살포를 조건부로 잠정 중단했지만, 대북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빌미로 재개할 공산이 크다. 우리도 이에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로 맞대응할 것으로 예상돼 정세격화의 불씨가 재점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 2일 밤 국방성 부상 담화를 통해 "얼마나 기분이 더럽고 많은 공력이 소비되는지 (남측에) 충분한 체험을 시켰다"며 대북전단 대응이던 오물 풍선 살포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닷새간 1000개에 달하는 오물 풍선을 날리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연일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전파 교란 공격을 감행하는 등 ‘복합 도발’을 퍼붓던 상황에서 돌연 태세 전환에 나선 것이다.

한국 사회 내부에 혼란을 일으키고 대북전단에 대한 남남갈등을 유발한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판단에 따라 ‘치고 빠지기’를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4일 "북한은 (오물 풍선을 보낸) 닷새가량 남측의 반응에서 어느 정도 성과가 있다고 일차적으로 평가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북한은 대북 전단살포가 재개되면 "백배의 휴지와 오물량을 다시 집중 살포"하겠다고 위협했다. 한국 정부는 ‘감내할 수 없는 조치’를 경고했음에도 북한이 오물풍선 살포를 멈추지 않자 9·19군사합의의 전체 효력정지 카드를 꺼내들었다.

군 당국은 9·19군사합의 효력정지 관련 윤석열 대통령 재가가 난 뒤 국방부 등 상부 지시가 나는 대로 전방부대 일반전초(GOP) 10여 곳에 대북 확성기를 설치하는 ‘MISO(군사정보지원) 작전’에 즉각 돌입할 예정이다. 대북 심리전의 핵심인 확성기 방송과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의 대규모 기동훈련을 제한하던 족쇄를 풀어 북한의 도발에 대응 수위를 높일 채비를 갖춘 것이다.

다만 방송을 재개하는 시점은 향후 대북단체의 전단 살포 후 북한의 도발 여부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일단은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기 위한 확성기 설치를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만으로 강력한 대북 메시지 및 억제력를 발휘할 수 있는 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군사분계선 및 동·서해 완충수역, 공중에서의 대규모 기동훈련 및 정찰·감시활동에 대한 법적 제약도 사라지는 만큼 향후 북한의 행동에 따라 정부는 여러 카드를 놓고 단계적으로 대응 강도 및 속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남북 모두 당장은 긴장을 추가로 고조시킬 만한 직접 행동은 피했지만, ‘언제든 한 발짝 더 나갈 수 있다’는 경고를 상대방에 보내고 있는 셈이다.

단기적으로 관건은 대북전단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탈북민 단체들은 북한의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북전단을 계속 살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남북 관계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대북 전단 살포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박상학 대표는 오물 풍선에 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과가 없다면 풍향이 바뀌는 대로 다시 전단을 날려 보내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 사과는 현실적으로 실현이 어려운 조건이고, 정부도 단체에 자제를 요청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언제고 대북전단 살포는 재개될 수 있어 보인다.

이 경우 북한이 반발하면서 긴장 격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북전단 살포가 재개되면 북한이 응징성 행동을 하고 우리도 확성기 방송 재개를 논의하는 등 빠른 속도로 (긴장 고조) 수순이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충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