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 숨기고 성관계…상대 감염시킨 20대 집행유예

1심 징역 6개월에…"형 무거워" 항소
2심 재판부 "술 마셔 미필적 고의로 범행" 감형

[서울=뉴시스]박선정 기자 = 성병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알고도 수차례 성관계해 상대방에게 자신의 병을 전염시킨 20대 남성이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앞서 1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지만 2심 법원은 "술을 마신 상태에서 미필적 고의로 범행에 이르렀다"는 등의 이유로 감형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항소1-1부(부장판사 장찬)는 지난달 23일 상해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A씨는 성 접촉으로 전염되는 바이러스 3종에 감염된 사실을 알고도 2022년 4월 안전 조치 없이 피해자와 세 차례 성관계해 성병을 옮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성관계 전인 2021년 12월부터 2022년 1월 사이에 성병에 감염됐다는 진단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는 A씨와 마지막으로 성관계를 한 다음 날 이상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았다가 A씨와 같은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지난해 1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으나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A씨는 2심에서 "피해자에게 바이러스를 감염시켰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사기관과 1심에서 공소사실을 자백했고, 자백의 임의성을 의심하는 사정을 찾기 어렵다"며 "피해자가 성관계 이전에 같은 질환으로 진료받은 적이 없는 점을 종합하면 바이러스를 감염시켰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피고인에게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다소 술을 마신 상태에서 미필적 고의로 범행에 이른 점 등을 보면 원심의 형이 무거워서 부당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감형 사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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