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78억서 4조4085억 4년간 11배...헌재, 종부세 합헌 이유 ‘납득’ 안돼 [매경포럼]
헌법재판소가 얼마전 종합부동산세를 합헌으로 판단한 결정문을 주말에 꼼꼼히 읽어봤다. 이번 선고 대상인 2020·2021년 귀속분 종부세가 많은 국민에게 큰 고통을 준 점을 감안하면 ‘문제없다’는 결론에 이른 과정은 좀 아쉽다. 헌재가 종부세 입법 목적의 정당성만을 강조한 채 문재인 정부 때 막대한 종부세 피해 상황을 심각하게 헤아렸는지 단서를 찾기 힘들다. 종부세법이 당초 취지대로 ‘집값 안정’이라는 목적 달성에 실패했는데 그에 대한 헌재 판단도 없다.
특히 다주택자의 경우 거의 탈취 수준으로 종부세가 부과됐지만 1주택자와 달리 취급할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헌재는 봤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3주택 이상자에 대해 최대 6%까지 세율을 높여도 과잉금지 원칙과 조세평등주의 위반이 아니라고 했다. 근거는 투기 수요와 주택 분양 과열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다. 하지만 ‘세금 폭탄’을 맞은 다주택자는 왜 3~4%가 아닌 6%나 돼야 하는지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헌재는 적정한 종부세율 기준에 대한 설명 없이 정책상 필요하니 정부가 재량껏 높여도 문제 없다는 식이다.
문 정부는 세금을 올려 부동산을 잡는 방안을 수차례 내고도 집값이 고공행진 하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2020년 7월 2일 청와대로 긴급 호출했다. 많은 이들이 김 장관을 경질하거나 정책 변화를 기대했지만 문 대통령은 잘 하고 있다면서 더 강도 높은 대책을 주문했다. 그리고 8일 후 나온 7·10 대책은 종부세는 물론 취득세와 양도세 모두 크게 올렸다. 조정지역 2주택자와 3주택 이상자 종부세율은 0.6~3.2%에서 2019년(0.8~4.0%), 2020년(1.2~6.0%) 연속해서 올랐다. 다주택자는 양도세가 20~30%가 가산돼 3주택 이상이면 지방세 포함 최대 82.5%나 됐다. 종부세를 피하려 집을 팔려고 해도 양도세가 많아 내놓지도 못한데다 주택 수에 따라 중과된 취득세 때문에 거래 절벽이 됐다.
한마디로 국가가 집 가진 국민을 상대로 ‘세금 폭력’을 가한 것이다. 2020년 주택분 종부세 과세액은 1조4590억원에서 2021년 4조4085억원으로 3배가 넘었다. 2017년(3878억원)과 비교하면 4년 간 11배나 급증한 것이다. ‘징벌적 과세’란 표현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종부세 취지를 이해한다고 해도 종부세 인상과 대상 확대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국민은 많지 않다. 종부세 납부자는 상당한 부담으로 느꼈는데 헌재는 과잉금지·조세평등·신뢰보호 원칙 등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한다. 간극 차이가 상당한데 헌재는 납득할 이유를 내놓지 않았다. 지난달 헌재가 민법상 ‘유류분’ 위헌 소송에서 입법 목적을 인정하면서도 고인과 피상속인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위헌을 내렸듯이 종부세도 국민이 입은 피해를 면밀히 따져봐야 했다.
종부세를 포함한 부동산 세율 인상과 다주택자를 벌하는 분위기에서 많은 국민은 똘똘한 한 채를 찾아다녔다. 강남과 수도권만 선호하는 통에 그곳 집값만 급등했다. 문 정부 때 종부세는 세입을 늘렸지만 부동산 안정과 실수요자 보호라는 소기 목적은 이루지 못했다. 국민 부담만 키워놓은 법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 그나마 정치권에서 종부세 폐지를 논의한다고 하니 제대로 한번 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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