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으로 ‘8964’ 쓰자 마자...홍콩 예술가 연행한 경찰

홍콩 예술가 산무 첸이 3일 오후 홍콩 코즈웨이베이에서 톈안먼 사태 발생 날짜인 1989년 6월 4일을 뜻하는 ‘8964’를 허공에 한자로 쓰고 있다. AP 연합뉴스

홍콩에서 중국 톈안먼 사태 35주기(4일)를 추모하려던 예술가가 경찰에 연행되는 일이 발생했다. 특히 4일은 홍콩판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후 처음으로 맞는 톈안먼 사태 기념일로, 현지 경찰 감시가 더욱 강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홍콩프리프레스(HKFP)에 따르면 전날 밤 9시 30분쯤 홍콩 번화가 코즈웨이베이에서 행위 예술가 산무 첸이 허공에 대고 손가락으로 ‘8964’를 한자로 쓰자마자 그를 지켜보던 30여명의 경찰관이 곧바로 그를 연행해갔다. 8964는 중국 당국이 톈안먼 시위를 유혈 진압한 1989년 6월 4일을 뜻한다. 경찰은 그가 현장에 혼돈을 준다는 혐의로 연행했고, 조사 후 그를 바로 풀어줬다고 밝혔다. 첸은 작년에도 같은 곳에서 "홍콩 여러분, 두려워하지 마세요. 내일이 6월 4일이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라고 외친 혐의로 경찰에 구금된 바 있다.

HKFP는 "4일은 홍콩이 자체 국가보안법을 통과시킨 후 처음으로 맞는 톈안먼 시위 기념일"이라며 "홍콩 경찰은 지난주 처음으로 이 새로운 보안법을 거론하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중국과 홍콩 당국에 대한 증오를 선동한 혐의로 7명을 체포한 데 이어 전날 8번째 체포를 단행했다"고 전했다. 이어 1990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6월 4일 저녁이면 톈안먼 시위 희생자를 추모하는 대규모 촛불 집회가 열렸던 홍콩 빅토리아파크 인근에는 경찰이 대거 배치됐고, 코즈웨이베이 등 번화가에서 경찰 장갑차가 목격되는 등 경계가 강화됐다고 덧붙였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이날 홍콩 경찰 수백병이 도심 주요 지적에서 경계 순찰을 강화할 것이며, 집회를 촉구하는 소셜미디어 게시글도 감시할 것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박상훈 기자