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펜하이머 손자 피폭국 日 방문 “핵무기 두번 다시 써선 안돼”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불리는 미국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1904~1967)의 손자가 원폭 공격을 받았던 일본을 찾아 군비 경쟁과 핵무기 확산을 비판했다. NHK·요미우리 등에 따르면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손자 찰스 오펜하이머(49)는 3일 도쿄 일본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핵무기를) 두 번 다시 사용해선 안 된다”며 “(핵 확산을 억지하기 위해) 국제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할아버지의 말을 각국이 따를 차례”라고 했다.
그의 조부(祖父)인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핵폭탄 개발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자신이 개발한 원폭으로 히로시마·나가사키에서 30만명에 육박하는 사망자가 발생하자 수소폭탄 개발과 핵 확산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오펜하이머’는 올해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작품상·감독상·남우주연상 등 7관왕을 차지했다. 원폭 당사국인 일본에서는 개봉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다가 최초 개봉 이후 8개월 만인 지난 3월 공개됐다.
찰스 오펜하이머는 “이번 영화를 보며 ‘핵무기 확산을 억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내 의무라고 생각했다”며 “인류는 지금 존속 위기에 처해 있다”고 했다. 또 “막대한 군비경쟁이 없었다면 지금 같은 위기도 없었을 것”이라면서 “지금이야말로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말을 들어야 할 때이고, 특히 미국·러시아·중국 등 핵 강국들은 소통과 협력을 통해 긴장을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원폭 투하의 역사를 고려할 때 일본은 강대국들의 협력을 촉구하기에 가장 적합한 국가”라고도 했다.
그는 이날 도쿄의 한 대학 강연에선 “원자력 에너지는 평화적으로만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한 학생은 “핵무기는 폐지돼야 마땅하지만 기후변화를 고려해 원자력 에너지는 앞으로도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찰스 오펜하이머는 2019년 결성한 비영리단체(NPO) ‘오펜하이머 프로젝트’에서 활동하며 원자력 기술을 평화적으로 사용해 에너지 부족이나 기후변화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찰스 오펜하이머는 지난 1일엔 원폭 투하지였던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을 방문해 오구라 게이코(86)씨 등 피폭자를 만났다. 할아버지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1960년 일본을 방문했지만 히로시마·나가사키를 찾지 않았고 “원폭 개발에 관여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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