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교보문고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은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소설은 출간 10년 넘은 구간 약진
자기계발서 대신 시·에세이 많이 읽어
교보문고에서 올해 상반기 가장 많이 팔린 책은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였다. 자기계발서와 만화의 판매는 줄고, 시와 에세이, 인문서의 판매는 늘었다. 소설은 출간이 몇 년 지난 구간이 강세였다. 교보문고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4 상반기 결산’을 3일 발표했다.
교보문고 올해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가 차지했다. 강용수 고려대 철학연구소 연구원이 쓴 책이다. 지난해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깜짝 소개된 후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방송 이슈가 걷힌 후에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며 “책 속에 담긴 쇼펜하우어만의 통찰이 독자들의 마음에 와닿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참고 기사: ‘철학’으로 ‘자기계발’한다..쇼펜하우어부터 니체까지 철학 책 열풍
2위는 영화 평론가 이동진 씨의 추천을 받은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3위는 <돈의 심리학>으로 유명한 모건 하우절의 신작 <불변의 법칙>이었다. 이어 <세이노의 가르침>, <모순>, <이처럼 사소한 것들>, <도둑맞는 집중력> 등이 뒤를 이었다.
교양인문서가 약진했다. 지난해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 내 인문서는 1종뿐이었다. 올해는 1위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7위 <도둑맞는 집중력>, 10위 <생각이 너무 많은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 등 3종이 올랐다.
인문 분야 안에서는 철학서가 인기였다. ‘쇼펜하우어 열풍’ 덕분이다. 제목에 ‘쇼펜하우어’가 들어간 책은 2021년 1종, 2022년엔 2종이었다. 작년엔 8종, 올해는 상반기에만 13종 출간됐다. 인문 분야 베스트셀러 30위 내에 든 쇼펜하우어 책도 5종에 달했다.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쇼펜하우어 저),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쇼펜하우어 인생수업: 한 번뿐인 삶 이렇게 살아라>, <잠들기 전에 읽는 쇼펜하우어>등이다.
유명인의 추천 책이 서점가를 뜨겁게 달군 것도 상반기 트렌드 중 하나였다.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추천한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맡겨진 소녀>, <이주하는 인류>,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 등이 에세이, 소설, 역사·문화, 인문, 예술 등의 분야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분야별 판매 점유율을 보면 중학생·고등학생들이 보는 학습 분야 도서가 16.2%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했다. 아동 분야는 저출산 여파로 어린이 독서 인구가 줄고 있지만, 아동 만화 및 동화 인기 시리즈가 아이들의 독서 흥미를 돋우며 두 번째로 높은 점유율(8.2%)을 보였다.
한동안 판매 점유율이 위축됐던 시·에세이 분야가 16.5%로 큰 신장률을 보였다. 판매 점유율은 5.1%로 8번째를 차지했다. 교보문고에서는 “경제 불안으로 인해 재테크나 자기계발보다는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공감을 끌어내는 에세이에 독자 관심이 옮겨간 것”이라고 해석했다. 시 분야는 대표적인 시선집인 문학과지성사 600호, 창비 500호가 출간되면서 시집 마니아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시니어 시집들도 신장세에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소설 분야는 ‘구간’이 명관이었다. 소설 베스트셀러 30위 안에서 11종이 출간이 10년 넘은 구간이었다. 1989년 출간된 양귀자의 <모순>을 비롯해 <구의 증명>, <삼체 1>, <인간 실격>, <데미안>, <파과>, <채식주의자>, <노르웨이의 숲>, <듄 1> 같은 책들이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옛날에 출간된 소설들이 영화, 드라마, 유튜브 등을 통해 소개되고 추천되면서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며 “몇십 년을 거슬러 인기를 얻는 책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절판된 지 한참 된 책을 다시 펴내는 재개정판 출간이 요즘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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