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자' 강동원이 그린 배우 인생 청사진 "90대에도 연기했으면" [인터뷰]

2024. 6. 4.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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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동원 인터뷰 / 사진=AA그룹 제공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배우 강동원은 참 신기하다. 구태여 웃기려 하지 않고, 몇 마디 하지도 않는데 그마저도 웃겨서 신기하다. 이를테면 청부 살인을 다룬 영화 '설계자'의 41개국 해외 개봉 질문에 "'한국이 절대 그런 나라가 아니다. 마음 놓고 관광 오셔도 된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란 능청스런 답을 내놓으며 웃는가 하면, 음모론을 믿냐는 물음엔 "달 뒷면에 숨겨진 비밀"에 대한 의문으로 되받아치는 독특함을 지녔다. 비유하자면 강동원은 여유 있어진 소년의 인상이었다.

스스로 자부할 정도로 장난기 많은 성격이지만, 강동원은 신작 '설계자'(감독 이요섭·제작 영화사 집)에서는 냉혹한 얼굴로 관객들을 맞았다. '설계자'에서 강동원은 의뢰받은 청부 살인을 사고사로 조작하는 설계자 영일 역을 맡아 냉철하고 서늘한 살인자의 얼굴을 연기했다.

강동원은 '설계자'를 선택한 이유로 "사고로 위장해서 살인을 저지른다는 게 신선했다. 실제로도 충분히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영화적인 상상이 재밌었다. 거기에 플러스로 영일이의 심리적인 변화 같은 것들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영일은 극 도중,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여기저기 의심을 하다 점점 피폐해지는 모습을 보인다. 강동원은 "선 조절하기가 쉽진 않았다. 진짜인지 거짓인지, 영일이 미쳐가는 건지 아닌 건지. 관객분들한테 한쪽으로만 믿게 하면 안 돼서 그 선을 유지하는 게 힘들었다"고 밝혔다.

"아무래도 이런 캐릭터가 연기하긴 훨씬 힘들어요. 대사가 별로 없으니까 미묘한 차이로 영화 톤이 확 바뀔 수도 있잖아요. 대사 외우는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날 순 있지만 막상 카메라 앞에 서면 난감할 때가 많아요. 이것도 아닌 것 같고 저것도 아닌 것 같고 더 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강동원은 해야 할 것들을 되뇌며 스스로 한 단계 성장했다. 그는 "대사 없는 캐릭터를 어떻게 극복해야 될지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보통 클로즈업이 들어와서 대사 없이 연기하면 행동의 제약 때문에 정확한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거나 호흡을 까먹고 있을 때가 있다. 그러면 연기가 어색하더라. '이 영화는 촬영 들어가면 그런 힘든 점이 있을 거야. 그것만 까먹지 말자' 해서 숨을 멈추고 있는지 다시 확인하고 호흡하고, 마음속으로 정확히 대사 해야 하는 걸 잊지 말자 하고 들어갔다. 그래서 긴장된 순간이 별로 없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렇게 강동원은 자신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했다. "예전엔 제가 화를 내도 무서워 보이지 않았는데 이제는 무서워 보였다. 이제는 화를 잘 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촬영했다. 정말 잘 되더라. 갈수록 화가 쌓여가고 풀 데는 별로 없어서 그런 것 같다"는 너스레다.

배우 강동원 인터뷰 / 사진=AA그룹 제공


'설계자'는 '음모론'을 기반으로 극을 이끌어나간다. 강동원은 믿고 있는 '음모론'이 있냐는 질문에 "외계 생명체는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00% 믿냐. 그건 아니다. 그렇다고 '말이 안 돼'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면서 "지구 가운데가 비어서 외계인들이 남극으로 들어갔다 북극으로 나온다. 그런 걸 믿진 않는다"고 했고, 취재진이 "그런 이야기가 있냐"며 의아해하자 강동원은 "그러면 달 뒷면에 우주기지가 있다는 얘기 못 들어보셨나. 되게 유명한 얘긴데. 믿는 건 아닌데 어렸을 때 많이 찾아봤다"며 웃었다.

MBTI 'INTJ'로 계획형인 강동원은 실제 '설계자'에 가까운 스타일이라고도 했다. 본인의 계획은 물론, 다른 사람들이 물어보면 동선 같은 계획도 잘 짜준다고. 그는 "예전에는 계획을 세우고 깨지면 스트레스 받았는데 요즘엔 '계획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구나' 생각도 한다. 그래도 계획이 있는 건 나쁘지 않다"며 자신이 갖고 있는 청사진을 쭉 읊었다.

"지금 제 생각은 40대까지 좀 더 글로벌 인지도를 쌓고 해외 제작도 많이 하고 외국 회사들과 협업도 많이 할 수 있으면 하고, 50대 때는 이걸 밑거름으로 열심히 회사를 성장시키고 열심히 연기하면서 글도 쓰고, 60대 되면 조금 일이 줄어들 테니까 여행도 더 다니면서 제작을 좀 더 많이 하고 연기는 써주는 데는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고, 70대 되면 '저 좀 써주세요' 하면서 제발 써달라고 돌아다니고, 80대가 되면 지천명을 하고 제가 왜 이 땅에 왔는지를 깨닫게 되겠죠."

배우 강동원 인터뷰 / 사진=AA그룹 제공


강동원은 뜻밖에 굉장히 절실한 마음으로 다음 작품이 들어오길 기다린다고 했다. "저는 제가 전혀 잘한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다. 저는 절실하다"며 강동원은 "8, 90대 때까지도 시나리오가 들어와서 연기하면서 먹고 살고 싶다"고 털어놨다.

"저는 장난기가 많은데 일할 때는 빡세게 해요. 이번에 이미숙 선배님이 저한테 되게 놀랐다고 하시더라고요. 워딩은 기억 안 나는데 되게 열심히 한다고 하셔서 제가 대답한 건 '이 작품으로 인해서 조금 더 성장하고 그걸 바탕으로 다음 작품이 들어와야 되기 때문에 열심히 일한다'고 했어요. 저는 연기하는 것 말고는 수익이 하나도 없거든요. 재테크고 뭐고 없어서 이렇게 절실하게 한다고 했어요."

일부 스타들은 연기 외 CF 등으로도 큰 수익을 올리지만 강동원은 도리어 그 방향이 더 스트레스가 크다고 토로했다. 그는 "누구는 그게 편한 길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저는 그게 편한 길이 아니다. 너무 힘들더라. 저한테는 연기가 더 편한 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강동원은 최소한 BEP(손익분기점)를 넘기기 위해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바닥이 그렇게 녹록지가 않다. 언제 시나리오가 안 들어올지 모른다. 그런 불안을 항상 가지고 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BEP는 맞춰야 한다. 최소한 저희 작품에 2, 3년 돈을 넣으신 분들에게는 은행 이자라도 드려야 되지 않나. 저를 믿고 투자를 해주셨는데"라고 전했다.

배우 강동원 인터뷰 / 사진=AA그룹 제공


말은 겸손하게 했지만 어느덧 데뷔 21년차. 강동원은 꾸준하게 작품 활동을 거듭하면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게 아니냐는 말에 강동원은 "경지라는 게 객관적인 게 아니지 않나. 누구나 생각이 다르고. 제가 제 스스로 '경지에 올랐어요' 그건 진짜 큰 문제다. 그러면 시나리오가 점점 안 들어올 거다. 어떤 정답이 있는 게 아니지만 다음에 봤을 때 '생각보다 더 좋은데?' 그런 것 없이 '이 사람 늘 이렇잖아' 하면 재미가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도 강동원은 많은 것을 배우며 성장할 수 있었다. 그는 "아직도 선배님들 보면 '이분들은 아직도 성장하고 있구나' 깜짝깜짝 놀란다. 제가 이미숙 선배님한테 너무 좋았던 지점과 배울 수 있었던 지점은 영화를 오랜만에 다시 하는 걸 너무 행복해하시더라. 그게 되게 좋았다. 제가 나이 들어서도 이런 감정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욕도 넘치셨고 에너지도 넘치셨고 스스럼없이 저희한테 '이거 괜찮아?' '나 여기서 어떻게 하면 더 좋냐' 물어보시기도 하셨다. 진짜 되게 편하게 작업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부단히도 애쓰며 성장한 끝에,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강동원을 찾고 있다.

"그래도 제가 만든 영화가 어느 정도 신선하고 재밌는 지점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상업적으로 보이지 않는 영화들도 많이 봐주시는 것 보면 그래도 그런 믿음이 좀 있는 것 같아서 감사드리고. 투자해 주시는 분들도 BEP를 넘기니까 투자해 주시는 것 같고. 이번 영화도 전작들과 비슷하게 신선한 영화 만들려고 도전해서 '영화 신선하고 재밌었다' '강동원 연기도 한층 성장했구나'는 평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배우 강동원 인터뷰 / 사진=AA그룹 제공


배우 강동원 인터뷰 / 사진=AA그룹 제공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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