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나 남은 성냥제조기·삼륜차, 예비문화유산 된다

국가유산청, 1만3195점 접수
‘뿌리 깊은 나무’ 친필 원고도
K-팝·K-무비 등도 가능성
전문가 검토뒤 9월 최종선정

삼륜화물차

사람들의 기억 속 소중한 사연을 간직한 50년 미만 문화유산들이 ‘근현대 예비문화유산’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지난달 새롭게 출범한 국가유산청은 오는 9월 ‘예비문화유산’ 제도 시행을 위해 50년 미만 문화유산을 대상으로 진행한 ‘근현대 예비문화유산 찾기’ 공모전 및 설문조사 결과, 생활유산과 산업, 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1만3195점의 근현대 문화유산이 접수됐다고 4일 밝혔다.

‘뿌리 깊은 나무’ 한창기 친필 원고

접수된 문화유산의 면면이 다채롭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한국 브리태니커 대표를 역임했던 한창기(1936∼1997) 대표가 1976년 3월 창간한 월간지 ‘뿌리 깊은 나무’의 친필원고가 눈에 띈다. 뿌리 깊은 나무는 정기구독자가 최대 6만5000명에 달했던 우리나라 대표적 월간지로, 순우리말 제목에 한글만 사용해 원고를 작성하였고, 인쇄본에 가로쓰기를 최초 도입하는 등 파격적 편집 디자인을 시도했다.

또한 국내에 단 한 대 남아있는 문화유산들의 접수 신청도 이목을 끌었다. 경북 의성 성광 성냥공업사에서 생산에 사용됐던 자동 성냥 제조기는 1982년 제작된 것으로 전국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근현대 성냥 제조업 관련 산업유산이다. 또한 ‘연탄 배달차’로 널리 이용되며 사람들에게 두루 사랑받던 ‘기아 T-2000’은 1967년 제조되기 시작해 1974년 단종된 차종으로 국내에 유일하게 남은 삼륜 화물차다.

자동성냥제조기

‘예비문화유산’ 제도는 그동안 정책적 공백으로 제작·형성 50년 미만의 근현대문화유산이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기 전에 멸실·훼손되는 등 지속적인 관리가 어려웠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됐다. 이번에 신청받은 문화유산들은 지방자치단체 협의, 전문가 검토,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오는 9월 제도 시행과 함께 ‘예비문화유산’에 최종 선정될 예정이다. 이후 50년 이상이 되면 등록문화유산으로의 전환 등록도 검토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유산청은 “일본과 미국, 프랑스 등은 최근 문화유산 범위에 20∼21세기 유산을 포함했다”며 근현대문화유산 보존·활용의 국제적 추세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K-팝, K-무비, e스포츠 등 음악, 영화, 체육 분야의 상징적 유산들도 예비문화유산으로 선정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