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 이후 13년 ‘탕웨이-김태용’ 부부가 찍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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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딸과 함께 사는 바이리(탕웨이)는 불치병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다.
탕웨이는 만약 영화 속 바이리의 처지가 된다면 "선뜻 원더랜드에 들어가겠다고 선택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그 세상에 한 번 들어가 지금은 없는 친구와 외할머니를 안아보고 싶기는 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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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의 삶 다룬 ‘원더랜드’
엄마, 딸과 함께 사는 바이리(탕웨이)는 불치병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다. 차마 어린 딸을 두고 눈을 감을 수 없는 그는 ‘원더랜드’ 즉, 인공지능(AI)으로 이어가는 가상의 삶을 선택한다. 아이의 꿈인 고고학자가 되어 사막 한가운데에서 엄마의 죽음을 모르는 딸과 매일 영상 통화를 하지만 만질 수 없는 그리움은 시스템을 위협하기에 이른다.
13년 전 ‘만추’에서 감독과 배우로 만났던 김태용과 탕웨이가 부부가 되어 다시 한 작품에서 만났다. ‘원더랜드’는 지금 8살짜리 딸을 키우는 엄마 탕웨이의 애틋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영화다.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탕웨이는 “촬영 때 아이가 많이 어려서 엄마나 아빠 없이 아이를 두지 않기 위해 온 신경을 썼는데도 일주일은 낯선 손길에 아이를 맡길 수밖에 없었다”면서 “아직까지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엄마의 마음을 드러냈다.
김태용 감독은 화상통화를 하면서 ‘원더랜드’를 구상했다고 했다. 함께 웃고 이야기하지만 눈앞에 없는 실재와 실존 사이의 간극에 대한 질문이 영화 속 관계들의 실타래가 됐다. 탕웨이는 시나리오가 구체화하는 과정을 김 감독과 함께했고, 바이리의 노모를 연기한 홍콩 배우 니나 파우도 직접 추천했다. “영화를 모니터한 지인들이 극 중 엄마와 내 엄마가 너무 닮았다고 해서 놀라웠다. 그래서인지 그분의 눈만 보면 자주 감정이 북받쳤고, 연기할 때마다 감정을 자제하라는 주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 탕웨이가 ‘크로싱 헤네시’(2010)에서 인연을 맺은 니나 파우는 홍콩영화금상장을 여러 차례 수상한 베테랑 배우다. 탕웨이의 모친도 경극 배우 출신이다.
‘원더랜드’는 바이리의 모녀 삼대뿐 아니라 사고를 당해 식물인간으로 누워있는 애인(박보검)을 원더랜드에서 복원시킨 여성(배수지), 너무 젊은 나이에 죽은 손자(탕준상)가 안타까워 원더랜드에서 손자를 유학 보내주는 가난한 할머니(성병숙) 등이 등장해 에이아이가 확장할 수 있는 관계의 딜레마를 보여준다. 화면 속 바이리를 보면서 어린 딸이 느끼는 더 진한 그리움과 노모가 느끼는 두려움 등이다. 탕웨이는 만약 영화 속 바이리의 처지가 된다면 “선뜻 원더랜드에 들어가겠다고 선택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그 세상에 한 번 들어가 지금은 없는 친구와 외할머니를 안아보고 싶기는 하다”고 했다.
부부가 되어 산지 이제 10년. 김태용 감독도 자신도 인생의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며 더 성숙하고 새로운 것을 계속해 탐색해나가고 있지만 둘 중 더 큰 변화는 자신이 겪은 것 같다고 했다. 탕웨이는 “‘만추’를 찍기 직전에 그리스 여행을 하고 있었다. 마침 내 생일 저녁에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 앞에서 둥그렇게 뜬 달을 보며 서른살이나 됐는데 남자도 없고, 결혼도 안 하고 이 세상에 나 혼자뿐이라는 생각으로 눈물을 쏟았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웃으며 “‘원더랜드’를 찍을 때는 남편도 있고 아이도 생겼다. 나를 챙겨주는 가족들이 배우로 사는 삶에 가장 든든한 지지대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안, 박찬욱 등 세계적인 감독들이 함께하고 싶어하는 배우지만 앞으로도 김태용 감독의 제안이 오면 “거절하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감독님이 흥미를 느끼는 것에 저도 흥미를 느끼고, 감독님의 작품이 가진 따뜻함이나 독특한 유머 표현 방식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실력 있는 배우와 감독의 협업을 넘어 깊은 애정과 신뢰가 끌어낼 예술가 부부의 두 번째 작품이 벌써 궁금해진다. 5일 개봉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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