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역직구 적자 4년새 2배로…판매자는 “갈수록 부담 눈덩이” [언박싱]
수입 관세·안전인증비용도 ‘걸림돌’
플랫폼 지원과 한류 마케팅 키워야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화장품은 성분 검사와 안전 인증을 받느라 수천만원이 들어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수출하기 전에 빚 걱정부터 하죠.” (화장품 수출기업 대표)
“관세가 없었다가 올해부터 싱가포르는 9%, 말레이시아는 10% 붙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해외 유통업체 운영 대표)
한국인의 온라인 직구(해외직접구매) 금액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역직구(해외직접판매)는 꾸준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판매자들은 수입 관세와 안전 인증 비용을 역직구 사업의 걸림돌로 지목했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온라인 쇼핑 시장(면세점 제외)의 무역적자는 5조9290억원으로 4년 전(2조8513억원) 대비 2배로 늘었다. 해당 무역적자는 역직구 판매액에서 직구액을 뺀 값이다. 지난해 한국의 온라인 직구 규모는 6조6819억원으로 역직구(7529억원)의 9배에 달했다. 해외 쇼핑몰에서 한국인이 물건 9개를 살 때 국내 판매자는 1개만 판매한 셈이다. 올해 1분기에도 온라인 시장 무역적자는 1조4884억원이 발생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해외 직구 등 크로스보더트레이드(CBT) 이커머스 시장은 주요 30개국 기준 약 4538억4690만달러(한화 약623조원) 규모다. 한국인이 판매하는 K-역직구 시장(면세점 제외)에서는 중국과 화장품 판매 비중이 높은 기존 면세업과 다른 특성이 나타났다. 우선 중국 비중이 낮다. 역직구 시장에서는 미국(575억원)에 이어 일본(521억원), 아세안(204억원)이 ‘큰 손’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자료를 살펴보면 올해 1분기 역직구 상품군 중 가장 많이 팔린 품목(면세점 제외)은 의류·패션 관련 상품(553억원)이었다. 화장품(401억원), 음반·비디오·악기(181억원)가 뒤를 이었다.
국내 판매자들은 한국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한다. 아세안 지역을 포함한 15개국에 화장품·미용기기를 수출하는 김경수 씨는 “동남아 국가들이 안전 인증이나 자국 상품 보호를 위한 관세를 강화하면서 제품을 팔기가 더 어려워졌다”며 “판매자 사이에서도 동남아 역직구 시장이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실제 말레이시아는 올해 1월 1일부터 LVG(Low Value Goods) 판매세(10%) 부과 정책을 시행 중이다. 현지 제품 보호와 시장 규제를 위해서다. 해외 직구 사이트인 아이허브를 통해 말레이시아에서 한국 화장품을 구매하면 판매세 10%가 가격에 포함된다는 문구가 뜬다.
역직구 감소에 대한 분석은 복합적이다. 제조사의 직수출이 늘었고, 물건을 되파는 차익거래가 줄어든 영향도 있다. 코로나19 때 증가한 물류비도 국내 판매자의 실익을 줄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10년 넘게 미국 아마존 등 해외 쇼핑몰에서 판매자로 활동 중인 류기석 씨는 “쿠팡에서 싸게 물건을 사서 네이버에 판매하는 것처럼 일종의 ‘정보의 불균형’을 이용한 차익거래가 역직구 시장에 많았다”면서 “그러나 이제 제조사들이 제3자인 판매자가 아닌 직접 나서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화장품의 판매가가 오르고 주목을 덜 받으면서 판매량이 곤두박질쳤다”고 했다.
갈수록 늘어나는 물류 비용도 부담이다. 한국관세물류협회에 따르면 인천공항~미국 로스엔젤레스 항공운임은 2023년 12월 기준 7.62달러/㎏(45㎏ 기준)로, 코로나19 이전(2019년 12월, 4.69달러) 대비 62% 상승했다.
류 씨는 “급증한 물류비에 소규모 셀러들은 대규모로 물건을 보내기 어려워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현재 대부분 수출업자들은 아마존 FBA(Fulfillment by Amazon) 창고나 현지 3PL(제3자 물류) 창고에 물건을 보내 현지 배송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은 입점·판매수수료를 면제 혜택을 내걸며 국내 판매자를 위협하고 있다. 큐텐은 최근 인수한 북미와 유럽 기반 플랫폼 ‘위시’와 구축한 통합 플랫폼 위시플러스에 한국 상품 판매 채널인 ‘K-에비뉴’를 열고, 해외 판로를 넓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직구 시장과 역직구 시장의 불균형을 바로 잡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플랫폼 자체의 세계화가 부족한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국내 플랫폼의 해외 진출 과정에서 판매자가 같이 나갈 수 있게 하거나, K-뷰티 등 한류를 통해 마케팅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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