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적으로 드러난 양현종의 위대함… 수술대 오르는 후계자가 따라가야 할 길

김태우 기자 2024. 6. 4. 11: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팔꿈치 통증이 있었던 이의리는 결국 수술을 받으며 미래를 위한 일보 후퇴를 선택했다 ⓒKIA타이거즈
▲ KBO리그를 대표하는 투수인 양현종은 뛰어난 기량은 물론 철저한 자기 관리로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2021년 KIA의 1차 지명을 받은 이의리(22·KIA)는 데뷔 시즌부터 매력적인 빠른 공을 던져 팬들의 큰 기대를 모았다. 좌완으로 시속 150㎞ 이상의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그것도 흔치 않은 선발 자원이었다. 제구가 조금 불안하기는 했지만 시간과 경험이 해결해 줄 문제라고 믿었다.

2021년 19경기에서 4승5패 평균자책점 3.61을 기록하며 리그 연착륙에 성공한 이의리는 2022년 29경기에서 데뷔 후 첫 두 자릿수 승수(10승)를 거두며 팀 미래의 간판으로 발돋움했다. 그리고 2023년 시즌이 시작되기 전, “이제는 이의리가 양현종의 뒤를 이어 받아 팀의 국내 선수 에이스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KIA 내부와 코칭스태프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양현종은 오랜 기간 팀 마운드를 떠받친 기둥 중의 기둥이었다. 훗날 팀 영구결번을 예약한 선수이자, KBO리그를 대표하는 리빙 레전드이기도 했다. 하지만 1988년생인 양현종이 영원할 수는 없었다. 후계자를 찾는 것은 양현종 스스로가 인정하듯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KIA는 이의리라는 적합한 상품을 가지고 있었다. 이의리는 지난해 개인 경력 최다승인 11승을 거두면서 점차 그 길을 따라가고 있었다.

올해는 더 큰 기대를 모았다. 제구만 조금 더 잡히고, 경기 운영 능력과 이닝 소화 능력만 향상되면 양현종 이상의 구위가 더 빛을 발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이의리가 1년을 쉰다. 팔꿈치인대재건수술(토미존 서저리)를 받기로 하면서 장기 이탈이 불가피해졌다.

이의리는 시즌 세 번째 등판이었던 4월 10일 LG전에서 팔꿈치에 이상을 느낀 뒤 조기 강판됐다. 이후 팔꿈치 염좌 판정을 받아 한 달 넘게 재활군에 있었다. 당초 한 달 정도면 돌아올 수 있을 것으로 봤지만 통증이 쉬이 가라앉지 않으며 1군에서 빠지는 기간이 길어졌다. 이의리는 5월 29일 NC전에 등판해 3이닝 동안 3실점하며 복귀전을 마쳤지만 이후 회복 과정에서 다시 팔꿈치에 통증을 느껴 재검진을 받았다.

검진 결과는 왼쪽 팔꿈치 인대 부분 손상 진단이었다. KIA는 “주사 치료 및 재활과 수술 모두가 가능하다는 소견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의리는 처음에는 재활을 하며 계속 던지는 방향을 원했다. 그러나 구단은 이의리의 먼 갈 길을 봤다. 지난해에도 팔꿈치 염좌 증세가 있었고, 올해 지금 팔꿈치 상태로는 정상적인 경기력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깔끔하게 근본적인 원인을 털고 가길 바랐다. 부분 손상된 인대가 재활로 멀쩡해지기는 쉽지 않다.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수술이었다.

이렇게 이의리는 최소 1년 정도 이탈이 불가피해졌다. 다만 이의리의 남은 선수 경력을 생각하면, 어쩌면 지금 1년을 투자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20대 초반의 창창한 나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의리의 수술은 두 가지 시사점을 준다. 이의리의 ‘에이스 선임’인 양현종의 위대함이 역설적으로 드러나고, 또 이의리가 그 양현종의 뒤를 밟기 위해 선결해야 할 과제도 드러난다.

▲ 이의리가 양현종의 진정한 후계자가 되기 위해서는 향후 1년의 재활 과정을 더 철저하고 엄격하게 보내야 한다 ⓒKIA타이거즈

양현종은 뛰어난 투수인 동시에 뛰어난 운동 선수다. 2007년 지명을 받고 KBO리그에 데뷔한 이래 496경기에 나가 172승을 거뒀다. 보통의 투수라면 꿈도 못 꿀 성적이다. 그런데 더 주목해야 할 것은 KBO리그 1군 정규시즌에서만 2407⅓이닝을 소화한 것이다. 잘 던지는 투수는 많다. 그러나 이렇게 꾸준하게 던진 투수는 손에 꼽는다. 그것이 다른 투수와 양현종을 차별화하는 요소다.

양현종이 꾸준하게 던질 수 있었던 것은 큰 부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자잘한 통증은 있었고, 양현종을 성가시게 한 통증도 있었다. 하지만 장기 결장이 요구되는 동시에 경기력의 희생을 강요할 수 있는 어깨나 팔꿈치 쪽에 수술을 필요로 할 정도의 큰 부상은 없었다. 선천적으로 타고 난 몸도 있지만 철저한 자기 관리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양현종은 매년 30경기 안팎 선발로 나서 매년 170이닝 이상을 던지는 선수로 거듭났다.

팔꿈치 수술을 마치고 재활까지 끝내면 이의리는 그간 자신을 괴롭혔던 요소와 작별한다. 말끔하게 다시 경력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재활 기간 중 팔꿈치는 물론 신체 전반을 업그레이드하는 작업도 동시에 이뤄질 것이다. 1년의 결장은 아쉽지만, 더 건강한 몸과 함께 돌아올 수 있다. 양현종의 후계자가 되려면, 앞으로 이런 부상은 더 없어야 한다. 1년의 시간 동안 10년 이상을 버틸 양식을 챙겨 돌아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