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과 무지 늪에 빠져드는 나라[시평]
반값 아파트, 25만 원 나눠주기
내는 돈보다 훨씬 더 받는 연금
허무맹랑한 공상 판치는 정치
6·25 폐허에서 부강 일군 장점
권력싸움 매달려 곳곳서 퇴행
새 국회 계기로 국민 각성해야
자기중심적이며 구조적으로 무지한 인간들은 희소한 자원의 세계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다. 인간이 구조적으로 무지하다는 것은, 이성으로 알 수 있는 건 매우 한정돼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보다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 훨씬 더 많다. 그래서 인간이 무지하다는 지적은 흉이나 비난이 아니다. 그런데 인간은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상태로 나아가기 위해 부단히 탐구·학습함으로써 무지의 벽을 낮추면서 문명사회를 만들어 간다.
6·25전쟁의 잿더미에서 오늘의 부강한 나라를 건설한 대한민국은 그래서 특히 돋보인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대체로 우수한 두뇌와 근면성, 그리고 끈질긴 성향을 지녔다. 그런데 요즈음 대한민국이 무지와 거짓의 늪에 빠져 돌이키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국가에도 생로병사(生老病死)가 있지만, 대한민국은 너무 일찍 늙고 병들어 가고 있다. 지금까지 무지의 벽을 낮추면서 획득한 지식을 학습하고 성찰하는 지적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권력 싸움에만 매달려 더 나은 상태로의 발전은커녕 퇴행적 행동만 일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 대한민국에는, 20세기의 망령이 빚어낸 사회주의는 왜 결단코 실패할 수밖에 없는 대형 사기극이었는지를 깨닫지 못하는 지식인도 많이 있다. 이들은 ‘사회주의는 합리적 경제의 철폐’라는 사실을 숙고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또, 희소한 자연환경에서 함께 살아가는 자기중심적 인간들이 상호 작용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회현상을 진지하게 탐구해 본 적도 없는 것 같다. 인간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공상의 세계에 갇혀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
이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고작 대중 선동과 선전술을 연마하고 학습하는 것이다. 인류가 오랫동안 비참하게 겪어 온 가난을 퇴치하고 풍요를 선사한 자본주의를 모든 사회악의 근원으로 덧칠하고 대중을 선동한다. 그것은 물론 자원의 희소성으로 말미암아 자본주의도 해결하기 어려운 인간 세상의 근원적 문제를 자본주의 탓으로 돌리는 거짓이다. 인간 세상에는 성경에 나오는 오병이어(五餠二魚) 같은 기적이 없다. 반값 아파트와 반값 등록금, 내는 돈보다 한결 더 많은 돈을 받는다는 연금, 1인당 25만 원의 돈을 나눠 주어 민생을 돌본다는 것 등은 모두 허무맹랑한 거짓말이다.
국가가 개인의 삶을 책임지겠다는 구호를 내건 지난 정권의 뒤끝은 어떠한가? 국가 안보는 실종됐고, 나라 재정은 빚더미 위에 올라앉았고, 돈을 엄청나게 풀어 물가는 다락같이 올랐다. 세금 또한 가정 파괴 수준으로 올려 사람들의 삶을 궁핍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지난 정권에 참여했던 정치인과 지식인들의 반성과 성찰은 없다. 정권을 빼앗겼다는 상실감에 사로잡혀 권토중래를 노리는 권력 싸움에만 집착한다.
좌우를 막론하고 사유재산 제도를 부정하거나 경시하는 지식인은 인간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에 대한 논리 체계를 가질 수 없다. 유형·무형의 사유재산을 중심으로 인간과 인간 사이에 형성되는 공감, 남의 자유를 해치는 행동을 제한하는 도덕과 법 등의 정의로운 행동 규칙, 이를 바탕으로 형성되는 사회제도와 질서 등에 관한 이론을 세울 수 없기 때문이다. 오물 풍선이나 날려 보내는 북한을 보면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민주정(民主政) 그 자체는 사회질서를 파국으로 이끄는 특징을 가진 정체(政體)가 아니다. 그러나 인간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에 대한 탐구와 성찰이 없는 사회의 민주정은 항상 그럴 개연성을 내포하고 있다. 남미의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사려 깊지 못한 대중과 이를 선동하는 정치인들이 빚어내는 민주정의 파국이다. 모든 지성과 도덕성이 권력 다툼에 파묻혀 침몰한 결과다. 지금 대한민국이 그런 세상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결국, 나의 삶을 책임진다는 구호 아래 좋은 것을 많이 제공해 주겠다는 정부보다, 사유재산을 침해하고 나의 자유를 억압하는 악(惡)을 없애는 정부가 훨씬 더 낫다. 그런 점에서 민주 정부도 소극적(negative)이어야 한다. 무지와 거짓으로 선동·선전하는 정치집단은 절대로 이런 사회를 구현할 수 없다. 제22대 국회 출범을 계기로 이런 우려가 불식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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