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도 까무러치는 냥이의 오줌 냄새…집사는 유심히 맡아야 합니다
말 못하는 작은 가족 반려동물, 어떻게 하면 잘 보살필 수 있을까요.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국내 여러 동물병원에서 멍냥이를 만나온 권혁호 수의사에게 반려동물의 건강, 생활, 영양에 대해 묻습니다. 매주 화요일 오후 2시 권혁호 수의사의 반려랩과 댕기자의 애피랩이 번갈아 연재됩니다. 궁금한 점은 언제든 animalpeople@hani.co.kr로 보내주세요!
Q. 복슬복슬한 털, 보석 같은 눈동자, 우아한 몸놀림까지 고양이는 정말 아름다운 동물 같아요. 그런데 단 하나, 고양이와 생활하며 적응하기 힘든 것이 있습니다. 바로 고약한 소변 냄새인데요, 어쩌다 한 번 ‘사고’를 쳐놓으면 아무리 닦아도 냄새가 쉽게 가시지 않습니다. 도대체 고양이 오줌은 왜 이리 강하고 독특한 향을 가진 건가요?
A. 고양이를 키우시는 분들이라면 모두 ‘우리 주인님’(고양이 반려인들이 고양이를 모시고 산다는 뜻의 장난스런 호칭)과의 첫 만남을 잊지 못하실 겁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귀엽고 사랑스러운 외모와 도도한 듯 친근한 반전미 넘치는 성격까지 다양한 매력 포인트가 있을 텐데요, 저에게도 고양이와의 첫 만남에서 가장 강렬했던 것이 소변 냄새였습니다.
수의대에 다니던 시절, 6평이 채 안 되는 자취방에서 새끼 고양이 2마리를 임시보호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집에 데리고 온 첫날 고양이 소변 냄새가 굉장히 독특하다는 것을 알게 됐죠. 맡아본 분은 아시겠지만 어딘가 톡 쏘는 듯하면서 개와는 다르게 강렬한 냄새를 풍깁니다. 도대체 고양이 소변의 특이한 냄새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걸까요.
먼저 고양이 소변의 높은 암모니아 농축량이 냄새의 원인일 수 있습니다. 고양이들의 조상을 역추적해 보면 대부분 중동 사막 지역에서 비롯된 것을 알 수 있거든요. 물이 충분치 않은 척박한 환경에서 생존해온 고양이들은 몸 안의 수분을 최대한 아끼는 전략으로 생존해왔습니다. 때문에 고양이들은 사람이나 개보다 암모니아를 굉장히 높은 수치까지 농축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수분량이 많은 다른 소변보다는 냄새가 강할 수밖에 없겠죠.
게다가 고양이 소변에는 아미노산의 한 종류인 ‘펠리닌’(Felinine)이라는 물질이 포함되어 있는데요,문제의 냄새는 바로 이 펠리닌에서 비롯되었을 수 있습니다. 원래 펠리닌 자체는 냄새가 나지 않는 무취의 아미노산입니다. 그런데 상온에서 화학성분이 분해되면서 황과 수소가 결합한 티올기(-SH)가 생성됩니다. 썩은 달걀, 마늘, 스컹크 방귀에서 나는 지독한 냄새들 모두 티올기 때문이거든요. 고양이 소변 냄새의 주범도 펠리닌 분자에 존재하는 티올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어요.
우리에겐 그저 고약한 냄새를 내는 오줌이지만 고양이에게는 영역 표시와 짝짓기에 중요한 도구가 됩니다. 펠리닌 분비는 성호르몬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암컷보다는 수컷, 어린 고양이보다는 성묘에서 더 많이 분비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신비롭게도 강렬한 냄새에는 소변을 눴던 개체의 나이와 성별 그리고 아직 인간이 미처 알지 못하는 추가적인 생체 정보 등이 담겨있다고 해요. 어찌 보면 소변을 통해 고양이들만의 ‘화학적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 셈이죠.
고양이가 일을 본 뒤, 모래로 열심히 덮는 이유도 소변 냄새와 연관이 있습니다. 초식동물에게 포식자인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배뇨 혹은 배변을 한 뒤 모래와 마른 흙으로 덮어 흔적을 감추려던 야생의 습관이 이어져 온 것이죠.
고양이 소변 냄새의 위력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다른 동물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데요, 2015년 러시아 연구진의 논문을 보면 임신한 쥐가 고양이 소변에 노출되면 큰 스트레스를 받아서 유산한다는 연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수천 년간 이어져 온 고양이와 쥐의 관계가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겠죠.
이렇게 소변 냄새가 강렬하다지만 집사로서 놓치면 안 될 것이 있습니다. 고양이 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때도 소변 냄새가 더 고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에요. 고양이는 소변을 농축하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사막에서 진화하다 보니 물을 잘 마시지 않는 습관을 갖고 있거든요. 때문에 비뇨기계 질환이 자주 발생하는 편입니다. 방광염, 요로 결석 그리고 소변길을 막는 고양이 하부 요로계 질환은 모두 고양이의 소변 냄새를 더욱 안 좋게 만들 수 있어요. 또 비뇨기뿐 아니라 수컷의 경우 전립선염, 암컷은 자궁이나 질 등 생식기계에 문제가 발생해도 소변 냄새가 고약해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조금 힘들지라도 평소 우리 고양이의 소변 냄새가 어떤지 잘 맡아두는 것도 집사의 덕목 중 하나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보호자들이 많이 상담하는 내용 중 하나가 고양이의 화장실 사용 문제입니다. 잘 쓰던 화장실을 사용하려고 하지 않거나 갑자기 집안 곳곳에 소변을 본다거나 하는 등의 행동을 보이는 것이죠. 원인은 다양하지만 이럴 때는 질환뿐 아니라 행동학적 원인을 잘 따져보셔야 해요. 화장실의 위치나 크기, 사용하는 모래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일단 화장실의 위치는 고양이 식사 장소와 멀고 조용한 곳이 적당한데요, 크기가 적어도 고양이 몸 크기의 1.5배 이상은 되어야 합니다. 문제 행동을 보일 땐 화장실 안 모래도 다양한 종류를 시도해 보시는 게 좋아요. 잘 사용하던 모래라도 특정한 이유 때문에 거부할 수도 있거든요.
또 낡고 오래된 화장실이라면 새 화장실로 교체하는 것도 권해드려요. 다묘 가정이라면, 화장실의 개수를 총 고양이 수보다 하나 더 마련해서 여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시는 것도 좋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노력에도 화장실 이용 습관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동물병원을 방문해서 질병이 생긴 것은 아닌지 검진을 받아보시는 편을 추천해 드립니다.
권혁호 수의사 hyeokhoeq@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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