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서 본 국보·보물들, 우리 지역에서 만난다

도재기 기자 2024. 6. 4.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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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지자체 ‘국보 순회전’ 5일 개막
금관·청자·백자 등 29점
6개 전시 6개 지역서 선보여
“지역 문화 격차 해소”
국립중앙박물관과 소속 국립박물관, 지방자치단체들이 마련한 ‘국보 순회전: 모두의 곁으로’가 5일 막을 올린다. 사진은 충남 보령의 보령석탄박물관과 경남 합천의 합천박물관에서 각각 선보이는 ‘금관총 금관’(국보, 왼쪽)과 ‘금령총 금관’(보물).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국보와 보물을 포함해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국립박물관 소장품들이 시·군 단위의 지역 전시공간을 찾아 관람객을 맞는다. 지역민들의 문화 향유권 확대와 문화격차 해소, 지역 문화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기획된 유례 드문 전시회다.

국립중앙박물관과 12개 소속 국립박물관, 12개 지방자치단체가 마련한 ‘국보 순회전: 모두의 곁으로’가 5일 경남 합천군 합천박물관 전시를 시작으로 막을 올린다.

‘국보순회전’에는 신라 금관과 금제 유물, 고려 청자, 달항아리 등 조선 백자, ‘농경문 청동기’를 비롯한 청동 유물, ‘기마인물형토기’같은 상형토기 등 교과서에 수록된 국보·보물을 포함해 모두 22건 29점이 선보인다. 이들 유물은 3~7점으로 각각 나눠져 모두 6개의 전시로 구성됐다. 이들 6개 전시회는 1차로 전국 6개 지역에서 선보이며, 2차 전시는 오는 9월부터 다른 6개 지역을 찾아간다.

경북 상주의 상주박물관에서 전시되는 1400여년 전의 ‘기마인물형 토기’(국보, 위)와 ‘배 모양 토기’. 모두 경주 금령총에서 발굴됐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등 국립박물관에 소장된 국가유산이 시·군 공립 전시장을 찾아 선보이는 것은 드문 일이다. 국보·보물 등 중요 국가유산의 42.8%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지역 전시를 위해서는 유물의 보존환경 점검 등은 물론 인력과 예산도 필요해서다.

상당수 지역 전시공간들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유물 보존 환경과 시설, 인력과 예산 부족 등으로 수준 높은 전시 기획도 쉽지 않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도시와 소도시 주민들의 문화예술 관람률, 여가생활 만족도 등의 문화 격차가 점점 커지는 이유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은 4일 “국립박물관이 지역과 ‘함께 한다’는 취지의 이번 순회전은 새로운 시도의 전시”라며 “비록 작은 규모의 전시회지만 박물관과 지자체들의 긴밀한 협력으로 공연·체험 프로그램 등 지역민들을 위한 다양한 부대행사도 마련된 만큼 지역 문화활성화, 문화 향유권 확장에 이바지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남 강진의 고려청자박물관에서 전시되는 ‘청자 상감모란무늬 항아리’(국보).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국보순회전’의 막을 여는 합천박물관 전시는 국립진주박물관과 합천군이 협력한 ‘금관과 금방울, 어린 영혼과 함께하다’이다. 1400여년 전후 신라시대 왕릉급 무덤인 경주 금령총에서 출토된 ‘금령총 금관’(보물)과 ‘금 허리띠’(보물), ‘금방울’ 등이 관람객을 맞는다. 금방울은 ‘금방울(금령)이 나온 왕릉급 무덤’이란 뜻의 금령총이란 명칭을 낳은 유물이다.

금령총은 천마총·황남대총·금관총 등 다른 왕릉급 무덤과 달리 역사적·학술적으로 독특한 고분이다. 금관 등의 유물 크기가 작아 성인이 아니라 어린아이의 무덤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금령총 금관’은 현존하는 금관 중 가장 작아 지름이 약 15㎝다. 출토 유물들 분석 결과 금령총에 묻힌 이는 키가 1m 안팎의 어린아이다.

금관을 비롯해 금으로 만든 장신구들은 왕과 왕족의 무덤에서 발견된다. 무덤에서 나온 유물들은 이별의 안타까움과 함께 저승에서도 생전의 지위·권력을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주검과 함께 묻은 껴묻거리(부장품)다. 이 유물들을 통해 우리는 신라인들의 미의식, 금속공예 수준, 왕실 문화, 나아가 그들의 사후세계관까지 살펴볼 수 있다.

합천박물관은 전시회를 계기로 특별 공연, 교육·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마련했다. 평소 보기 힘든 문화유산을 감상하고 또 다채로운 문화예술 행사를 체험할 수있는 문화예술 축제를 기획한 것이다. 전시는 7월 21일까지이며, 9월 26일부터는 인근인 경북 고령의 대가야박물관에서 열린다.

전북 남원의 김병종미술관에서 전시되는 ‘백자 달항아리’.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충남 보령의 석탄박물관에서는 국립부여박물관과 보령석탄박물관의 협력으로 6일부터 9월 1일까지 ‘금관총 금관, 그리고 이사지왕’ 전이 열린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견된(1921년) 금관인 ‘금관총 금관’(국보)을 비롯해 ‘금 허리띠’(국보), ‘이사지왕 고리자루큰칼’ 등 금관총에서 발굴된 중요 유물들이 전시된다.

‘금관총 금관’은 1500년이 지난 지금도 황금빛이 찬란한 전형적인 신라 금관이다. ‘금 허리띠’는 빼어난 세공기술, 흥미로운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17줄의 띠드리개를 늘어뜨렸는데 곱은옥, 약통, 물고기, 숫돌, 손칼, 족집게, 향주머니 등이 달렸다. 곱은옥은 생명을, 약통은 질병 치료, 물고기는 식량이나 다산을 상징하는 것으로 본다.

‘이사지왕’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이사지왕 큰칼’은 신라 왕릉급 무덤 부장품 가운데 유일하게 확인된 왕 이름이다. 하지만 어느 왕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사지왕이 누구인지 확인되면 ‘금관총’ 명칭은 ‘이사지왕릉’으로 바뀔 수있다.

‘국보 순회전’으로 마련된 또다른 전시인 ‘기마인물형 토기와 상형토기 이야기’ 전은 10일 경북 상주의 상주박물관에서 개막한다. 금령총에서 출토된 ‘기마인물형 토기’(국보)를 비롯해 배·등잔 모양 등의 상형토기들이 선보인다.

전남 강진 고려청자박물관에서는 11일부터 ‘도자기에 핀 꽃, 상감청자’ 전이 열린다. 고려시대 최고급 청자들이 빚어진 강진을 당시 청자들이 찾는 것이다. 모란무늬를 상감기법으로 표현한 ‘청자 상감모란무늬 항아리’(국보) 등 국보급 상감청자들이 나온다.

전북 남원 김병종미술관에서는 18일부터 ‘순백의 아름다움에 빠지다, 조선백자’ 전이 열린다. 달항아리로 불리는 백자 큰항아리와 조선시대 백자 명품들이 선보인다.

충남 당진의 합덕수리민속박물관에서 선보일 청동기~초기 철기시대 유물 ‘농경문청동기’(보물).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1일에는 충남 당진 합덕수리민속박물관에서 ‘시대를 담다, 농경문청동기’ 전이 개막한다. 2000여년 전의 유물로 밭을 가는 남성 등 농사짓는 모습을 새긴 ‘농경문청동기’(보물)를 비롯해 고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청동기시대 청동방울 등이 선보인다.

‘국보순회전’ 2차 전시는 9월부터 충북 증평의 민속체험박물관, 전북 장수의 장수역사전시관, 경북 고령의 대가야박물관, 전남 해남의 공룡박물관, 경남 함안의 함안박물관, 강원 양구의 백자박물관 등 6개 지역에서 12월까지 진행된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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