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시위 참여했다 채용차별·신상털기 당하는 미 대학생들
미국 대학가에 번졌던 반전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이 취업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라이나 워크맨은 지난해 가을 뉴욕대에서 법학 학위를 취득하고 국제 로펌 ‘윈스턴 앤드 스트로운’으로부터 채용 제안을 받았다가 취소 통보를 당했다.
로펌 측은 워크맨이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뒤 뉴욕대 학생변호사협회 회장으로서 “이스라엘은 엄청난 인명 손실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 것을 문제 삼았다. 이 로펌은 “(그가 보낸 이메일은 회사의) 가치와 심각하게 충돌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다른 사례도 많다. 또 다른 로펌 ‘데이비스 폴크 앤드 워드웰’도 비슷한 이유로 하버드대와 컬럼비아대 학생 3명의 채용을 취소했다. 이 밖에도 미국 명문대학을 상대로 ‘반유대주의 총장 퇴출 운동’을 주도했던 헤지펀드 억만장자 빌 애크먼이 회장인 퍼싱스퀘어 캐피털, 식품 체인 ‘스위트 그린’ 등 여러 기업이 같은 조처를 하겠다고 경고해왔다.
일부 로펌은 외부 업체까지 동원해 입사 지원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과 학생회 가입 여부 등을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반전 시위대가 과거 어느 시위대보다도 심각한 수준의 ‘신상털기’에 노출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FT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고립과 불안으로 많은 이가 정상적인 대학 생활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기업들의 이런 행태는) 졸업생들에 대한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입사 지원자의 활동이나 신념을 조사하는 행위를 어느 정도까지 고용주의 권리로 봐야 하는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대학가에 확산한 시위의 진앙이었던 컬럼비아대에서 반전시위에 참여한 대학원생 랜들 슈몰링거는 올여름 인턴 자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컬럼비아대 출신이라는 낙인을 그들(회사)이 생각하지 않는다고 여긴다면 거짓말일 것”이라며 “회사 정책에 명시돼 있지 않더라도 취업 지원자들이 힘겹게 싸우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버클리대 취업센터의 샌티나 피처 센터장은 “온라인에 올리는 글에 매우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SNS 계정을 비공개로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고용주가 면접 등에서 신념과 단체 소속 여부와 같은 ‘부적절한 질문’을 한다면 그것이 직무와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되묻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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