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미래 달린 ‘인재 유치’[뉴스와 시각]

이용권 기자 2024. 6. 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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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 명'.

중국은 우수한 공대 인재를 매년 우리나라보다 30배 더 많이 배출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도 AI 교육 등을 강화해 2026년까지 100만 명의 디지털 인재를 키우겠다는 종합방안을 발표했지만, 인구가 30배 더 많은 중국에 비하면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모두 기피하는 3D 업종의 단순 기능 노동자를 수입하는 데만 치중하지 말고, 인도·베트남·중국 등에서 톱 클래스 수준의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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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권 산업부 차장

‘300만 명’. 매년 중국에서 배출되는 공대 졸업생 수다. 한국은 매년 약 10만 명, 중국의 30분의 1 수준이다. 중국을 얕보는 한국인들은 중국 공대를 저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세계의 시각은 다르다. 세계 대학 평가기관인 THE(The Times Higher Education)는 공대도 평가해 순위를 매기는데, 2023년 기준 중국의 베이징대(10위)와 칭화대(16위) 공대는 한국의 카이스트(27위)와 서울대(39위) 공대보다 높이 평가됐다. 중국은 우수한 공대 인재를 매년 우리나라보다 30배 더 많이 배출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만난 국내 한 대기업의 CEO는 충격적인 말을 전했다. 중국이 전 세계 모든 산업을 장악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초저가 제품을 말하는 게 아니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 기술 이야기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지 않았다면, 이미 세계 경제는 중국에 종속됐을 것이라고도 했다.

좋은 인재가 많을수록 기술과 산업은 발전할 수밖에 없다. 세계를 초저가로 흔들고 있는 ‘C-커머스’ 열풍의 주요 원인 또한 값싼 노동력보다는 공정 효율화 기술에 따른 원가 절감이 더 크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최근 중국이 세계 전기차 시장을 장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은 이미 우리보다 먼저 모바일 결제 플랫폼을 도입했고, 공유 차량을 이용한 외출은 물론 원격의료, 로봇 기반의 스마트 팩토리도 활발해진 지 오래다. 심지어 중국은 인류 최초로 달 뒷면 착륙에 성공하기도 했다.

정부도 AI 교육 등을 강화해 2026년까지 100만 명의 디지털 인재를 키우겠다는 종합방안을 발표했지만, 인구가 30배 더 많은 중국에 비하면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자체 인재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시대를 맞아 대응이 달라질 필요가 있다.

해외 인재들을 한국으로 끌어모아야 한다. 미국의 경우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 글로벌 테크 기업의 CEO는 모두 해외 출신이다. 우리도 해외 브레인들이 한국에서 맘껏 역량을 펼칠 수 있게 해야 한다. 모두 기피하는 3D 업종의 단순 기능 노동자를 수입하는 데만 치중하지 말고, 인도·베트남·중국 등에서 톱 클래스 수준의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 인재는 물론 그들의 자녀나 우수한 해외 학생들이 국내 교육 시스템 안에 들어올 수 있도록 교육 시장도 개방할 필요가 있다. 국내를 경험한 해외 브레인들이 한국을 떠나는 이유 중에는 고가의 외국인학교가 아니면, 일반 교육기관에 자녀를 맡길 수 없는 측면도 적지 않다고 한다. 아시아 인적자원 경쟁력지수 1위인 싱가포르는 정책적으로 해외 인재 유치와 육성에 적극적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해외 네트워크 전문지식’ 제도를 도입해 과학 등 각 분야에 뛰어난 성과를 보인 인재들에게 비자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에 대한 자국민 우선 채용 정책도 완화했다. 한국은 싱가포르보다 인프라가 더 훌륭할 뿐만 아니라, K-문화 열풍으로 전 세계인들이 방문하고 싶어 하는 나라가 됐다. 정부는 물론 기업, 국민도 자국민 우선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글로벌 시대 우수한 해외 인재를 영입해 육성하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이용권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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