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젓 담으소" "수박 사이소"… 사라져 가는 정겨운 소리

신윤옥 시민기자 2024. 6. 4.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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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현장 소리가 사라지고 있다.

정겨움으로 듣던 소리를 소음이라 말한다.

"멸치젓 담으소" 하는 소리다.

 "재첩국 사이소"는 술꾼들에게 반가운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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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 대변항 멸치축제 취소로 방문객 줄어
아파트 등 공동주택서 젓갈 담그기 불편
식생활 서구화 영향 김치 소비도 점점 감소

삶의 현장 소리가 사라지고 있다. 정겨움으로 듣던 소리를 소음이라 말한다.

 부산 기장군 대변항의 봄은 활기차다. 지난달 중순 대변항을 찾아갔다. 올해는 아쉽게 멸치 축제가 취소됐지만 멸치잡이는 계속됐다. 다행스럽게 멸치잡이 배 한 척을 봤다. 어부들이 구령에 맞춰 온몸에 멸치 비늘을 뒤집어 쓰면서 그물에서 털어낸다. 작업하는 모습이 어딘가 어색하다. 모여드는 사람도 갈매기도 없어 한산했다.

멸치를 털어 내고 마무리 작업 중인 어부들.


 시장에는 축 처진 멸치가 노란 바구니에 담겨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구경꾼보다 장사꾼이 더 많은 느낌이 들었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으려고, 노인에서 젊은이까지 가격을 흥정하고 나섰다. 7만 원에서 9만 원까지 금액도 다양했다. “아이고, 올해는 축제도 안 하고, 갈수록 멸치젓 담는 사람도 줄어들고, 이제 이 일을 하고 밥도 못 먹고살겠심더” 노인은 까마게 그을린 얼굴에 한숨이 가득했다.

수북이 쌓여 있는 멸치 상자


 이맘때면 골목을 가르는 소리가 있었다. “멸치젓 담으소” 하는 소리다. 이른 아침 골목에 울려 퍼지는 소리는 정겨웠다. 멸치를 소금에 절여 두면 또 하나의 일 년이 마무리된 느낌으로 아낙들은 숨을 돌렸다. 하지만 그 풍경들이 사라지고 있다. 주거 형태가 바뀌고, 식습관이 서구식이 됐기 때문이다. 아파트에 살면서 멸치 젓갈을 담그는 일은 쉽지 않다. 냄새가 집안에 갇혀 쉬이 빠져나가질 않는다. 또한 김치를 먹는 양이 줄어들어 아예 김장을 하지 않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재첩국 사이소”는 술꾼들에게 반가운 소리였다. 뽀얀 국물에 부추를 송송 썰어 넣으면 되는 초간단한 해장국이었다. 쓰라린 속에 재첩국 한 사발을 들이키면 후련해졌다. 해장 문화가 바뀐 것일까? 아침을 깨우던 정겨운 소리는 사라졌다.

 “온갖 야채 있어요.” “수박, 참외 사이소.” 시간 맞춰 골목을 찾아오던 야채 트럭도 과일 트럭도 이제 보기 드물다. 시대가 변해가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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