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전통공연부터 음식까지 챙겼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4일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참석 차 방한한 아프리카 정상들의 배우자와 한국 전통문화를 즐기며 '문화 외교'를 펼쳤다.
대통령실은 이날 김 여사가 청와대 상춘재에서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배우자 오찬 행사'를 주재하면서 16개국 정상 배우자들에게 한국의 전통문화를 담은 공연과 음식을 소개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여사가 한국 전통문화를 영부인들에게 선보이려고 공연과 음식 메뉴까지 수개월 동안 모두 섬세히 챙겼다"고 설명했다.
상춘재 오찬장은 한국과 아프리카 대륙의 조화와 화합을 뜻하는 작은 백자와 한국·아프리카산 꽃으로 꾸며졌다.
각국 배우자들이 오찬장에 들어설 때는 동서양의 현악기가 조화를 이루는 '첼로가야금'의 퓨전국악 연주가 10분가량 펼쳐졌다.
가장 먼저 흘러나온 곡은 온전히 바다만을 상상하며 만든 '바다소리'였다. 바다의 아름다움과 압도적인 힘을 동시에 표현하며 새로운 시작의 설렘을 상징하는 곡이다. 참가국 중 11개국이 대서양 혹은 인도양과 접해있다는 점에 착안해 택한 곡이다. 두 번째 곡은 조선시대 한양의 저잣거리와 현재의 서울을 상상하며 만든 '한양'. 첼로와 가야금의 연주가 역동적인 세계 속 서울을 질주하는 듯한 리듬감으로 표현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오찬 후 녹지원에서 펼쳐지는 본 공연은 한국과 아프리카의 '합작 판소리'로 문을 열었다.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흥보가 이수자 민혜성 명창과 카메룬 태생 프랑스인이자 민혜성 명창의 제자인 마포 로르의 소리 협연이 판소리 고법 이수자 고수 최현동과 함께 어우러졌다. 이들은 춘향가 중 사랑가, 진도아리랑 등 우리 판소리 대표 대목을 불러 한-아프리카가 함께하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흥겹게 전달했다. 일부 대목은 한국어와 프랑스어로 함께 불렀다.
이어진 공연은 역동적인 수묵 퍼포먼스 '사이클'. 사고로 팔을 잃은 아픔을 이겨낸 의수 화가 석창우 화백은 검정·빨강·초록·노랑·파랑의 범아프리카색을 이용해 여럿이 한 방향으로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크로키로 표현하며 어울림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림의 마무리로 석 화백이 쓴 '한-아프리카 함께하는 미래를 그리다'라는 낙관은 공연의 화룡점정이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석창우 화백이 그려 낸 사이클의 힘찬 움직임처럼, 한국과 아프리카 대륙도 함께 발맞추어 더 밝은 내일을 향해 나아가기를 바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일부 국가를 고려해 상춘재 정면 출입문을 개방해 상춘재 우측 끝에 기도실을 마련하고, 기도용 카펫, 시계, 나침반을 별도로 준비했다. 또 녹지원 야외 공연과 날씨 등을 감안, 전북도무형문화재 선자장 '방화선'의 '듸림선' 부채, 신사임당 초충도 모티브의 손수건도 준비했다.
16개국 정상 배우자를 위한 차담과 오찬 메뉴는 한국과 아프리카 대륙의 조화를 의미하는 퓨전한식이었다.
오찬 전 차담에는 매화차와 두부과자, 야채칩과 계절과일, 쿠키 등이 놓였고, 이어진 오찬은 전채부터 스프, 메인 요리, 디저트까지 총 4개 코스로 진행됐다. 퓨전한식을 기본으로 할랄과 채식, 락토프리 등 개인적 취향과 선호도를 세심하게 반영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다채롭게 보고 느낄 수 있는 코스로 구성했다"며 "전체적으로 크기가 작거나 부드러운 음식들로 마련했다"고 전했다.
전채 요리는 오이선을 시작으로 문어강회(채식 파강회)가 이어졌고, 이색밀전병과 수삼말이, 마 채소말이, 두부선과 섭산삼이 소량씩 한 접시에 모여 제공됐다. 기본 찬으로는 더덕나물과 궁중떡볶이, 백김치와 초당 옥수수죽이 놓였다.
메인 요리는 할랄 안심 너비아니 구이와 구운채소, 배추겉절이가 제공됐으며, 생선 요리로는 제주옥돔구이가 준비됐다. 채식을 선호하는 배우자를 위해서는 두부구이와 구운 채소가 제공됐다. 참석자들은 이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미니 김밥과 더불어 쌈밥, 편수도 즐겼다. 후식으로는 떡과 한과, 우엉차, 과일이 제공됐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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