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년 오디오 발전사 한 곳에… ‘소리’ 이상의 ‘감동’ 체험하다

박동미 기자 2024. 6. 4. 11: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서전문화재단, 서초구에 오디오 박물관 ‘오디움’ 개관
수직으로 쌓은 알루미늄 파이프 2만개, 도심속 자연 표현
세계적 건축 디자이너 구마 겐고·하라 겐야 참여 화제
19세기 축음기·20세기초 빈티지 오디오 시스템 한눈에
故정상영 KCC 명예회장 기탁·정몽진 회장 사재로 건립
멀티폰 오퍼레이팅 컴퍼니(Multiphone Operating Company)가 1906년 제작한 멀티폰이 전시돼 있다. 에디슨 특허 방식의 실린더형 음반을 사용하는 축음기로 24개의 실린더 중에서 선택하여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오디움 제공
파이프를 천장 삼은 계단. 외부 도로에서 오디움 정문으로 연결된다. 오디움 제공

“관객들은 여러 번 놀라게 될 것이다. 컬렉션에서, 건축에서, 디자인에서, 마지막으로 향기 있는 진한 소리에서.”

저명한 미술 작가 이용백이 경외를 담아 상찬한 공간. ‘소리’의 체험을 하나의 예술 장르로 제시하는 전문 공간 ‘오디움(Audeum)’이 5일 서울 서초구 헌릉로에서 문을 연다.

서전문화재단은 오디오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사립박물관 오디움을 개관한다고 4일 밝혔다.

오디움은 KCC 창업주 고 정상영 명예회장의 유산과 오디오 마니아이자 수집가로 잘 알려진 정몽진 회장의 사재 출연으로 설립됐다. 연면적 22만4246㎡, 지하 2층 지상 5층 규모로 2020년 착공 당시부터 세계적인 건축가 구마 겐고와 디자이너 하라 겐야의 참여로도 화제를 모았다. 구마 겐고가 건축 디자인을, 하라 겐야가 VI(visual identity·시각적 정체성) 작업을 담당한 오디움은 150년간의 오디오 발전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했을 뿐만 아니라 관련 자료의 수집과 보존, 연구와 전시가 동시에 이뤄지는 국내 최초의 체험형 오디오 전문 박물관이다.

엑시트 갤러리의 ‘뮤직박스’ 전시 전경. 오디움 제공

서전문화재단에 따르면, 오디움은 19세기 에디슨이 발명한 축음기와 음악 재생기계, 웨스턴 일렉트릭 라우드 스피커와 같은 세계적 음향시스템 등 폭넓은 소장품을 선보인다. 재단 관계자는 “음향장비의 보존과 연구를 통해 역사적인 음향재생 기술과 예술의 통합으로 청취 경험의 차원을 확장시키고 재정립하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고 운영 취지를 밝혔다. 이어 “일반 대중들이 빈티지 오디오 시스템을 통해 자신의 소리를 찾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문화와 예술의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많은 시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구마 겐고가 설계한 건축물은 자연과의 관계성을 강조했다. 도심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목가적인 청계산을 조망할 수 있는 주택가에 위치한 오디움은 시간과 계절의 변화에 따른 자연의 빛을 자연스럽게 담아냈다는 평이다. 외벽을 둘러싼 알루미늄 파이프 2만 개는 마치 숲에 스며든 빛과 그림자처럼 보여 자연스럽게 숲속에 존재하는 기분이 들게 한다. 내부 전시실 벽은 나무로 단차를 둬 흡음력을 높였고, 지하 2층 라운지 공간은 청음에 특화된 패브릭 자재를 사용, 웨스턴 일렉트릭의 대표 오디오 시스템인 ‘미러포닉’의 음향을 더욱 부드럽고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다.

오디움의 VI 디자인을 맡은 하라 겐야는 박물관의 주요 소장품인 스피커를 형상화한 상징 마크를 제작했다. 정문에 설치된 조형물, 오디움 사이니지(공공장소나 상업 공간에 설치되는 디스플레이), 웹사이트 등에 이 마크가 적용됐다. 이용백 작가는 오디움 개관과 관련해 “오디오의 역사는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반비례한다는 말이 있다. 오랫동안 수집되어온 이 낡은 스피커에서 현대적이고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면 믿겠는가?”라고 감탄했다.

청음에 특화된 라운지 공간. 오디움 제공

오디움의 전시실은 19세기 축음기와 뮤직박스, 192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의 빈티지 오디오 시스템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5일 개막하는 전시 ‘정음(正音) : 소리의 여정’에서 선보이는 소장품은 오랜 기간 전문가의 확인 및 검증 작업을 거쳐 선별됐다는 후문. 개관전을 꼼꼼히 준비한 흔적이 역력하다. 또, 2·3층 전시실에서는 오디오시스템을 통해 웅장한 사운드를 체험하고, 라운지에서는 약 10만 장의 희귀 LP를 살펴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소리’와 관련한 흥미로운 굿즈(상품)를 기념품숍에서 구매할 수 있다. 오디움 측은 향후 다양한 문화, 예술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오디움은 매주 목∼토요일 사흘간 문을 열고, 전시 정비를 위해 일∼수요일은 휴관한다. 관람은 사전 예약을 통해 무료로 가능하다. 개관전 외에도 특별전시실에서 ‘수집과 기록’전이, 엑시트 갤러리에서 ‘뮤직박스’ 전이 열린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개관 전시 ‘정음(正音): 소리의 여정’ 전경. 스피커는 웨스턴 일렉트릭사의 혼 16-A. 오디움 제공

소리를 사랑한 남자, 시민들과 꿈을 나누다

■ ‘오디오 마니아’ 정몽진 회장

5일 ‘정음 : 소리의 여정’으로 개관전을 여는 오디움 박물관은 KCC그룹의 예술 관련 공익기관인 서전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음향기기 전문 박물관이다.

서전문화재단은 고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유산 1400억 원을 기탁받고 정몽진(사진) KCC 회장의 사재를 기부받아 박물관 등 예술 문화 사업을 운영해오고 있다. 오디움은 총 22만4246㎡ 부지에 지하 2층 지상 5층 규모로 건립됐다. 지난 150년간의 오디오 발전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이번 오디움이 세워지기까지는 정몽진 회장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빈티지 오디오 수집 등 오디오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정 회장은 오디오의 역사는 물론 음향·청각 콘텐츠를 시민들과 함께 나누고자 박물관을 건립하고 무료 전시를 기획했다. 실제로 박물관은 관람자들이 현장에서 오디오 청음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단순한 전시에 그치지 않고, 청음도 가능하도록 심혈을 기울이다 보니 원래 계획보다 공사 기간이 늘어났다는 후문이다.

정 회장은 1960년 8월 5일 정상영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서울 용산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조지워싱턴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고려화학에 이사로 입사해 9년 만에 KCC그룹 회장에 오른 뒤 그룹을 이끌고 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